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광수 경제연구소장]
-한국 경제를 외환위기로 몰아넣은 문제들은 지금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보는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는 금융위기였다. 구조적 문제는 금융시스템 문제, 기업 지배구조 문제, 산업경쟁력 저하, 정부정책 모든 면에 걸쳐 있다. 아쉽게도 그런 문제들이 해결됐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정적이다. 전문성에 바탕을 두지 못한 상태에서 모양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모습으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업경쟁력 강화를 얘기하면서 고용문제를 거론하는데,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기술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하는 과제를 너무 간과하고 있다.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 전체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너무 없다. 여전히 양적으로만 문제를 보고 있다.
-2000년의 정보기술(IT) 거품 붕괴에 이어 한국 경제는 신용카드와 부동산 거품을 경험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 벗어나는 데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신용카드 문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거품은 애초에 경제적 능력이 약한 계층에게 돈을 마구잡이로 뿌려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거품의 붕괴는 거품 발생 이전의 애초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신용카드 거품 규모는 순대출액 측면에서 약 35조원 정도이다. 문제는 그 몇배나 되는 부동산투기 거품이다. 부동산에 투입된 투기적 은행대출 규모는 140조~180조원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투기는 돈 있는 계층의 문제다. 중산층의 돈이 부동산에 엄청난 규모로 묶이는 바람에, 가계의 금융이자수지가 과거 부동산 투기 이전의 연간 +7조원 규모에서 -7조원으로 적자로 반전돼버렸다. 그 결과 소비 주도 계층인 중산층의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되어 내수경기가 쉽게 해복되기는 어렵다. 부동산값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5~7년이 흘러야 정상 수준으로 맞춰진다. 가계의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빨리 원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부동산 거품을 빨리 꺼뜨리는 것과 동시에 가계의 금융이자수지 적자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경제연구소들이 내년 우리 경제를 5% 안팎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성장률이 몇 %냐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은 가계의 부동산 투기로 인한 소비 위축과 같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저축률이 매우 낮아졌는데도 투자율이 저축률을 크게 밑도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2000년 IT 거품 붕괴의 학습효과로 사람들이 벤처투자를 계속 꺼리고 있는 게 투자 위축의 한 원인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적으로 신규사업을 할 만한 사업기회를 발견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연방기금 금리가 연 1%인데도 투자가 더디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가계소비와 기업의 투자 위축을 해소하려면 단기적으로는 부동산을 확실히 잡는 것을 전제로 콜금리를 낮추는 방안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역량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김광수 소장은 한국 경제가 지고 있는 가장 큰 짐으로 부동산 거품을 꼽았다. 그는 중산층 가계의 돈이 부동산에 대거 묶여버려 지금 같은 부동산값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돈이 제대로 도는 데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동산값에 낀 거품을 서둘러 걷어내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5%대로 낮아졌다는 점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경제구조라는 게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과거에 비해 낮아지긴 했지만, 추세선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잠재성장률 저하는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5%대는 우리 경제 수준에 맞는 것이다. 이제 중성장 시대에 맞는 경제체질과 산업구조로 바꿔가야 한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넘어가야 한다.
사진/ 박승화 기자
-여러 경제연구소들이 내년 우리 경제를 5% 안팎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성장률이 몇 %냐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은 가계의 부동산 투기로 인한 소비 위축과 같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저축률이 매우 낮아졌는데도 투자율이 저축률을 크게 밑도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2000년 IT 거품 붕괴의 학습효과로 사람들이 벤처투자를 계속 꺼리고 있는 게 투자 위축의 한 원인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적으로 신규사업을 할 만한 사업기회를 발견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연방기금 금리가 연 1%인데도 투자가 더디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가계소비와 기업의 투자 위축을 해소하려면 단기적으로는 부동산을 확실히 잡는 것을 전제로 콜금리를 낮추는 방안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역량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