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그 아들이 쓰러져간 현장에 들어서는 데 걸린 시간은 14년. 지금은 경찰청 보안3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1987년 1월14일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 509호실에서 경찰관들의 물고문에 꽃다운 생명을 빼앗긴 서울대생 박종철씨의 14주기 위령제가 그가 숨져간 그 조사실 그 욕조에서 처음으로 치러졌다. 위령제가 진행되는 동안 줄곧 영정 속 아들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고인의 아버지 박정기(72)씨. “잘 가그레이. 이제야 너를 편히 보낼 수 있을 것 같데이.” 나지막이 읊조리며 다시 한번 욕조 위에 놓인 아들의 영정을 바라보는 박씨의 눈가에 굵은 눈물이 소리없이 흘렀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글 강재훈 기자kh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