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류 첨가제 ‘세녹스’와 석탄액화연료 ‘쏠렉스’에 대한 과세 논란
지난 4월2일 재정경제부는 교통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행정절차법은 대통령령을 개정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일간 찬반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재경부는 이번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줄였다. 그렇게 급히 시행령을 개정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란 무엇이었을까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교통세를 매기는 범위에 대한 것이다. ‘석유제품·유사 석유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휘발유·경유의 대체유류’가 개정안에 새로 포함되는 과세대상이다. 표현은 어렵지만, 개정안에 담긴 뜻은 간단하다. 지오에너지라는 한 중소기업이 수입해 3월24일 온산항까지 들여온 석탄액화연료 ‘쏠렉스’의 국내 판매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 이 회사의 제조법인인 프리플라이트가 지난해부터 생산해 판매 중인 ‘세녹스’에 대해 확실한 과세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제조원료 공급까지 막아
종업원이 각각 20여명에 불과한 이들 두 중소기업과 정부 사이에 다툼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6월, 프리플라이트가 휘발유에 첨가해 쓰는 세녹스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세녹스는 그 전에 나온 첨가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처음부터 시비의 소지가 많았다. 기존 첨가제가 자동차 기름탱크에 가득 휘발유를 넣은 뒤 500㎖ 1통을 넣으면 충분하고 값도 휘발유보다 매우 비쌌던 데 비해, 세녹스는 휘발유에 40%까지 섞어쓸 수 있고 값도 휘발유보다 쌌기 때문이다. 첨가제지만 사실상 연료 구실도 했다.
프리플라이트는 환경부로부터 ‘첨가제’로 검사 합격 판정을 받았다는 점에 기대어 생산을 시작했다. 현행 세법상 휘발유에는 교통세를 포함해 각종 세금이 ℓ당 860원가량 붙는다. 반면, 첨가제는 출고가의 10%인 부가가치세만 내면 된다. 프리플라이트가 휘발유보다 300원가량 싼 990원에 세녹스를 판매하고 나선 것도 교통세를 낼 근거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기름값이 오르면서 세녹스는 소비자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그대로 두면 세녹스에 휘발유 시장의 상당부분을 빼앗길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세녹스 출시 전부터 문제를 삼던 산업자원부는 급기야 지난해 6월 회사 대표를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세녹스는 유사 석유제품으로, 흔히 말하는 ‘가짜 휘발유’라는 것이었다. 산자부는 같은 내용을 국세청에도 통보해, 세녹스에 휘발유와 같은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목포세무서가 지난해 6월부터 연말까지 프리플라이트에 매긴 세금은 100억원가량이다. 그동안 회사의 매출액보다 10억원가량 많다. 물론 회사쪽은 세금을 낼 근거가 없다며 공장 등 자산을 담보로 처음부터 납부 유예를 신청했다. 이어 지난 1월 말 국세심판원에 “세금부과가 부당하다”며 심판을 청구하고 생산을 계속했다. 세녹스 판매가 멈출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더욱 늘어나자, 산자부는 더욱 강경한 조처를 취했다. 3월19일 세녹스 제조원료를 공급하는 회사들에 원료 공급을 못하도록 ‘조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원료 공급을 통제하고서야 세녹스 생산은 줄어들었다.
산자부 고발사건은 검찰이 지난해 10월 회사 대표 등을 기소함으로써, 현재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언제쯤 최종적 판결이 나올지는 어림잡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재경부가 교통세법 시행령 개정에 나선 것은 앞으로 세녹스나 이와 비슷한 제품에 대해 교통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확실히 해두자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시행령 개정안이 문제없이 발효된다면 세녹스의 생산과 판매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가짜 휘발유 대체에너지
정부의 시각처럼 프리플라이트는 세법상 허점을 노려 폭리를 취하기 위해 어설픈 가짜 휘발유를 만든 것일까 프리플라이트는 2000년 초 대체연료 개발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설립됐다. 회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고, 대불공단에 입주하면서 전라남도에서 4억3천만원의 정착지원자금도 받았다”고 강조한다. 회사쪽은 처음에는 알코올을 60%가량 함유한 대체연료를 개발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알코올을 주성분으로 한 연료에 대해 산자부가 ‘유사 석유제품’에 해당한다고 발목을 잡으면서 방향을 틀어야 했다. 프리플라이트가 대체연료 대신 알코올 10%가 함유된 세녹스로 눈을 돌린 것은 ‘첨가제’로 승인받으면 가짜 휘발유라는 지적을 피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세녹스의 성분은 메틸알코올 10%, 톨루엔 10%, 그리고 석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솔벤트(용재)가 80%가량이라고 회사쪽은 밝혔다. 혼합방법이 중요한 기술이지만, 원료로만 보면 대부분 석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획기적 대체에너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회사쪽이 세법상 허점을 노려 세녹스의 생산과 판매를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회사쪽은 새로 과세 근거를 마련해 휘발유처럼 높은 세금을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세녹스가 원유정제 뒤 나온 부산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유업체들이 원유정제 과정에서 연간 280만t가량의 솔벤트를 생산한다. 그러나 페인트 시장에서 80만t가량 쓰고, 나머지는 하급 기름에 섞여 판매된다. 이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세녹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세녹스가 휘발유보다 환경오염을 크게 줄인 제품이라는 점이다. 