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설립 30주년 ‘영일만의 신화’… 새로운 목표는 획기적 신기술 개발
포스코가 포항에 제철공장을 처음 지을 때 공장 건설 업무를 지휘했던 사무소를 포스코 직원들은 ‘롬멜하우스’라고 불렀다. 2차대전 당시 ‘사막의 여우’라고 불리던 독일 ‘롬멜’ 장군의 이름을 딴 이유는 공장 터가 된 영일만의 모래벌판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장을 짓는 일이 실로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음을 엿보게 해주는 별칭이기도 하다.
포스코의 공장 건설 작업은 끝없는 공기 단축의 역사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71년에 장마로 열연공장의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3개월이나 늦어졌다. 그러자 2개월 동안 철야작업을 한 끝에 5개월치의 콘크리트를 타설함으로써 전체 공기를 1개월이나 단축시키기도 했다”고 당시 이야기를 전했다. 38개월이 걸린 1기 설비 건설 이후 포스코는 비슷한 규모의 2기 설비를 2년6개월 만에, 1·2기 설비의 2배가 넘는 3기 설비는 2년5개월 만에 지어냈다.
파이넥스 기술 상용화 눈앞에
포스코가 열연공장과 중후판공장, 용광로 등 모두 22개 공장으로 구성된 1기 설비를 짓는 데는 연인원 581만명이 투입됐으며, 경부고속도로를 짓는 데 든 돈의 3배나 되는 1205억원이 들어갔다. 포스코의 설립은 우리나라가 조선산업 세계 1위, 가전 2위, 자동차 6위의 공업국가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틀이 됐다. 그 포스코가 1973년 일관제철소 1기 설비를 준공한 지 7월3일로 30년이 됐다. 1기 설비 완공 당시 연산 103만t이던 조강생산 능력은 이제 연산 2800만t 수준으로 늘어났다. 세계 철강기업 가운데 4번째로 많다. 그러나 포스코는 이제 더 이상 속도와 규모에 매달리지 않는다. 포스코의 새로운 목표는 세계 철강사를 새로 쓸 만큼 획기적인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지난 1세기 동안 세계 철강업계가 채택해온 쇳물(용선) 제조공정은 ‘고로’ 제철법이다. 고로 공법은 높이 100여m의 고로 위쪽에서 철광석과 코크스(유연탄을 고온으로 구운 것)를 집어넣고 아래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어 쇳물을 녹여내는 것이다. 철광석은 철 성분의 함유량이 30~70%인 암석을 말하는데, 철의 함유량이 높고 덩어리 형태로 된 고품질의 철광석(괴광)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고로 공법은 가루로 된 철광석(분광)을 일정한 크기로 뭉치는 소결과정을 거쳐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 원료탄을 고열에서 굽는 코크스 공정도 거쳐야 한다. 고품질의 철광석이 갈수록 줄어들고,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엄격해지고 있어 석탄을 많이 쓰는 이런 공법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 개발은 세계 철강업계의 공통된 과제다.
고로 공법을 대체해 현재 상업적인 생산을 하고 있는 제철 공법은 ‘코렉스’ 공법이 유일하다. 코렉스 공법은 덩어리 상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해 소결 및 코크스 공정을 생략할 수 있다. 문제는 비싼 원료를 사용해야 하고, 제조 공정 중 발생하는 가루 철광석과 석탄 처리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지난 1995년부터 60만t 규모의 코렉스 설비를 가동하고 있지만,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코렉스 설비로 공장을 짓다가 부도를 낸 한보철강이 공장을 완공했다 하더라도 수익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포스코의 판단이다. 고로를 대체하면서도 코렉스 공법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 ‘파이넥스’ 공법이다.
파이넥스 공법도 소결 및 코크스 공정을 거치지 않고 가루 철광석과 석탄을 직접 사용해 쇳물을 녹여낸다. 포스코는 지난 92년 오스트리아 푀스트 알피네사와 공동으로 파이넥스 공정을 연구하기 시작해, 지난 99년부터 파이넥스 파일럿 플랜트를 가동해왔다. 이 설비를 이용해 파이넥스 공정의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해온 포스코는 파이넥스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한 마지막 전 단계로 연산 60만t 규모의 시험 설비를 지어, 지난 5월 말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원천기술 해외에 수출할 수도
파이넥스 공법의 경쟁력은 설비 투자비가 고로 공법과 별 차이가 없으면서도 쇳물 제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데 있다. 포스코쪽은 “파이넥스의 쇳물 제조비용은 고로의 85% 수준이다”고 말했다. 공정이 환경친화적이라는 점도 파이넥스 공법의 커다란 장점이다. 환경오염 물질인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고로 공법의 각각 6%, 4%, 85%에 불과하다.
현재 포스코는 파이넥스 설비의 가동률이 고로의 97%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비 엔지니어링 기술을 개발 중이다. 궁극적 목표는 연산 300만t 규모의 대형 고로보다 경쟁력이 높은 파이넥스 공법을 완성하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시험용 플랜트 설비가 조업에 성공할 경우, 현재 연산 60만t인 생산량을 100만t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2005년까지는 상용화 기술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디오스(DIOS), 오스트레일리아의 하이스멜트 등 해외 철강업체들도 각자 환경친화적 제철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파이넥스 공법보다는 개발이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포스코가 파이넥스 공법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면 포스코의 노후 설비를 대체할 뿐 아니라, 원천기술을 해외에 수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소형 규모의 설비를 보유 중인 해외 철강업체들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원가경쟁력도 높은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정 상용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작전을 하듯 건설된 포스코가 이제 장년을 맞아 세계 철강산업 100년 역사를 바꿀 혁명적 전환점을 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1973년 6월9일 아침, 1기 제철공장 용광로에서 쇳물이 쏟아져 나오자 환호하는 직원들. 공장을 지은 일은 실로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포스코가 열연공장과 중후판공장, 용광로 등 모두 22개 공장으로 구성된 1기 설비를 짓는 데는 연인원 581만명이 투입됐으며, 경부고속도로를 짓는 데 든 돈의 3배나 되는 1205억원이 들어갔다. 포스코의 설립은 우리나라가 조선산업 세계 1위, 가전 2위, 자동차 6위의 공업국가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틀이 됐다. 그 포스코가 1973년 일관제철소 1기 설비를 준공한 지 7월3일로 30년이 됐다. 1기 설비 완공 당시 연산 103만t이던 조강생산 능력은 이제 연산 2800만t 수준으로 늘어났다. 세계 철강기업 가운데 4번째로 많다. 그러나 포스코는 이제 더 이상 속도와 규모에 매달리지 않는다. 포스코의 새로운 목표는 세계 철강사를 새로 쓸 만큼 획기적인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사진/ 투자비가 고로 공정과 별 차이가 없으면서도 쇳물 제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파이넥스 설비. 성공하면 원천기술을 해외에 수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위). 제철소 건설현장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앞줄 맨 오른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