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 없는 곳으로
등록 : 2016-05-24 17:20 수정 : 2016-05-25 15:03
할머니는 1921년 조선인 이수단으로 태어나 한때 일본 이름 히도미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2016년 5월17일 오후 3시, 중국인 리펑윈으로 생을 마쳤습니다. 할머니 나이 열아홉이던 1940년 머나먼 중국 오지 헤이룽장성 시먼즈 위안소에서 5년간 일본군 성노예로 강제적 삶을 살았습니다. 중국에 버려진 뒤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한평생 자신을 찾아온 이 없었고, 고향 땅에 발조차 디딜 수 없었습니다.
장례식에는 경로원 원장, 부원장, 주중 선양 영사들, 한국에서 온 외교부·여성가족부 직원 등 관계자와 지인 등 몇 명만 찾아왔습니다. 식장에는 살아생전 할머니를 한 번도 찾지 않던 높으신 분들의 이름이 새겨진 수십 개의 화환이 놓였습니다. 쓸쓸함에 씁쓸함마저 더합니다. 가족이라고는 10여 년 전에 맞이한 양아들뿐입니다. 양아들은 생전의 할머니가 항상 가슴에 품었던 아기인형을 대신 안고 서있습니다.
4일장을 마치고 헤이룽장성 하이린시에 위치한 김좌진 장군 기념관인 한중우의공원에 유골을 안치했습니다. 가시는 길, 한 맺힌 삶을 벗고 부디 차별과 전쟁 없는 곳에 가시길 바랍니다.
헤이룽장성 둥닝(중국)=사진·글 안세홍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