회사쪽은 그 근거로 국립환경연구원이 실시한 첨가제 유해물질 검사 성적을 제시했다. 세녹스가 휘발유보다 황화수소를 25%, 일산화탄소를 34.7% 덜 배출한다는 것이다. 회사쪽은 세녹스의 이런 긍정적 측면을 감안해, 설령 교통세를 매기더라도 휘발유보다는 낮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녹스를 놓고 벌어진 프리플라이트와 정부 사이의 갈등은 쏠렉스로 이어졌다. 쏠렉스는 석탄(유연탄)을 정제해 만든 액체연료로 성분이 휘발유와 별 차이가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이란 회사가 원천기술을 가진 쏠렉스는 공정이 원유정제보다 복잡해 제조원가가 휘발유보다 높다. 쏠렉스의 경우도 문제는 세금이다. 쏠렉스를 수입한 지오에너지는 쏠렉스가 현행법상 교통세 부과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ℓ당 990원에 팔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오에너지의 이런 계획은 재경부의 교통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되면 사실상 무산된다. 쏠렉스에 휘발유와 똑같이 교통세를 매긴다면 이미 수입한 완제품의 시중 판매가격이 휘발유값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정안 따르면 물에도 교통세 매겨야
회사쪽이 이에 반발하는 것은 입법예고된 교통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대체에너지 개발 및 보급촉진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 때문이다. 대체에너지법(대체에너지 개발 및 이용보급 촉진법) 제2조 1항은 ‘석탄을 액화·가스화한 에너지’를 대체에너지로 규정하고 있다. 법보다 하위 규범인 대통령령을 개정해 법에 규정된 대체에너지를 휘발유와 똑같이 과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견도 있다. 국회 환경경제연구회 신부식 상임정책위원은 “석탄액화연료를 대체에너지로 규정한 것은 국내 석탄자원의 효율적 사용 및 석탄 관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므로 석탄액화연료를 수입하는 것까지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오에너지쪽은 우선은 완제품을 수입하지만, 2004년부터는 직접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오에너지 관계자는 “북한에는 유연탄이 많기 때문에 석탄액화기술은 남북 경제협력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기술이 확보되면 향후 중국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4월3일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고유가 대비 에너지 기술개발 전략’이란 보고서도 지오에너지쪽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보고서는 당장 중점적 기술개발이 필요한 분야 중 하나로 ‘석탄으로부터 액체연료 생산을 위한 합성가스 전환기술’을 제시했다. 석유는 매장량이 곧 바닥나고 재생 가능한 대체에너지 상용화까지는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매장량이 많은 석탄의 액화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에너지 정책상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경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모든 ‘대체유류’에 대해 교통세를 부과하도록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점도 지오에너지쪽이 반발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개정안대로라면 석탄액화연료만이 아니라, 알코올 연료 등 대체연료도 모두 세금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연구개발 중인 수소 자동차의 액체연료인 물에 대해서도 휘발유와 같은 세금을 매겨야 한다. 지오에너지쪽은 시행령 개정안이 우리나라의 대체연료 개발 노력을 완전히 가로막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수입완제품인 쏠렉스에 대해 교통세를 면제하거나 감면해주는 것은 국가적으로 별 도움될 것이 없다. 그러나 국내기술로 개발된 석탄액화연료에 대해 휘발유와 같은 수준의 교통세를 매기기로 한다면, 국내에서 석탄액화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이뤄지기 어렵게 된다.
대체연료 개발하지 말라는 뜻인가
세녹스·쏠렉스를 둘러싼 논쟁이 복잡해진 것은 휘발유에 아주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우리나라 조세체계와도 관련이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소비 억제를 위해 원유정제 연료에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 특히 자동차가 전체 연료 소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자동차 연료 중 휘발유의 비율이 높아 정부가 세금을 걷는 데 편하다는 점 때문에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극단적으로 높게 책정돼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휘발유값의 67%가량이 세금이다. 휘발유로부터 거두는 세금은 한해 8조원가량이며, 그 중 5조6천억원가량이 교통세다.
문제는 세녹스나 쏠렉스처럼 가짜 휘발유라고 보기 어렵고, 연구개발을 장려할 필요성이 있는 연료에 대해 어떻게 과세해야 하느냐다. 세녹스와 쏠렉스는 그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할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가장 편리한 쪽을 택했다. 교통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그런 제품은 앞으로도 아예 개발이나 생산을 시도하지 말라고 못박은 셈이다. 과세가 좀더 복잡해지더라도 앞날을 내다보고 세법을 만들 수는 없었던 것일까 재경부의 개정안에 대해 지오에너지쪽이 “재벌 소유 정유사의 독점적 기득권을 유지·강화시켜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그래서 여운을 남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목포 대불공단의 세녹스 제조시설. 프리플라이트는 하루 최고 120만ℓ를 생산할 수 있다.

사진/ 세녹스 용기. 연료로 인정받지 못한 세녹스는 도심지나 주거 상업지역에는 전문판매점을 둘 수 없어, 수도권에서는 용기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사진/ 탱크로리에 세녹스를 싣고 있다. 세녹스는 기름값이 상승하는 가운데 휘발유보다 ℓ당 300원가량 싼 990원에 판매돼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