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 넣는 미국…자국 통화가치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은 약인가 독인가
“중국의 경제성장을 고려할 때 위안화는 실제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이익은 미국 제조업체의 희생에서 나오고 있다.”
찰스 슈머 등 미국 상원의원 4명이 지난 7월17일 존 스노 재무장관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중국에 위안화 가치를 높이도록 압력을 가하라는 주문이다. 위안화 문제는 요즘 미국 경제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전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위안화가 실제보다 저평가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에 대해 달러에 묶어두는 정책을 계속 고집하면 중국경제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수출경쟁국들이 불을 지핀 위안화의 평가절상 요구에 유럽연합과 미국이 풀무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환율 변동폭 제한에 곱지 않은 시선
환율은 한 나라의 통화가 다른 나라의 통화와 교환되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1달러는 원화로는 1182원(7월19일), 엔화로는 118.96엔이다. 여러 통화가 교환되는 비율은 정부의 개입이 없을 경우 시장에서 그 통화의 구매력을 반영해 결정된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거나, 특정통화를 사고파는 인위적 개입을 통해 어느 정도 조작이 가능하다. 수출주도형 경제를 꾸려가는 국가들은 대체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국 통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으면 외국에 물건을 수출할 때 값을 낮게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 통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는 비싸져서 수입도 억제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이 아우성을 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그런데 왜 요즘 위안화가 문제인가? 그것은 다른 나라의 경우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지만, 중국은 위안화의 가치를 달러가치에 묶어두는(페그)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달러-위안간 환율 변동폭을 ±0.15%로 제한하고 있다. 환율 변동폭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위안화로 환전하지 않도록 하고, 외국인들의 위안화 보유를 제한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달러가치가 다른 통화에 대해서는 바뀌더라도 위안-달러 환율은 그대로다. 오히려 지난해부터 달러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다른 통화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수출경쟁국들이 중국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고달러 정책을 장기간 고수해온 미국이 달러가치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4월께부터다. 애초부터 달러가 고평가돼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는데, 미국 정부가 제조업체의 수출경쟁력 회복을 위해 완만한 달러약세 정책을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한해 동안 달러가치는 유로화에 비해 15%, 일본 엔화에 비해 9.3%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달러는 6월 말까지 유로화에 비해 추가로 9.6%가량 가치가 떨어졌다. 물론 달러에 묶여 있는 위안화는 94년 이후 달러당 8.2~8.3위안 수준으로 변동이 없다. 오히려 유로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유로에 대해서는 2002년 말 1유로당 8.4위안에서 현재는 9.7위안 수준으로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은 세계경제의 불황 속에서도 중국이 홀로 고성장을 이어나가는 동력이 낮은 위안화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불만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유로화에 비해 위안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중국의 대유럽 수출은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48.6%나 늘었다.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가진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붐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 예상보다 높은 8.2%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중국이 위안화의 약세에 기대 다른 나라에 저가수출을 함으로써, 그것이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불만도 깔려 있다.
