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제학]
보건복지부와 재경부의 끊없는 논쟁…가격탄력도로 따져본 담뱃값과 흡연율의 함수관계
복건복지부의 담뱃값 대폭 인상 추진을 둘러싸고 옹호와 반박(혹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담배에 물리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2004년에 1천원 올린 뒤 2005부터 2007년까지 해마다 500원씩 더 인상해 담뱃값을 지금보다 3천원가량 인상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방안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 60.5%(세계 1위)인 성인남자 흡연율을 2007년까지 30%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담뱃값 인상이 복지부의 구상대로 흡연율(량)을 줄일 수 있을까? 흡연율이 감소한다면 그 효과는 얼마나 될까? 담뱃값 인상이 뚜렷한 금연효과는 낳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흡연율이 높은 저소득층의 세부담만 더 늘리는 건 아닐까?
“가격정책은 제대로 구사된 적 없다”
정책당국이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 동원하는 정책수단은 두 가지다. 하나는 비가격정책인데, 공익광고, 담뱃갑에 건강위험 경고문 부착 의무화, TV 담배광고 금지 등은 ‘주어진 가격’에서 담배의 수요량을 줄이기 위한 조처다. 소비자들이 흡연 욕구를 자발적으로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가격정책으로, 담배세 인상을 통해 담뱃값을 인상시키는 방식이다. 흡연 욕망은 그대로 둔 채 ‘가격을 변화시켜’ 강제적으로 흡연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비가격정책은 훌륭한 편이지만 경제적 규제(가격정책)는 한번도 제대로 구사된 적이 없었다. 두 가지 수단을 함께 동원할 때 흡연 감소효과가 높아진다.” 이것이 복지부의 논리다.
그렇다면 담배에 대한 세금 및 가격정책이 흡연인구(특히 청소년 흡연) 감소를 유도하는 데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어떤 재화의 수요는 그 재화의 가격탄력도(수요량의 % 변화를 가격의 % 변화로 나눈 것)에 좌우된다. 가격 변화가 수요에 미치는 영향(민감도)을 재는 척도가 가격탄력도이다. 예컨대 가격이 2% 변했을 때 수요량이 8% 변한다면 수요의 가격탄력도는 -4다. 가격탄력도가 크다는 것은 수요가 가격 변화에 좀더 민감하게 반응함을 뜻한다. 모든 기업은 자기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탄력도를 추정해 이를 바탕으로 판매가격을 결정한다.
담배의 가격탄력도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고려대 김원년 교수(경제학과)팀이 1975년부터 99년까지 통계청의 1인당 담배판매량·담배소비자물가지수(소비자물가 기준 담배가격지수) 등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우리 국민 1인당 담배수요의 가격탄력도는 -0.19로 타나났다. 담뱃값이 100% 오르면 수요는 19% 줄어든다는 뜻이다. 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내놓은 한 자료(김운묵·2001)는 일반적인 담배의 가격탄력도를 -0.4 정도로, 12∼17살에는 -1.4 정도로 추정했다. 담뱃값이 100% 오르면 일반적으로 소비량이 40% 감소하는데, 청소년 흡연은 140%나 줄어들어 청소년일수록 담뱃값 인상에 따른 담배소비 감소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한편, 세계은행(World Banking·1999)은 담배의 가격탄력도를 선진국은 대략 -0.4, 개발도상국은 -0.8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소득수준이 낮은 개도국은 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담배소비지출액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담뱃값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론 담배는 가격이 폭등했을 때 대체소비할 수 있는 다른 상품(마약?)이 별로 없기 때문에 담뱃값이 상승(하락)하더라도 판매량이 그만큼 크게 감소(증가)하는 건 아니다(즉, 탄력도가 1.0 미만이다). 이는 보통의 소비자라면 우윳값이 폭등했다고 맥주로 우유를 대체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는 가격 외에 소득, 해당 재화와 연관되는 다른 재화의 가격, 취향 등 다른 요인들도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가격탄력도만으로 담뱃값 1천원 인상에 따른 수요량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가격인상 이후 흡연율이 감소하더라도 이것이 흡연감소 추세 때문인지 직접적인 가격인상 요인 때문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성인 남자 흡연율이 2001년 69.9%에서 2002년 60.5%로 하락했는데, 그 원인이 담뱃값 인상 때문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담뱃값 인상에 따른 순수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그 누구도 실증적 자료를 제출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하지만 고려대 김원년 교수팀은 “담배소비는 담배가격에 통계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반응을 보이는 만큼, 담배가격 조절을 통해 흡연 억제를 유도하는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만 늘릴 것”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보자. 보건사회연구원 신윤정 책임연구원은 최근 ‘담배소비량’의 가격탄력도가 아닌 흡연율(담배를 매일 혹은 가끔 피우는 ‘인구’ 비율)의 가격탄력도를 이용해 담뱃값 인상에 따른 흡연율 감소 효과를 추정했다. 흡연율의 가격탄력도는 자료 부족으로 인해 대다수 국가가 추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 수치가 측정된 적은 없다. 참고로, 미국에서 흡연율의 가격 탄력도는 성인의 경우 -0.26, 용돈에서 담배소비지출액 비중이 큰 청소년은 -0.68 정도다. 이를 토대로 담뱃값이 현재(평균 담뱃값 1724원)보다 1천원 인상되면 성인남자 흡연율(2002년 60.5%)은 51.4%, 남자고교생 흡연율(2002년 23.6%)은 14.3%로 각각 줄어들고, 2007년(평균 담뱃값 4224원)에는 성인남자는 45.3%, 남자고교생은 10.2%로 흡연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신 연구원은 추정했다. 그는 “한국인의 담배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미국인과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소득 수준이 미국보다 낮기 때문에 담뱃값 인상에 따른 흡연율 감소는 추정치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흡연율 가격탄력도를 소득수준별로 보면 저소득층(-0.2)이 중위소득 이상(-0.05)보다 더 높은데,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가격인상 이후 저소득층일수록 더 쉽게 담배를 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재경부는 담뱃값 인상이 뚜렷한 금연효과는 고사하고 물가만 0.78%(담뱃값 1천원 인상시)올리고 세수 감소라는 부작용만 가져온다며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담뱃값은 국가가 세금(담뱃값의 약 70%)을 통해 가격을 통제해왔기 때문에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 균형가격이 아니다. 따라서 가격탄력도 지수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은 갈등이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회라서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높다는 특징을 보인다. 담뱃값 인상은 담배를 많이 피우는 저소득층의 세금부담만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의 기대만큼 흡연감소 효과를 낼지는 누구도 명쾌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가 담배값 인상을 통해 애연가들의 흡연권(?)을 막을 수 있는지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과는 별개로, 흡연율 감소를 목표로 담뱃값을 대대적으로 올리려는 복지부의 첫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서울시내 한 담배가게. 담뱃값이 높아지면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더 크게 떨어진다.(류우종 기자)

사진/ 3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김화중 장관(가운데)이 강윤구 차관(오른쪽) 등과 함께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한겨레 윤운식 기자)

사진/ 애연가들이 회사 건물 복도 끝에 마련된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류우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