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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2% 경제학] 세금 덜 내는 ‘기술’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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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3-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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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혜택 최대한 활용한 국세청장의 세테크… 고소득층에 유리한 공제제도는 문제

사진/ 이용섭 국세청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모습. 최근 그의 절세기술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기자)
미국 100달러짜리 지폐 초상화의 주인공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 세계에서 죽음과 세금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프랭클린의 말처럼 한 나라의 국민으로 사는 이상 세금은 숙명처럼 평생을 따라다닌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지금도 절세의 기술개발에 골몰한다. 세계은행(IBRD) 부총재를 지낸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자신이 쓴 <재정학> 교과서의 한 장을 ‘학생들을 위한 절세 가이드’로 할애했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7745만원 소득에 세금 200만원


최근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이용섭 국세청장 후보가 납부한 근로소득세 내역이 공개되면서 그의 절세기술이 화제가 되었다. 지난해 이 청장의 근로소득은 모두 7745만원. 그가 낸 세금은 200만원으로 소득의 2.58%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2001년에도 소득 6947만원의 2.47%에 지나지 않는 172만원을 세금으로 냈다. 재정경제부에서 세제총괄심의관과 국세심판원장, 세제실장을 지낸 세금 전문가인 그의 세테크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대개의 나라가 그렇듯 우리나라도 근로소득에 대해 누진과세를 하고 있다. 소득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소득에서 각종 공제액을 뺀 과세표준액이 1천만원 이하면 9%, 4천만원까지는 18%, 8천만원까지는 27%, 그 이상이면 36%를 세금으로 걷는다. 따라서 공제를 많이 받아 과세표준액을 낮출수록 세금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예를 들면 연 6천만원 소득자가 각종 공제를 적게 받아 과세표준액이 4천만원을 넘어버리면 소득의 27%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과세표준액을 4천만원 이하로 낮추면 18%의 세율이 적용돼 세금이 크게 줄어든다.

이 청장의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살펴보면, 그의 세테크 비결도 각종 공제제도를 잘 활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이 청장의 소득 7745만원 가운데 1051만원은 애초 과세대상이 아니고, 급여총액은 6693만원이었다. 또 근로소득에 대한 기본공제액이 1434만원으로, 과세대상 소득은 5258만원이었다. 여기에서 이 청장은 본인과 배우자, 부양가족에 대한 기본공제로 300만원을, 경로우대 공제와 장애인 공제 등 추가공제로 200만원을 공제받았다. 또 연금보험료 408만원, 기부금 462만원도 소득공제를 받았다. 신용카드 사용액 공제도 최대한도인 500만원을 공제받았다. 여기에 자녀교육비 공제 500만원 등을 포함하니, 공제총액이 무려 2748만원에 이르렀고 과세표준액은 251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이 돈에 세율 18%를 곱한 361만원이 이 청장이 내야 할 세금이다. 그러나 이 청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당액의 세액공제 혜택도 받았다. 근로소득 세액공제 40만원에 증권저축에 든 2천만원의 5%인 140만원의 세금을 공제받은 것이다. 이로 인해 최종 확정된 납부세금은 주민세를 포함해 200만원으로 줄었다. 결국 그는 원천징수한 세금 715만원의 71.4%인 515만원을 돌려받았다.

최근 몇년간 이 청장의 세금공제 내역을 견줘보면 절세의 비결이 더 돋보인다. 그때그때 세제개편에 맞춰 공제혜택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액 공제의 경우 그는 혜택이 적은 1999년에는 27만원, 2000년에는 87만원을 공제받는 데 그쳤으나, 공제혜택이 커지자 이후 신용카드 사용액을 늘려 2001년 408만원, 그리고 2002년에는 한도액인 500만원(가족 포함 카드 사용액 3679만원)을 공제받았다. 2000년 117만원이던 기부금 공제액도 2002년에는 462만원으로 늘었는데, 그 사이 정부가 기부금 공제범위를 확대한 것을 잘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1년 176만원을 공제받은 연금보험료는 지난해 세제개편으로 공제혜택이 2배로 커지면서 공제액이 408만원에 이르렀다.

