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건강 선호와 외식 감소로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매출 감소해
코카콜라는 세계 195개국에서 하루평균 7억잔(1잔 237㎖ 기준) 이상 팔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1초당 7500병이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카콜라가 생산, 판매되지 않는 나라는 20개국이 채 안 된다. 1886년 미국 애틀랜타의 약제사 존 펨퍼튼이 제조법을 발명한 뒤 20세기 내내 세계인의 입맛을 점령해온 코카콜라는 명실공히 미국의 세계최대 수출품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코카콜라의 김이 점점 빠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균열 보인 콜라 신화
음료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탄산음료 시장은 약 5900억원대로 추산된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7%가량 매출이 줄었다. 탄산음료를 대표하는 콜라시장만 보면 급격한 매출 감소 현상이 더 뚜렷하고 심각하다. 국내 콜라시장 매출액은 올 상반기에 약 270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비해 15%가량 성장이 뒷걸음질쳤는데, 사상 최악의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올 상반기에 콜라시장 재도약을 위해 코카콜라(한국코카콜라(주))와 펩시콜라(롯데칠성음료)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는데도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실적을 거뒀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 게다가 무더위가 시작되는 봄철 이후가 청량음료의 성수기인 점을 감안할 때 매출 급감은 더욱 예사롭지 않다.
그렇다면 콜라뿐 아니라 탄산음료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콜라만 유독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일까 흥미로운 건 같은 탄산음료이지만 사이다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에 사이다는 지난해 대비 7%나 성장한 약 170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했다. 음료업계에 따르면, 칠성사이다(롯데칠성)와 킨사이다·스프라이트(한국코카콜라) 모두 매출이 대폭 늘었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음료 소비자들의 건강 선호 경향과 경기침체에 따른 외식 감소로 콜라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사이다의 경우 콜라와 달리 카페인이 없다는 점이 그나마 선전하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음료시장의 지배적 흐름이 건강 중시로 바뀌면서 콜라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콜라 매출이 급감하는 원인으로 ‘반미감정’ 확산을 꼽는 사람도 있다. 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상품인 콜라가 국내 반미 정서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연 그럴까? ‘콜라 독립’을 내걸었던 8·15콜라(건영식품)를 보자. 반미 정서가 콜라 소비감소의 한 원인이라면 상대적으로 8·15콜라의 매출이 늘어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 상품 역시 매출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8·15콜라는 첫선을 보인 지난 1998년 콜라시장 점유율이 15%까지 반짝 올라갔지만 최근 3년간은 시장점유율 5%선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건영식품 관계자는 “전체 콜라시장이 줄어드는 데 따라 8·15콜라 판매량도 감소하고 있다”며 “국산 콜라를 애용하자는 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목마르면 별 생각 없이 콜라를 사먹을 정도로 콜라가 입맛에 당겼지만 요즘은 목마르면 생수를 사먹는 등 콜라의 인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 음료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해온 콜라 불패신화는 2000년대 들어 조금씩 균열의 조짐을 보였다. 탄산음료와 건강음료(또는 주스음료)간의 주도권 다툼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음료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음료업계는 2000년부터 콜라 등 탄산음료가 ‘이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주스류와 ‘2%부족할 때’ 같은 기타 음료류가 뚜렷한 강세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한다. 2000년 1분기에 탄산음료 시장에서 사이다 매출은 약 25% 늘었으나 콜라는 5%대의 저성장에 그쳤다. 콜라 위기는 이때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1999년 벨기에서 발생한 오염 콜라 파동, 즉 유럽 전역에서 수백만개의 콜라캔이 리콜된 사태 이후 2001년부터 국내 콜라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콜라업계 안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광고카피마저 자신감 잃다?
