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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자에 목마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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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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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시대 맞아 주가지수나 환율 변동에 따라 추가금리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들

금리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6월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은행에 신규로 들어온 저축성 예금의 평균금리는 연 4.22%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3%라고 가정하면 실질금리는 1% 수준이다. 여기에다 세금까지 내고 나면 실질금리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일러스트레이션 | mqpm서영경
저금리는 요즘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들었고, 미국도 연방기금 금리가 1%에 불과하다. 금리가 이렇게 낮은 것은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 돈을 쓰려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금리가 떨어지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여러 나라의 실질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5월 산업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등 우리 경제도 본격적인 침체로 접어드는 모습이어서, 당분간 금리가 올라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투신사에 이어 은행들도


이런 가운데 금융기관들이 원금은 보장하면서도 주가지수나 환율 움직임에 따라 시장금리에 추가금리를 얻을 수 있는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 4월 첫선을 보인, 증권·투신사의 주가연계증권(ELS·Equity-linked Securities)이 국내에서는 원조라고 할 수 있다. ELS는 고객이 맡긴 자산의 상당부분을 우량채권에 투자해 안정적 투자수익을 얻으면서, 자산 일부를 옵션 등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해 추가수익을 노리도록 설계돼 있다. 고객이 원금을 ‘보존’받는 원리는 간단하다. 파생금융상품 투자에서 손실을 입더라도 그 손실 규모가 우량채권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고객이 일부 원금 손실을 각오한다면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비율을 더 늘려 더 높은 수익을 노릴 수도 있다.

은행들도 원금은 보장하면서 주가지수가 오를 경우 고금리를 적용해주는 예금상품을 팔고 있다. 하나은행이 6월 말 한시판매한 ‘하나 지수플러스 정기예금’은 주가지수(KOSPI200)가 0~30% 오르면 연 10%의 이자를 주고, 30% 넘게 오르면 연 3%를 적용하는 범위형, 10% 이상 오를 때 연 8.5%를 주는 안정형, 예금기간 중 장중 지수가 한번이라도 15% 이상 오르면 연 4.35%를 보장하는 조기수익보장형 등 여러 형태가 있다.

그런데 이런 상품설계를 보노라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을지 모른다. 주가지수가 30% 미만으로 오르면 연 10% 이자를 주면서 30% 넘게 오르면 왜 연 3%밖에 안 주는가 하는 점이다. 어떤 곳은 주가지수가 떨어지면 추가금리를 주는 상품도 판다. 이는 ‘옵션’ 거래가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 때문이다.

사진/ 증권·투신사뿐 아니라 은행들도 주가지수가 오를 경우 고금리를 적용해주는 예금상품을 팔고 있다.
‘옵션’이란 주가지수나 달러 등을 만기 때 미리 정한 값으로 사거나(콜옵션), 팔(풋옵션)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콜옵션을 사면 계약 때 정한 것보다 값(지수·환율)이 오를 경우 득을 본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지수는 78인 상황에서 80에 콜옵션을 샀는데, 만기 때 주가지수가 82로 오르면 2포인트만큼 수익을 얻는다. 물론 주가지수가 80 이하에 머물면 콜옵션은 ‘꽝’이 된다. 사는 데 든 돈만큼 손실을 본다. 반대로 풋옵션을 매수하는 것은 주가지수가 떨어질 때 득을 보기 위한 것이다.

콜옵션이든 풋옵션이든 매수자가 있으면 매도자도 있게 마련이다. 매수자는 옵션을 살 때 한번 비용을 치르면, 손실이 아무리 커져도 최초 비용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매도자는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현재 주가지수 77에 콜80을 매수했다고 보자. 만기에 주가지수가 79에 머물면 매수자는 아무런 득이 없다. 매도자는 그만큼 돈을 번다. 그런데 주가지수가 90까지 올랐다면 매도자는 80과 90의 차이만큼을 콜옵션 매수자에게 넘겨줘야 한다. 매수자의 경우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손실은 제한되고, 매도자는 수익을 내기는 쉽지만 지수가 급변하면 손실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추가금리는 공짜가 아니다

콜옵션과 풋옵션, 매수와 매도를 적절히 결합하면 주가지수 변동에 다양하게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지수가 80인 상황에서 75에 콜옵션을 매수하고 85에 콜옵션을 매도하면 지수가 75~85 사이에서 움직이는 한 무조건 돈을 벌게 된다. 물론 지수가 75 이하로 떨어지거나 85 이상으로 오르면 손실을 입는다. 앞에서 하나은행이 지수가 0~30% 오르면 추가금리를 많이 주면서 30% 이상 올라버리면 시장금리보다 더 적게 이자를 주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주가지수만이 아니라 환율과 연계해 원금은 보장하면서 환율 변동에 따라 추가금리를 주는 금융상품도 있다. 외환은행은 고객들이 만기 때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예측해 다양한 추가금리를 얻을 수 있는 정기예금 상품을 팔고 있다. 안정상승형은 1% 넘게 오르면 연 7.0%의 이자를 주지만, 예측이 틀리면 원금만 보장받는다. 또 환율이 3% 이내에서 변동한다고 예측한 상품은 예측이 맞으면 연 7.3%의 이자를 주고 환율 변동이 그보다 크면 원금만 보장한다. 이들 상품 또한 옵션거래를 적절히 활용한 것이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런 상품에 투자하면 반드시 추가금리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추가금리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그것은 금융기관들이 고객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자의 일부를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에 투자해서 생기는 것이다. 고객의 처지에서 보면, 추가금리를 얻는다는 기대와 동시에 시장금리보다 낮은 이자를 받게 될 위험을 지는 일이다. 고객은 단지 주가가 오를 것이냐, 내릴 것이냐, 오른다면 얼마나 오를 것이냐를 판단해 상품을 고를 수 있을 뿐이다. 무릇 고수익을 얻으려면 그만한 위험을 져야 하는 법이다. 추가금리 수준이 높은 상품일수록 실제 추가금리를 얻을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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