“고향을 돌려주세요”
등록 : 2003-09-18 00:00 수정 :
“고향엔 가고 싶은데 이렇게 ‘깡소주’만 마시고 있습니다. 부모님 뵐 낯이 없어요. 지금 수중에 1만원 있어요. 고향 가는 차를 타야 할지, 아니면 어디 가서 확 죽어버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모두들 봇짐을 머리에 이고 지고 고향을 찾아 떠나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9일 오후 서울 청량리역. 고향이 강원도 철원이라는 김아무개(48)씨는 역사 한켠에 쪼그리고 앉아 붐비는 귀성객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추석 연휴가 끝나가는 13, 14일에도 김씨는 여전히 그곳에 앉아 다시 돌아오는 귀경객들을 지켜봐야 했다.
8년 전만 해도 부산에서 금은방을 운영했던 김씨는 사업에 실패해 이혼까지 한 뒤 거리를 떠돌다 지금은 서울 종묘공원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
김씨의 가슴에 고향을 돌려줄 풍요로운 세상을 꿈꾸어본다.
사진·글 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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