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베기가 끝난 들에 석양이 드리울 때면 아버지의 지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던 어린 시절. 그러나 늘 볏단에 밀려 칭얼거리며 지게그림자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야 했다. “여름내 세찬 비바람을 이겨낸 이 벼가 우리의 목숨이다”하시며 골진 눈시울을 붉히시던 아버지. 이제 젊은 아들은 떠나고 없는 고향을 지키며 어려움 이겨낸 들에서 볏단을 메고 가는 촌로의 휜 어깨 뒤로
허수아비들의 소리없는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사진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글 강재훈 기자kh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