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과정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 적고, 교사들도 재교육이 필요한 상황
올해 고교 2학년까지 확대된 제7차 교육과정을 보면, 인문사회 선택과목(고교 2∼3년)은 ‘정치’, ‘경제’, ‘사회·문화’, ‘한국 근·현대사’ 등 9개 과목이다. 선택과목 가운데 ‘경제’를 배우겠다고 한 학생은 얼마나 될까 선택과목 현황은 우리 사회의 ‘경제교육 붐’과 전혀 딴판이다. 전북을 보자. 전북도 내 159개 고교 가운데 경제관련 교과목을 개설한 학교는 ‘경제’ 29개교, ‘생활경제’ 23개교, ‘경제지리’ 8개교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문화는 86개교, 한국 근·현대사 69개교, 한국지리 67개교 등으로 조사됐다. 9개 선택과목 선호도에서 경제관련 3개 과목이 차례로 꼴찌를 기록했다.
대부분 점수 따기 쉬운 과목 선택
기업·정부·금융기관마다 “경제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라며 경제교육을 부르짖지만 실제 학교현장에서 경제는 찬밥신세다. 골치 아픈 경제 대신 점수따기 쉬운 사회·문화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금 등 기초생활경제 지식조차 제대로 모르는 시민을 양산한다. 올 초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가 전국 25개 고교 재학생 26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교생들의 경제 이해력은 55.7점(100점 만점)으로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과목을 수강한 학생(평균 57.8점)과 수강하지 않은 학생(평균 56.6점) 간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경제정보센터쪽은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경제 정보·지식을 충족하는 데 학교교육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경제담당 교사들이 대학에서 경제를 전공과목으로 수강한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청소년뿐 아니라 가르치는 교사의 경제교육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범대 사회교육과를 나온 경제담당 교사들이 대학시절에 배운 경제원론 수준만으로 살아 있는 경제교육을 전달하기에 버겁다는 얘기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정호 연구위원은 “부모들이 돈내서 자기 아이한테 경제를 사교육시키도록 할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 교사들에 대한 재교육과 연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의 경제교육 부실을 반영하듯, 학생들이 경제 정보·지식을 얻는 주요 통로는 학교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 결과, 고등학생의 47%가 TV·라디오 등 방송매체를 통해 경제지식을 얻고 있었고, 신문·잡지는 23.5%, 교과서·참고서는 10.8%에 그쳤다. 경제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끌려면 교과과정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 천규승 경제교육팀장은 “경제는 일상생활이다. 미국에선 국어시간에도 지문을 통해 기회비용을 공부하고, 수학시간에는 경제수학을 배우는 식으로 통합경제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도 경제과목뿐 아니라 전 교과목에서 경제지식을 가르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가정·사회가 함께 가야
대한상공회의소는 4월3일 ‘청소년 경제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경제를 전공한 전문교사가 부족하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의 교육과정에서 사회과목의 3개 단원(총 80여쪽)만이 경제교육에 할당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7차 교육과정이 경제교육 강화를 내걸었지만 과목 간 영역다툼으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중학교 사회 교과서는 지리·역사·일반사회가 통합돼 있다. 일반사회도 경제·정치·사회문화·법이 포함돼 있는데, 경제 이외의 다른 분야 집필진이 왜 우리 영역은 중요하지 않느냐며 반발했다”고 말했다.
경제는 초등학교 3학년 사회과목부터 등장하지만 경제가 별도 교과목(선택)으로 독립하는 건 고교 2학년부터다. 교육부 관계자는 “신용카드 불량자 급증이 어릴 때 조기 경제교육을 시키지 않아서라는데, 영어도 조기교육, 경제도 조기교육 식으로 모두 학교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아이들을 집에 보내지 말고 공부만 시키라는 얘기냐”고 말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부분과 가정과 사회의 경제교육이 함께 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학교 바깥의 경제교육은 ‘부자 만들기’로 흐르고 있고, 부모들은 대부분 ‘경맹’(經盲·Financial illiteracy)이고, 학교 교사조차 경제 재교육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경제교육에 목말라 하지만 정작 흥미를 찾지 못하는 학생들만 안타깝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초등 4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의 경제분야 중 한쪽.
특히 경제과목을 수강한 학생(평균 57.8점)과 수강하지 않은 학생(평균 56.6점) 간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경제정보센터쪽은 “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경제 정보·지식을 충족하는 데 학교교육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경제담당 교사들이 대학에서 경제를 전공과목으로 수강한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청소년뿐 아니라 가르치는 교사의 경제교육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범대 사회교육과를 나온 경제담당 교사들이 대학시절에 배운 경제원론 수준만으로 살아 있는 경제교육을 전달하기에 버겁다는 얘기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정호 연구위원은 “부모들이 돈내서 자기 아이한테 경제를 사교육시키도록 할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 교사들에 대한 재교육과 연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의 경제교육 부실을 반영하듯, 학생들이 경제 정보·지식을 얻는 주요 통로는 학교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 결과, 고등학생의 47%가 TV·라디오 등 방송매체를 통해 경제지식을 얻고 있었고, 신문·잡지는 23.5%, 교과서·참고서는 10.8%에 그쳤다. 경제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끌려면 교과과정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 천규승 경제교육팀장은 “경제는 일상생활이다. 미국에선 국어시간에도 지문을 통해 기회비용을 공부하고, 수학시간에는 경제수학을 배우는 식으로 통합경제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도 경제과목뿐 아니라 전 교과목에서 경제지식을 가르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가정·사회가 함께 가야

사진/ 고교 경제 교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