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격렬한 투혼!
등록 : 2002-06-07 00:00 수정 :
거친 숨소리가 녹색의 그라운드를 뒤흔든다. 부딪치고 넘어지고, 그때마다 땀방울이 하늘로 솟구친다. 격렬한 태클, 넘어지듯 다시 일어서 불같이 달리는 선수들. 아∼, 골대를 맞고 공이 튕겨나올 때마다 터지는 탄성. 그 속에 승리도 있고 패배도 있고 한숨섞인 좌절도 있다. 그렇게 환희와 아쉬움이 한데 뒤엉키며 축제는 어느새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개막전의 ‘파란’. 흥분에 들뜬 세네갈 국민은 거리로 뛰쳐나왔고, 이날은 국경일로 선포됐다. 열전 31일의 2002 한·일 월드컵은 벌써부터 이변과 돌풍에 대한 기대로 설렌다. “우리도 일낼 수 있다.” 이어지는 새삼스런 깨달음, 공은 둥글다!
가쁘게 몰아쉬는 선수들의 호흡 속에 환호성이 터지고 여름밤은 깊어간다. 피버노바가 구를 때마다 벌어지는 치열한 몸싸움, 거친 태클과 동시에 공중에 붕 떴다 쓰러지는 스트라이커. 삐∼익, 이어지는 심판의 휘슬. 투혼의 90분, 22명이 맞부닥치는 월드컵 경기장은 그렇게 축제의 불꽃으로 타오른다. 푹푹 찌는 불볕더위, 그 속에 피버노바는 구르고, 열광하는 팬들 속에 월드컵은 더욱 후끈 달아오른다.
“슛, 골인!” 고개를 떨구는 수비 선수들. 그 앞을 바람처럼 가로지르는 골잡이의 현란한 골 세리머니. 골, 골, 골! 목타는 무더위는 저만치 물러선다. 월드컵이 뭐기에, 하던 사람도, 떼지어 몰려다니는 집단주의를 싫어하는 사람도 슛, 골인! 터지는 환호성에 저도 모르게 텔레비전 앞으로 달려간다. 16강! 그토록 기다려온 반세기 숙원도 들뜬 여름축제, 그 속에서 영근다.
사진 AP·AFP연합·SYGMA·GAMMA
글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