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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귀 밝은 우리가 듣지 못한 분노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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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11 14:16 수정 : 2011-10-1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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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인화학교.
“말없는 몸가짐 높은 그 뜻을… 눈으로 스민 정 고운 그 얼을….” 청각장애인들이 다니는 광주 인화학교의 교가에는 말 없이, 눈으로 응시하는 구절이 나온다. 이들이 2006년 힘들게 내지르던 소리를 정작 귀 밝은 우리는 듣지 않았다.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인화학교 전 행정실장(설립자의 차남)의 항소심 선고 법정. “학생들에게 상처 준 점은 인정되지만… 1년 전 위 수술을 받아 건강이 좋지 않아….” 10여년 동안 수십 명의 학생을 성폭행하고도 징역 1년을 선고받는 순간, 수화로 판결을 듣던 청각장애인이 벌떡 일어났다. 공중에 손을 휘저었다. 수화였다. 입에서는 “으어어” 분노의 외침이 터져나왔다. 이 외침이 귀 밝은 <한겨레> 인턴기자를 붙잡았고, 잘나가는 소설가를 불러 세웠다. 5년이 지나 영화 <도가니>가 교가를 대신 불렀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0월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는 성폭력 범죄 양형기준을 세우겠다”고 했다. 정부는 10월7일 인화학교 폐교 및 사회복지법인 우석과 산하시설 3곳의 설립허가 취소를 포함한 ‘정부 합동 장애인 성폭력 방지·피해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글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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