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지 마라”
등록 : 2002-06-26 00:00 수정 :
산은 이미 죽어 있었다.
전북 부안군 하서면 백련리 산 187번지. ‘단군 이래 최대 역사’는 변산반도 끝자락에서 남도의 풍취를 뽐내던 해창석산을 지도에서 지워버렸다.
1991년 새만금지구 간척지 물막이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면서 해창산 인근 20ha는 445만㎥의 매장량을 지닌 골재 채취장으로 뒤바뀌었다. 국립공원이라는 보호막도 산을 지켜주지 못했다. 98년 7월 중단됐던 골재 채취 작업은 올 4월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 재개됐다.
석산에 또다시 폭약이 꽂혔다. 먼지를 뿌리며 덤프트럭은 규격에 맞춘 듯 잘라내진 ‘석재’를 연신 실어나른다. 참다못한 환경운동가 조태경(31)씨가 가느다란 줄에 의지한 채 절벽에 매달렸다. 부안군 주민들도 다시 일어섰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해창석산의 숨줄을 지키기 위한 절규가 메아리쳤다.
사진·글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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