위안화 가치는 어느 수준이 적정한가
위안화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된다면 위안화의 가치는 어느 수준이 적절할까 경제학자들은 복잡한 계산식을 동원해 ‘실질실효환율’이란 것을 계산해내지만, 이른바 ‘빅맥지수’도 통화가치의 적정수준을 평가하는 데 참고가 된다. 지난 4월 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집계한 빅맥지수로 보면, 중국 위안화는 무려 56%나 저평가돼 있다. 달러당 3.65위안 수준이 적절하다는 게 빅맥지수가 내린 결론이다. CSFB은행은 “생산성 증가를 반영한 임금격차를 근거로 볼 때 위안화는 50% 정도 과소평가돼 있으며, 장기적으로 볼 때 달러당 5위안 수준이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위안화의 저평가 정도를 가장 낮게 보는 골드만삭스도 15% 정도는 저평가돼 있다고 보았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나라들은 그것이 세계경제의 회복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은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면 미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져 미국의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동시에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면서 세계 교역량이 늘어나 전 세계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중국과 수출 경쟁관계인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도 함께 높아지면서 그런 선순환이 가속화된다고 강조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6월2일치 사설에서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해 적절히 물가가 떨어지면 과열기미가 있는 중국경제의 연착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학자나 분석가들 가운데는 위안화의 절상이 오히려 ‘재앙’이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먼델(Mundell) 교수는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이뤄질 경우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위안화의 평가절상에 반대했다. ‘세계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한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도 최근 한국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 디플레이션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변동시킬 경우 세계 공급구조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가뜩이나 중국 건설경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부동산 버블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국은 위안화의 평가절상에 아직까지는 부정적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치 기사에서 “쿵취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현재의 위안화 환율은 최근 무역 실적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쿵취안 대변인의 말은 위안화의 평가절상은 물론 외환시장제도를 손질할 계획이 없다는 기존 중국 정부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고용수 아주팀장은 “중국은 국유상업은행의 부실 문제와 실업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수출 증가로 고성장을 유지해야만 하는 상황에 있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단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보는 게 정책당국 내부의 지배적인 견해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실 세계경제 전체로 보면, 위안화의 가치 상승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정치적·외교적 수사의 성격이 강하다. 경쟁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은 세계적으로 수요를 늘리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리먼브러더스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 때 각국의 경쟁적인 평가절하는 그 자체가 (전체적으로 보면 득이 안 되는) 제로섬 게임이었다”며 “이를 위한 각국의 팽창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결과적으로 경기회복을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경쟁적인 평가절하보다는 국제적 협력을 통한 돈 풀기 정책이 더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달러 약세 효과는 일시적”
그러나 대체적인 전망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완만하게 높일 것이라는 쪽으로 점차 기울어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 회원국인 중국이 계속해서 교역상대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환율 변동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위안화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올해 말 이후 소폭의 평가절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USB워버그증권 등은 환율 변동폭을 구체적으로 2~3% 수준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원하는 만큼은 아닐 수 있지만, 달러 약세정책은 그동안 ‘열외’이던 위안화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얘기다.
1985년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들은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 엔화가치를 급격히 높이고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기로 합의했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그 뒤 80년대의 부실정리와 달러약세로 높아진 가격경쟁력을 등에 업고 90년대 들어 승승장구했다. 반면, 일본은 급격한 엔고 상황에서 발생한 버블이 붕괴한 뒤 지금껏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 등 미국경제 내적 요인도 있지만, 미국이 달러가치를 홀로 떨어뜨리면서 시작한 이번 환율전쟁은 과연 누구에게 득이 되고 누구에게 손실이 될 것인가?
세계경제는 여전히 공급은 넘쳐나는데 수요가 적어 문제다. 그런 상황에서는 어느 나라나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려는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으로 일시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길게 보면 그런 정책은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기 쉽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5월22일 낸 보고서에서 “달러 약세를 통해 디플레이션을 막는 것은 (미국경제에)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 완만한 디플레이션을 용인해 1999~2000년 사이에 주식시장 과열을 배경으로 발생한 과소비와 과잉투자로 쌓인 가계 및 기업부채와 설비과잉을 해소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미국경제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상하이 도심의 고층빌딩 숲.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 예상보다 높은 8.2%의 경제성장을 이뤘다.(GAMMA)
환율은 한 나라의 통화가 다른 나라의 통화와 교환되는 비율이다. 예를 들어 1달러는 원화로는 1182원(7월19일), 엔화로는 118.96엔이다. 여러 통화가 교환되는 비율은 정부의 개입이 없을 경우 시장에서 그 통화의 구매력을 반영해 결정된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거나, 특정통화를 사고파는 인위적 개입을 통해 어느 정도 조작이 가능하다. 수출주도형 경제를 꾸려가는 국가들은 대체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국 통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으면 외국에 물건을 수출할 때 값을 낮게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 통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물가는 비싸져서 수입도 억제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이 아우성을 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사진/ 왜 위안화가 문제인가? 지난해부터 달러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다른 통화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사진/ 2001년 세계무역기구 가입서에 서명하는 시강성 중국 국제무역경제협력장관. 전문가들은 중국이 환율 변동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위안화 가치를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AP연합)

사진/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달러에 묶어두는 정책을 계속 고집하면 중국경제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GAMMA)

사진/ 중국인민은행 건물. 중국은 위안화의 평가절상에 아직까지는 부정적이다.(GAM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