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차별도, 특혜도 없는 ‘남녀평등 회사’ 제일기획은 어떤 곳인가
광고회사 제일기획(사장 배동만)에는 5년 전까지 여성회 모임이 있었다. 여직원들끼리 모여 조직화·세력화한 것인데, 지금은 없다. 여직원 선후배들만 따로 모여 식사하는 자리도 흔치 않다. 모임에 참여하는 여직원 숫자가 대폭 줄었거나 남자직원 또는 회사쪽의 각종 압력을 견디지 못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노사협의회 위원을 뽑을 때도 여직원은 배제됐어요. 그런 차별을 개선하려면 여직원들끼리 똘똘 뭉쳐 단결해야 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어졌어요. 이제 여성 팀장도 많고 여성이 노사협의회 위원으로도 당당히 참여하고 있으니까요.” 제일기획 홍보팀 이정은(30) 차장의 설명이다. 남자직원과 여직원 사이의 불평등이 사라지면서 여성회도 자연스럽게 해체의 길을 밟은 것이다.
차장급 승진 28명 중 11명이 여성
제일기획의 남녀 평등 이념은 이 회사가 최근 제작한 KTF 광고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는 슬로건을 외치며 여성 육사 생도가 등장하는 KTF 육군사관학교편 광고는 사회의 장벽에 도전하는 여성들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다. 이런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광고가 생산되는 배경에는 제일기획의 ‘파란 경영’이 깔려 있다. ‘알을 깨자’라는 의미의 ‘파란’(破卵)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철저히 깨뜨리자는 것인데, 남녀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인사정책은 파란 경영의 한 축을 이룬다.
이렇듯 남녀 평등을 제일로 치는 제일기획이 지난 1일 노동부가 주관하는 ‘남녀고용평등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채용·임금·복리후생·교육·승진 등에서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우수한 여성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흔히 “하늘의 절반을 이고 있으면서도 여성은 아직 인류 최후의 식민지로 남아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제일기획에서는 사실이 아니다. 제일기획 전체 직원(742명) 중 여성은 180명(25%)이다. 광고회사라는 특성을 감안할 때 ‘놀라울 정도로’ 여성이 많다고 하기도 어렵다. 남녀 평등은 숫자가 아니라 승진·교육 등 ‘내용’에서 도드라진다. 최근 사내 인사에서 28명이 차장급으로 승진했는데 그 중 11명이 여성이다. 지난 2000년에는 30대 카피라이터 최인아(42) 팀장을 상무로 전격 발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직까지 여직원은 결혼하면 퇴사하는 게 관례처럼 돼 있고, 임신하면 여러 형태로 퇴사를 종용받는 한국의 풍토에서 제일기획의 기혼 여직원 대우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올해 1년짜리 해외 장기연수를 떠난 사원 10명 중에서 5명이 여성인데, 그 중에서도 3명이 기혼 여성이다. 제일기획 박규식 차장은 “예전에는 본부장들이 장기 연수 대상자로 주로 남자 사원을 추천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점차 여성들한테 밀리는 현상이 나타면서 남자직원들 사이에 반성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혼여성도 일할 맛 난다 광고회사라서 근무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특히 기혼 여성들을 중심으로 각자 사정에 맞게 출퇴근 시간을 한두 시간씩 조정하는 직원이 많다. 육아 부담을 줄여주려는 회사쪽의 배려다. 회사쪽은 또 기혼 여성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감안해 사내 어린이집 개설을 검토하고 있는데, 올해 노사협의회의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다른 사업장들을 보면 출산 여직원의 경우 몇달간의 출산 휴가를 끝낸 뒤 일터로 복귀하지만 제일기획은 지난해 출산 여성 중 50% 이상이 육아 휴직을 썼다. 제작본부의 차장급 남자 간부 1명도 현재 육아 휴직 중이다. 이처럼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양립시키려는 노력도 이번에 남녀고용평등대상을 수상하는 데 한몫했다.
제일기획이라고 여성을 특별히 우대하고 남성을 역차별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남녀에게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똑같이 대우할 뿐이다. 첫 입사자는 남녀 할 것 없이 월급이 똑같다. 남자들의 군대경력을 따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도 없고, 그렇다고 특혜도 없어요. 그러다 보니 남자직원들에 대응해 무슨 조직을 만들 이유가 없어요. 그저 불평등이 없는 직장이죠.” 제작본부의 이유신(36) 국장의 말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제일기획의 팀 회의 장면.(박승화 기자)
이렇듯 남녀 평등을 제일로 치는 제일기획이 지난 1일 노동부가 주관하는 ‘남녀고용평등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채용·임금·복리후생·교육·승진 등에서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우수한 여성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흔히 “하늘의 절반을 이고 있으면서도 여성은 아직 인류 최후의 식민지로 남아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제일기획에서는 사실이 아니다. 제일기획 전체 직원(742명) 중 여성은 180명(25%)이다. 광고회사라는 특성을 감안할 때 ‘놀라울 정도로’ 여성이 많다고 하기도 어렵다. 남녀 평등은 숫자가 아니라 승진·교육 등 ‘내용’에서 도드라진다. 최근 사내 인사에서 28명이 차장급으로 승진했는데 그 중 11명이 여성이다. 지난 2000년에는 30대 카피라이터 최인아(42) 팀장을 상무로 전격 발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직까지 여직원은 결혼하면 퇴사하는 게 관례처럼 돼 있고, 임신하면 여러 형태로 퇴사를 종용받는 한국의 풍토에서 제일기획의 기혼 여직원 대우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올해 1년짜리 해외 장기연수를 떠난 사원 10명 중에서 5명이 여성인데, 그 중에서도 3명이 기혼 여성이다. 제일기획 박규식 차장은 “예전에는 본부장들이 장기 연수 대상자로 주로 남자 사원을 추천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점차 여성들한테 밀리는 현상이 나타면서 남자직원들 사이에 반성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혼여성도 일할 맛 난다 광고회사라서 근무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특히 기혼 여성들을 중심으로 각자 사정에 맞게 출퇴근 시간을 한두 시간씩 조정하는 직원이 많다. 육아 부담을 줄여주려는 회사쪽의 배려다. 회사쪽은 또 기혼 여성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감안해 사내 어린이집 개설을 검토하고 있는데, 올해 노사협의회의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다른 사업장들을 보면 출산 여직원의 경우 몇달간의 출산 휴가를 끝낸 뒤 일터로 복귀하지만 제일기획은 지난해 출산 여성 중 50% 이상이 육아 휴직을 썼다. 제작본부의 차장급 남자 간부 1명도 현재 육아 휴직 중이다. 이처럼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양립시키려는 노력도 이번에 남녀고용평등대상을 수상하는 데 한몫했다.

사진/ 제일기획 로비에 전시된 남녀고용평등대상 상패.(박승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