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과 같은 성격의 보장을 하면서 보장기간만 제한…훨씬 싼 보험료로 인기 끌어
생명보험 시장에서 요즘도 가장 인기를 끄는 보험상품은 종신보험이다. 지난 2000 회계연도에 1조679억원이던 종신보험 수입보험료는 2001 회계연도에는 4조275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 말 사이에도 6조733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5%가 늘었다. 적자에 시달리던 보험사를 지난해 일거에 흑자로 돌려놓은 효자상품이 바로 종신보험이다. 종신보험 가입자는 지난 3월 말 현재 578만명, 납입보험료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개인보험 부문의 35.5%를 차지할 정도다.
종신보험의 인기 비결
외국계 보험사들이 종신보험을 처음 내놓은 것은 10여년 전 일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종신보험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하반기부터라고 할 수 있다. 고금리 보험상품을 팔던 보험사들이 금리하락으로 역마진이 우려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너도나도 종신보험을 개발해 공격적 판매에 나선 것이다. 계약자쪽에서도 종신보험은 기존의 보험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대개의 보험상품이 재해나 암 등 특정질병으로 사망한 때만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종신보험은 사망원인에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지난 뒤부터는 계약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한다. 한국인의 사망원인에 대한 통계청 자료(2001년)를 보면 재해와 암이 원인이 아닌 경우가 60~70%를 차지하는데, 종신보험은 어느 경우에든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를 끈 비결이었다.
하지만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비싸다는 게 큰 부담이다. 금리가 높던 시절에는 10만원 안팎의 보험료만으로 상당한 보장을 받는 종신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금리가 떨어지면서 보험료가 많이 올라버렸다. 생명보험협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종신보험 보험료를 비교해보면 30살 남자가 주보험금 1억원(재해사망특약 1천만원)짜리에 가입할 경우 보장에 따라 매달 15만~20만원의 보험료를 15년 동안 내야 한다. 40살 가입자라면 보험료가 22만~25만원가량이나 된다. 요즘에는 납입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는 일시납이나 1년 동안 낼 보험료를 한번에 내는 연납계약이 증가하면서 계약건당 보험료가 32만원을 넘는다. 보험료 부담을 줄이면서도 종신보험처럼 사망시나 질병에 걸렸을 때 확실한 보장을 받을 길은 없을까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싶지만 보험료가 너무 비싸 망설이는 이들을 겨냥한 새 보험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정기보험’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정기보험이란 보장기간이 정해진 모든 보험을 말한다. 그러나 요즘 ‘정기보험’이란 이름이 붙은 보험상품은, 종신보험과 같은 성격의 보장을 하면서 보장기간만 제한된 보험을 말한다. 자녀 나이에 따라 가입기간 정해
정기보험은 보장기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종신토록 보장을 받는 종신보험보다 보험료가 매우 싸다. 생명보험협회 홍보팀 류제상 주임은 “종신보험의 경우 계약자가 언젠가는 사망하기 때문에 사망보험금을 감안해 보험료를 책정하게 된다. 반면 정기보험은 보장기간 안에 사망할 확률만 따져 보험료를 정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훨씬 싸진다”고 설명했다. 정기보험은 계약자의 신상에 문제가 생길 경우 유족에게 필요한 생활비가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교육비 등으로 한창 생활비가 필요한 시기에 가장이 사망할 경우 유족이 입는 타격은 자녀가 성장한 뒤 사망할 경우에 입는 타격보다 매우 크다. 따라서 보장이 꼭 필요한 시기를 선택해 적은 돈으로 보험에 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미 종신보험에 들었으나 보험료 부담 때문에 보장을 낮게 설계한 경우 정기보험을 통해 보완하기 위해 정기보험에 드는 사람들도 있다. 보험사들은 종신보험의 판매증가세가 둔화되자 새 틈새상품으로 정기보험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내놓고 있다.
현재 생명보험사들이 판매 중인 정기보험 상품은, 35살 남자가 60살까지 보장을 받고 사망 때 받는 주계약 보험금이 1억원인 경우 매달 5만원 안팎의 보험료를 20년간 납입하게 돼 있다. 상품 이름에 ‘정기보험’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어 종신보험과는 뚜렷이 구분된다. 정기보험의 가입연령은 15~60살까지가 일반적이고, 일부 생명보험사는 65살까지 가입을 받아준다. 보장기간은 보통 5년, 10년, 20년 등으로 돼 있다. 자녀가 20대 후반에 자립할 수 있다고 가정할 경우 자녀가 10살이면 20년 만기, 20살이면 10년 만기 등으로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보험기간이 길수록, 특약을 많이 추가할수록 보험료는 비싸진다. 보험가입 한도는 대개 10억원까지이고, 그 이상 가입이 가능한 회사도 있다.
