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수집에 비용이 든다는 것의 의미는? 정보의 비대칭성은 왜 도덕적 해이를 낳을까?
흔히 금융시장은 위험(리스크)을 사고파는 곳이라고 말한다. 주택·주식·채권 등 투자는 모두 위험을 내포한다. 투자자는 수익이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투자한 돈을 다 날릴 위험도 있다. 어떤 자산들은 다른 자산들보다 더 위험하다. 좀더 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은 자산은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되고, 반대로 더 위험하면 할인해서 판매된다.
시장경제, 불완전하고 비용이 드는 정보
얼마나 위험한지를 나름대로 판단하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보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물론 가치 있는 정보를 획득하는 데는 당연히 비용이 든다. 경제주체들이 모든 정보를 즉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면 정보는 더 이상 가치가 없다. 예컨대 증권시장이 완벽하면서도 즉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면 어떤 투자자도 정보를 수집할 유인동기를 갖지 않는다. 정보를 수집하는 데 비용이 든다는 건 무엇을 뜻할까 정보경제학자로 알려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에 따르면, 정보에 비용이 따르는 한, 주식시장이든 보험시장이든 은행 대출시장이든 그 시장은 ‘불완전한 정보’라는 특징을 지닌다. 불완전하고 비용이 드는 정보, 이는 시장경제의 현실이다. 그래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경제 문제를 ‘희소성’보다는 차라리 ‘정보’ 문제라고 주장한다.
인류가 개발한 가장 성공적인 상품이라는 보험을 보자. 보험시장은 위험을 거래하는 대표적 시장이다. 상대적으로 ‘위험 애호적’인 보험회사는 위험을 사고, 상대적으로 ‘위험 기피적’인 보험가입자는 위험을 판다. 보험이란 사람들이 자기 행동의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됨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에 들고 나면 사고를 피하려는 유인이 줄어든다. 모든 사람들이 더 부주의해진다면 사고는 더욱 자주 일어날 것이고 보험료는 인상될 것이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이런 보험시장의 특징에서 유래된 말이다. 도덕적 해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정보경제학의 설명에 따르면 그 원인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다. 한쪽은 정보의 일부 혹은 전부를 갖고 있고 다른 쪽은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는 등 거래 당사자 사이에 정보의 차이(비대칭)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뭔가를 팔려고 애쓰는 사람한테서는 별로 사고 싶지 않은 것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중고차를 실제 가치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사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화재보험의 경우 불이 날 확률을 보험회사가 사전에 확정적으로 알 수 없고, 보험가입 이후 불이 날 확률이 달라질 수도 있다. 위험이 완전히 제거된 보험상품의 가입자는 자기 집에 대한 화재 예방 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가입자의 행동을 완전히 파악하고 일일이 감시하면서 통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는 화재확률의 시장평균값을 갖고 보험계약을 제시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시장평균값보다 낮은 화재확률을 지닌 고객은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고 가입하지 않고, 높은 화재확률을 지닌 고객은 보험료가 싸다고 생각해 이들만 보험에 가입한다. 자연히 불량 가입자만 늘어나고 보험사는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결국 보험상품은 매력을 잃는다. 자동차보험에서 책임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것은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려는 조처라고 할 수 있다. 의료보험에서 일정한 자기부담금을 내도록 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만 건강보험공단이 보상해주는 것도 보험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시장평균값 외에 가입자의 특성에 따라 사고확률을 최대한 구분하는 작업은 보험회사의 영원한 숙제다. 그러려면 보험회사는 최대한 정보 수집에 나서야 한다.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화재보험은 ‘실손보상 및 이득금지 원칙’을 적용해 보험금이 실제 발생한 손실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단란주점, 노래방, 슈퍼마켓 등 업종에 따라 보험료율을 달리하고 보험대상 물건이 있는 건물 안에 화재에 노출된 다른 업소가 있는지 등까지 정보를 수집한다. 삼성화재 황승목 부장은 “보험사마다 평균적인 정상인을 가정하고 기본 보험요율을 책정하지만, 의도적으로 지병을 숨기는 의심쩍은 가입자를 찾아내기 위해 특수조사팀을 두고 있다.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선량한 고객들이 당하는 보험료 인상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험회사는 정보 수집의 책임을 보험설계사와 대리점에 분산시키기도 한다. 설계사가 받아온 보험계약들의 사고율이 평균보다 높으면 그 설계사한테 주는 수수료를 깎고, 더 적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정보는 엿볼 수 없을 때 가치를 지닌다
