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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산곡동 성당의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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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5-0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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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직장 대우자동차를 나와 부평 산곡동 성당에 둥지를 튼 지 벌써 75일이 넘어가고 있다.
그 누구도 이 지리한 싸움이 언제 끝날 것이라 장담하지 못하지만,
회사에서 쫓겨난 1750명의 동료와 그 가족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정부와 경영진 때문에 왜 거리로 쫓겨나야 했는가를 알리며,
다시 일터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4월12일,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혀
수많은 동지들이 희생당하고 정부와 언론은 잠시 해결점을 찾는 시늉을 했지만, 사태의 해결은커녕 아직도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26명 동지들의 병원비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정말 이 싸움은 언제쯤 끝날까?
오늘은 어버이날.
지난 어린이날도 손잡고 어디 공원에 가서 놀아주지도 못했는데….
그동안 소원했던 아이들이 효도의 날이라며 카네이션을 들고 농성장에 찾아왔다.
아이들과 그동안 고생을 같이해준 아내에게 정말 미안할 뿐이다.
코흘리갠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오늘 따라 그렇게 대견해보일 수가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항상 다짐하는 말이지만,
사랑스런 아내와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다짐한다.

‘다시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며,
역사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아버지가 되겠노라고.’

사진·글/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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