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책이 희망인데…
등록 : 2003-08-28 00:00 수정 :
생활이 어려웠다. 아내가 집을 나가고 아들은 밥을 굶었다. 상해보험금 1천만원을 타내기 위해 아버지는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기로 했다. 아들의 입에 수건을 물리고 가위로 아들의 손가락을 잘랐지만 보험금은 탈 수 없었다. 일부러 자른 사실이 드러나 아버지는 구속됐다. 1998년 9월의 일이다.
생활이 어려웠다. 남편이 직장을 잃었다. 병원 치료비 3천원이 없어 돈을 꾸는 일이 자주 생겼다. 고민하던 엄마는 아이들 셋을 데리고 아파트 14층에 올라갔다. 아이들이 울었다. 엄마는 첫째와 둘째를 아파트 밖으로 내던지고 막내와 함께 몸을 던졌다. 2003년 7월의 일이다.
최근 연이어 일어난 빈곤층의 자살은 ‘생계형 자살’로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들의 죽음은 우리의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부실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의 복지정책은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 가정해체나 방임아동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정책이라기보다는 일이 터지고 난 뒤 이를 기계적으로 관리하는 사후대책에 머무르는 정책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인 셈이다.
8월25일 낮 서울 서초구 반포동 기획예산처 청사 앞에서 열린 ‘차상위 빈곤계층 지원예산 삭감 규탄대회’에서
사진·글 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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