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의 꿈, 혹은 환상
등록 : 2003-04-10 00:00 수정 :
‘세계 최고의 명문대에서 전 세계 인재들과 함께 석학들의 강의를 들으며 첨단 기업경영을 익힌 뒤 억대 연봉과 보너스를 받고 국제적인 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 경영학석사(MBA) 과정이 한국 직장인들에게 억대 연봉을 거머쥘 수 있는 꿈으로 등장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여전히 MBA는 일에 찌들고 지친 직장인들에게 막연하게나마 하나의 돌파구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아예 MBA만을 목표로 공부하고 취직하겠다는 대학생들이 대거 등장할 만큼 대학가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는 지난 1999년 미국 듀크대학의 세계적인 MBA 과정을 겪은 지은이의 MBA 과정 체험기다. MBA 유학생들이 느끼는 생활과 학업의 어려움, 그 안에 담긴 크고 작은 에피소드부터 자신이 몸담을 회사를 찾아나서고 성공적으로 MBA 유학생활을 마칠 때까지 이야기들을 담은 일기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MBA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MBA 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수 MBA들의 짧은 성공 스토리가 막연한 환상을 부추기고, 이는 “일단 MBA 과정에 들어가기만 하면 게임은 끝난다”는 논리로 비약되기 일쑤다. 필자는 “수많은 사람들이 억대 연봉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부푼 기대감으로 MBA를 꿈꾸고 장밋빛 앞날을 그리는 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박사 실업자에 이어 MBA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MBA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재무·회계 기본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미국공인회계사(AICPA) 학원을 수강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럴 시간과 돈이 있으면 하루빨리 미국에 가서 적응하는 편이 더 낫다는 얘기다. 지은이는 현재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근무 중이다. 직업과는 별개로 <한겨레> <씨네21> 등에 인터넷 및 영화 관련 칼럼도 연재 중이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이철민 지음, 매일경제신문사(02-2000-2610) 펴냄,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