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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침략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미국은 바라던 대로 석유를 손에 넣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앞으로 중동에 평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미국에 대한 아랍의 반감이 더 증폭돼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석유전쟁>은 최신판 중동의 정치·경제·사회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쓴 외교통상부 중동과 정기종 서기관은 1978년 외교관으로 일을 시작해 그동안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등 중동에서 모두 12년을 보낸 중동 전문가다. 지난 4월17일 출발한 이라크 파병 선발대를 지원하기 위해 쿠웨이트에 다녀오기도 했다.
지은이는 “중동은 마치 세개의 발에 의해 지탱되는 솥에 비유할 수 있다. 이슬람과 석유, 국왕이 바로 세개의 발인데 불행히도 모두 흔들리고 있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물론 세개의 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은 석유다. 그는 “10년이면 소진되는 미국 내 유전에 비해 중동의 석유자원은 앞으로 100년 이상 채굴할 수 있다. 석유가 없는 미국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라크의 석유가) 탐이 날 수밖에 없다”는 말로, 이번 이라크 전쟁의 성격을 분석한다.
하지만, 석유전쟁은 이번으로 결코 끝이 아닐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2010년 무렵부터 세계의 석유 채굴량은 감소하기 시작한다. 제한된 석유를 둘러싼 각국의 치열한 쟁탈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 서기관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금융과 군사력 중심의 산업구조로 변화시켜가고 있다”며, 앞으로 닥칠 위기를 우리는 어떻게 타개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 진지하게 묻는다. 이슬람이라는 종교,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활동, 그리고 미국·이스라엘로 대표되는 서구 기독교 세계와 갈등관계의 이면을 다룬 부분도 중동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관심을 끌 만하다.
<석유전쟁>, 정기종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신국판 284쪽, 1만원.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석유전쟁>, 정기종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신국판 284쪽, 1만원.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