거래자들이 정보수집의 유인을 가지려면 시장에 정보가 완전하게 유포되어 있으면 안된다. 정보수집에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거나, 돈을 들여 정보를 수집한 사람의 모든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엿볼 수 있다면 정보를 갖고 있는 쪽은 아무런 이득도 볼 수 없다. 은행의 기업대출 시장에서 나타나는 ‘무임승차’ 현상을 보자. 은행들은 외부감사를 받는 외감기업과 그렇지 않는 비외감기업, 중소 자영업자를 위한 소호(SOHO) 대출 등으로 나눠서 대출 신용평가를 한다. 재무제표가 공개되는 외감기업은 재무지표에 의존해 대출을 해주지만, 비외감기업은 계량지표뿐 아니라 심사자의 주관적 견해와 판단 같은 비재무적 사항들(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의 안정성, 수요 패턴, 경영진의 경영능력 등)도 중요한 정보가 된다. 신한은행 중소기업지원부 조대희 차장은 “비외감기업은 재무지표와 비재무지표를 5 대 5 정도로, 소호대출은 2 대 8 정도까지 비재무지표에 의존해 대출 여부와 대출금, 금리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비외감기업의 경우, 한 은행이 그 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 분석· 평가해 돈을 빌려주기 시작하면 곧바로 다른 은행들까지 나서서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대출세일을 벌이곤 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비용을 들여 어떤 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대출을 해주면 다른 은행들이 ‘저 은행이 대출해주는 걸 보니 안전한 기업인가보다’ 하면서 정보 비용도 들이지 않은 채 무임승차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우량기업’ 대출시장에서만 은행들간의 치열한 땅 따먹기식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면에는 정보를 공짜로 이용하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정보경제학자로 알려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그에 따르면 정보에 비용이 따르는 한 그 시장은 ‘불완전한 정보’라는 특징을 지닌다.(한겨레)
인류가 개발한 가장 성공적인 상품이라는 보험을 보자. 보험시장은 위험을 거래하는 대표적 시장이다. 상대적으로 ‘위험 애호적’인 보험회사는 위험을 사고, 상대적으로 ‘위험 기피적’인 보험가입자는 위험을 판다. 보험이란 사람들이 자기 행동의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됨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에 들고 나면 사고를 피하려는 유인이 줄어든다. 모든 사람들이 더 부주의해진다면 사고는 더욱 자주 일어날 것이고 보험료는 인상될 것이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이런 보험시장의 특징에서 유래된 말이다. 도덕적 해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정보경제학의 설명에 따르면 그 원인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다. 한쪽은 정보의 일부 혹은 전부를 갖고 있고 다른 쪽은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는 등 거래 당사자 사이에 정보의 차이(비대칭)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뭔가를 팔려고 애쓰는 사람한테서는 별로 사고 싶지 않은 것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중고차를 실제 가치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사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화재보험의 경우 불이 날 확률을 보험회사가 사전에 확정적으로 알 수 없고, 보험가입 이후 불이 날 확률이 달라질 수도 있다. 위험이 완전히 제거된 보험상품의 가입자는 자기 집에 대한 화재 예방 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가입자의 행동을 완전히 파악하고 일일이 감시하면서 통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는 화재확률의 시장평균값을 갖고 보험계약을 제시하게 마련이다.

사진/ 한 은행의 전담창구에서 금리 조건을 상담하는 모습. 은행은 비용을 들여 대출기업의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