대부분의 정기보험은 정해진 기간 동안 보장을 받은 뒤 계약이 끝나기 전에 종신보험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종신보험으로 전환할 때는 계약자의 건강상태를 따로 따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암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도 종신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다. 다만 종신보험으로 전환할 때 피보험자의 나이가 65살을 넘거나 보험료 납입기간이 10~20년으로 긴 경우 만기를 앞두고 2년 이내에는 전환하지 못한다는 조건을 단 경우가 많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현재 정기보험을 판매 중인 보험사는 12곳이다. 1991년부터 종신보험의 틈새상품으로 정기보험을 개발해 판매한 푸르덴셜생명이 국내에서는 원조다. 푸르덴셜의 정기보험은 1년, 5년의 보장기간으로, 만기 때 건강상태와 관계없이 보험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재해 사망·상해, 입원, 암, 수술, 특정질병, 잔여수명에 따른 보험금 지급, 사후정리 특약 등을 덧붙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ING생명이 올 들어 텔레마케팅 전용으로 내놓은 ‘다이렉트 정기보험’은 주계약을 5천만원으로 가입한 경우에도 재해로 사망하면 1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일반사망의 경우에는 사망 시점의 나이가 40살 미만이면 5천만원, 40살 이상 50살 미만이면 7천만원, 50살 이상 계약 만기 전에는 1억원을 지급한다. 물론 이 상품도 고객이 원할 때는 별도의 진단이나 절차 없이 종신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다.
계약만료 뒤 환급 못 받아
삼성생명이 판매하는 ‘삼성정기보험’은 피보험자가 흡연을 하지 않고, 혈압·심전도에 문제가 없는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주보험료를 10~2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또 피보험자의 잔여수명이 6개월 이하로 판명되면 사망보험금의 50%까지(1억원 한도) 미리 지급한다. 동부생명의 ‘베스트정기보험’은 20∼30대를 겨냥해 상품을 설계했다고 한다.
이 밖에 알리안츠생명(알리안츠정기보험), 흥국생명(원더풀정기보험), SK생명(SK정기보험), 동양생명(골든라이프정기보험), 메트라이프생명(메트라이프정기보험), 신한생명(신한정기보험), PCA생명(스마트정기보험), 금호생명(퍼펙트정기보험)이 정기보험을 팔고 있다. 이들 정기보험은 대부분 ‘소멸성’ 보험이다. 즉, 피보험자가 계약만료 때까지 생존해 있으면 보험금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납입한 보험료를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다만 금호생명의 ‘퍼펙트정기보험’만은 만기환급형이다. 계약만료 때까지 생존해 있는 경우 특약보험료를 제외하고 주보험료 전액을 돌려준다. 이 때문에 보험료는 다른 회사의 보험상품보다 2배가량 비싸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종신보험에 들고 싶지만 보험료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보험료가 싼 정기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비싸다는 게 큰 부담이다. 금리가 높던 시절에는 10만원 안팎의 보험료만으로 상당한 보장을 받는 종신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금리가 떨어지면서 보험료가 많이 올라버렸다. 생명보험협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종신보험 보험료를 비교해보면 30살 남자가 주보험금 1억원(재해사망특약 1천만원)짜리에 가입할 경우 보장에 따라 매달 15만~20만원의 보험료를 15년 동안 내야 한다. 40살 가입자라면 보험료가 22만~25만원가량이나 된다. 요즘에는 납입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는 일시납이나 1년 동안 낼 보험료를 한번에 내는 연납계약이 증가하면서 계약건당 보험료가 32만원을 넘는다. 보험료 부담을 줄이면서도 종신보험처럼 사망시나 질병에 걸렸을 때 확실한 보장을 받을 길은 없을까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싶지만 보험료가 너무 비싸 망설이는 이들을 겨냥한 새 보험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정기보험’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정기보험이란 보장기간이 정해진 모든 보험을 말한다. 그러나 요즘 ‘정기보험’이란 이름이 붙은 보험상품은, 종신보험과 같은 성격의 보장을 하면서 보장기간만 제한된 보험을 말한다. 자녀 나이에 따라 가입기간 정해

사진/ 정기보험 가운데는 보험료를 줄인 텔레마케팅 전용상품도 있다. ING생명보험의 텔레마케터가 고객과 보험가입 상담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