그래서일까? 한국코카콜라는 최근 비탄산음료에 눈을 돌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신상품을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코카콜라가 비교적 최근 내놓은 △동양적인 차음료인 ‘네스티’ △먹는 샘물 ‘순수100’ △어린이 과일주스 ‘쿠우’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의 기호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콜라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카콜라 광고를 보자. 1927년에 ‘지구 곳곳 어디에서나’(Around the Corner from Everywhere), 1982년 ‘코카콜라 그것뿐!’(Coke is it!), 1990년 ‘무엇도 이 맛을 대신할 순 없어요’(Can’t Beat the Real Thing), 그리고 2003년 ‘생각을 멈추고, 느껴봐!’(Stop thinking. Feel it!)로 이어지는 광고카피는 그 당시의 콜라 소비 행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구촌 어디에서든 맛볼 수 있고, 한번 맛보면 오직 코카콜라만 찾던 시절이 있었고, 다른 음료상품들이 코카콜라의 아성에 도전하던 90년대에는 그 무엇도 코카콜라 맛을 대신할 수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올해 광고카피는 뭔가 심상치 않다. 음료를 선택할 때 건강이고 뭐고 생각하지 말고 그저 코카콜라를 느껴보라는 것일까 자신감보다는 소비자들에게 호소하는 인상이 짙다. 물론 콜라의 몰락을 섣불리 점치기는 어렵다. 그러나 “콜라는 중독성이 강해 한번 입에 대면 끊을 수 없다”는 신화가 점차 퇴색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콜라의 매출이 줄고 있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여름 성수기에도 소비자들은 콜라를 외면했다. 전문가들은 건강 선호 경향과 외식 감소가 주원인이라 지적한다. |
코카콜라는 세계 195개국에서 하루평균 7억잔(1잔 237㎖ 기준) 이상 팔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1초당 7500병이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카콜라가 생산, 판매되지 않는 나라는 20개국이 채 안 된다. 1886년 미국 애틀랜타의 약제사 존 펨퍼튼이 제조법을 발명한 뒤 20세기 내내 세계인의 입맛을 점령해온 코카콜라는 명실공히 미국의 세계최대 수출품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코카콜라의 김이 점점 빠지고 있다.

사진/ 미국 애틀랜타시 빌딩에 걸려 있는 콜라 광고판(SYGMA). 콜라 불패신화는 2000년대 들어 조금씩 균열을 보였다.한 상점의 진열대에 쌓여 있는 콜라(박승화기자). 한국코카콜라는 최근 비탄산음료에 눈을 돌려 다양한 신상품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콜라뿐 아니라 탄산음료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콜라만 유독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일까 흥미로운 건 같은 탄산음료이지만 사이다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에 사이다는 지난해 대비 7%나 성장한 약 170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했다. 음료업계에 따르면, 칠성사이다(롯데칠성)와 킨사이다·스프라이트(한국코카콜라) 모두 매출이 대폭 늘었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음료 소비자들의 건강 선호 경향과 경기침체에 따른 외식 감소로 콜라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며 “사이다의 경우 콜라와 달리 카페인이 없다는 점이 그나마 선전하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음료시장의 지배적 흐름이 건강 중시로 바뀌면서 콜라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콜라 매출이 급감하는 원인으로 ‘반미감정’ 확산을 꼽는 사람도 있다. 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상품인 콜라가 국내 반미 정서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연 그럴까? ‘콜라 독립’을 내걸었던 8·15콜라(건영식품)를 보자. 반미 정서가 콜라 소비감소의 한 원인이라면 상대적으로 8·15콜라의 매출이 늘어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 상품 역시 매출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8·15콜라는 첫선을 보인 지난 1998년 콜라시장 점유율이 15%까지 반짝 올라갔지만 최근 3년간은 시장점유율 5%선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건영식품 관계자는 “전체 콜라시장이 줄어드는 데 따라 8·15콜라 판매량도 감소하고 있다”며 “국산 콜라를 애용하자는 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목마르면 별 생각 없이 콜라를 사먹을 정도로 콜라가 입맛에 당겼지만 요즘은 목마르면 생수를 사먹는 등 콜라의 인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 서울 시내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는 시민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침체로 외식이 감소한 것도 콜라 판매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는다.(한겨레 임종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