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배당금을 노리는 투자의 모든 것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 자릿수 금리 시대를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한국인들에게 요즘의 저금리는 큰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만기가 긴 정기예금에 가입해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이자가 거의 0에 가까우니 도대체 노후대비를 어떻게 하느냐가 무엇보다 큰 고민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전한 저축 대신 좀더 많은 수익을 노리고 주식투자를 하자니 투자위험 때문에 망설여진다.
정부도 배당 유도하는 부위기
이자수익을 노린 정기예금이나 채권투자에 비하면 주식투자는 분명 위험하다. 가격변동이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주식이 채권 등 다른 투자대상에 비해 가장 수익률이 높았다는 통계조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말을 했다가는 욕먹기 십상이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처음 돌파한 지가 언제인데, 여전히 700 언저리에 머물고 있으니 말이다. 위험은 적고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한 주식투자는 불가능할까? 요즘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배당투자’에 대해 알아보자.
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을 종자돈으로 하여 설립된다. 처음 몇년간은 투자를 계속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기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 주주들로서는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다. “기업의 수익을 재투자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배당으로 돌려받아야 할 것인가?” 기업이 수익을 재투자해 시장이자율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주기만 한다면야 배당을 바랄 이유가 없다. 자연히 주가가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투자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기업이 수익을 그때그때 주주들에게 가능한 한 많이 돌려주기를 원한다.
기업이 수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배당이다. 그동안 한국의 상장사들은 배당에 아주 인색했다. 수익으로 새로운 투자를 해서 기업규모를 키우는 데 치중해왔기 때문이다. 정부도 기업들이 배당을 많이 해서 투자재원이 줄어드는 것을 경계했다. 그런데 갈수록 분위기가 바뀌어가고 있다. 기업들이 수익을 배당하지 않고 뒀다가 대주주의 계열사 확장에 쓰거나 이를 빼돌린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사 지분을 많이 사들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배당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현상이다. 정부도 이제는 장기주식투자를 육성하기 위해 배당소득세 감면을 확대하는 등 배당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증권거래소가 한국배당주가지수라는 것을 만들어 7월21일부터 발표하고 있는 것도 상장사들로 하여금 많은 배당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9월부터는 이 지수를 기초로 한 상장지수펀드가 발매될 예정이다.
배당투자란 무엇인지,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포스코의 경우 지난 한해 동안 1조10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포스코는 이 가운데 26%(이를 배당성향이라고 한다)인 2860억원을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나눠줬다. 포스코의 주가는 지난해 연초 11만9천원에서 연말 11만8천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따라서 주식평가손익은 무시하고 배당으로 얻은 주주들의 수익만 계산해보면, 투자금의 2.76%가량이다. 이는 시장금리보다는 낮아 배당만으로는 큰 매력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는 조금 다를지 모른다.
어떤 기업에 배당투자 해야 하나
포스코는 올해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도 배당성향을 25%로 유지한다면, 배당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주주들의 배당수익률이 연초 주가를 기준으로 5%대에 이를 전망이다. 연초에 주식을 샀다면 배당금 수익이 정기예금 이자율보다 높은 셈이다. 배당투자란 이처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배당금을 노리는 투자다. 기업에 따라서는 배당수익률이 시장금리보다 매우 높은 곳이 적지 않다. 이런 기업의 주식을 사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얻고, 만약 주가가 오른다면 평가차익까지 보는 것이 바로 배당투자다.
지난해 상장사들의 배당금 총액을 6월30일 현재 주가총액으로 나눈 배당수익률은 2.57%다. 시장금리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기업들이 수익을 모두 배당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외국 증시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배당수익률은 아직 낮은 편이다. 영국 FTSE100 기업의 경우 배당수익률이 3.61%(지난 4월25일 종가와 지난해 배당금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독일의 DAX30 종목도 3.0%다. 물론 우리나라 상장사 가운데도 기업에 따라서는 배당수익률이 시장금리를 크게 뛰어넘는 곳이 많다.
증권거래소가 KOSPI200 종목을 대상으로 지난해 주당 배당금을 지난 4월25일 주가로 나눠 배당수익률을 계산한 결과, 휴스틸이 19.88%에 이른 것을 비롯해 7개 기업의 배당수익률이 10%를 넘었다. 7%를 넘는 기업도 27개에 이르렀다. 이처럼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의 주식을 사 배당을 받으면, 시장금리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시가배당률이 5% 이상인 회사가 상장사 중 74개나 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물론 배당을 노린 투자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안정적으로 배당을 하고 싶어도 경기가 나빠 수익을 내지 못하면 배당을 기대만큼 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주가가 떨어져버리면 배당수익보다 훨씬 많은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배당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이 성숙기에 들어서 더 이상 대규모 투자가 필요 없고, 수익 또한 안정적인지, 해마다 높은 배당을 하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외국에서도 배당투자는 내수시장 점유율이 높고, 경기변동에 수익이 크게 좌우되지 않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단기적 투자, 장기적 투자
배당투자도 단기적 투자와 장기적 투자로 나눌 수 있다. 배당을 받으려면, 배당기준일에 주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주가가 예상배당금보다 매우 싸서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을 배당기준일 전에 사두었다가 배당기준일이 지난 뒤 파는 것이 단기투자다. 장기투자는 해마다 높은 배당을 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서 장기보유하면서 계속 배당금을 받는 전략이다. 만약 이런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올라 배당수익률이 낮아지면, 그때는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긴다.
배당률은 액면가를 기준으로 하느냐,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그 차이를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흔히 배당률이라고 하면 과거에는 액면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배당률을 뜻했다. 액면가가 5천원인 기업이 주당 2500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면 배당률은 50%로 계산했다. 이는 배당을 억제하던 시대에 배당률이 높아 보이도록 하기 위해 쓰던 것이다. 지금은 실제 거래되는 주가를 기준으로 배당률을 계산하기 때문에 배당수익률이라는 용어를 쓴다. 현재 주가가 10만원이고 배당금이 5천원이면 배당수익률은 5%다. 이를 시가배당률이라고도 한다. 배당투자는 당연히 시가배당률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따져서 해야 한다. 증권거래소가 <주식시장>에 발표하는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배당금과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 mqpm 최용호

사진/ 3월 28일 열린 삼성전자 33기 정기주주총회. 배당투자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