연소득 8천만원 봉급쟁이가구 세금5%

소득공제보다 절세효과가 큰 세액공제를 잘 활용한 것도 비결이다. 소득공제는 단지 과세대상 소득 규모를 줄여줄 뿐이지만, 세액공제는 아예 세금액을 깎아주는 것이다. 이 청장은 1999년까지는 근로소득 세액공제 외에 아무런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으나, 2000년에는 주식저축으로 80만원, 2001년에는 주식저축과 장기증권저축을 통해 200만원, 지난해에는 장기증권저축으로 140만원의 세금 부담을 덜었다. 한시적으로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거나 세금 혜택이 큰 금융상품에 시의적절하게 가입한 것이었다.

이 청장과 다른 봉급쟁이들의 세금부담을 견줘보면 어떨까 통계청이 조사하는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통계자료를 보면, 연간소득이 평균 8241만원인 소득 상위 10% 가구는 지난해 연간 417만원을 세금으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소득의 5.06%다. 물론 여기에는 근로소득세 외에 자동차세와 같은 지방세도 포함됐겠지만, 어쨌든 2.58%인 이 청장보다는 세금비율이 높다. 이런 사실은 이 청장의 뛰어난 세테크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나라 근로소득 세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한다.

소득이 8천만원이 넘는 봉급쟁이 가구가 낸 세금액이 417만원이라면 이들 가구의 평균 과세표준액은 2천만원을 조금 넘을 뿐이라는 얘기가 된다. 소득 8천만원 가운데 6천만원이 각종 공제혜택으로 세금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정부는 세제를 개편할 때마다 과표구간을 조절하지 않은 채 각종 공제혜택만 늘려왔다. 물론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명분이었다. 그러나 각종 공제제도가 사실은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혜택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이코노북

중국을 잡아라

미국 개척시대의 서부처럼 중국은 지금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세계경제가 꽁꽁 얼어붙은 중에도 중국은 연 7% 이상의 경제성장을 계속하면서 해외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으로 가는 모든 사람들이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서도 다른 나라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차이나 마케팅>은 대만출신 기업인 장서우웨이 등 3명이,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세계적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들은 중국 최대의 가전업체인 하이얼, 건강음료업체 와하하 등 중국계 기업, 그리고 맥도널드, KFC, 에이서, 노키아, IBM, 폴크스바겐 등 중국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들의 중국시장 공략법을 나름의 분석틀로 따져들어간다. 사회주의적 색채가 짙고 중국적 특색이 강한 대륙시장에서 이들 기업들은 어떤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세탁세제의 경우만 해도 P&G는 9가지 브랜드로 만들어낸다. 이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세제의 기능이 달라 멀티브랜드 정책만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어떤 소비자는 세탁과 표백 기능을 중시하지만, 또 다른 소비자는 섬유의 유연성을 선호하거나 향기에 치중한다.” 저자들이 분석한 P&G 성공전략은 중국은 역시 인구가 많은 나라라는 사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2001년 5월 중국 국가계획위원회가 승용차 시장을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은 산타나의 가격을 오히려 인상했다. 저가 승용차와의 차별화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저자들은 1997년 설립돼 중국 내 1, 2위를 다투는 인터넷 포털업체 왕이에 대해서는 42종의 무료 전자잡지 제공, 개인 무료 홈페이지는 물론 200여개의 논단을 마련해 자신의 취향에 맞춰 정보를 찾고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한 서비스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서비스, 어떤 항목의 이용자 수와 방문자 수가 늘었다고 해서 이를 즉시 상품화하지 않는 정신의 유지 등을 성공비결로 꼽고 있다.

해당기업들의 성공한 마케팅 전략만이 아니라 현 상태에서 강점과 약점,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을 함께 분석한 것도 독특하다. 책 앞쪽에 2개의 장을 따로 둬 중국시장을 분석하고, 중국 도시들의 변화상을 정리한 것도 중국시장에 처음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쉬중멍·장서우웨이·쉬훙타오 지음, 백은영 옮김, 은행나무(02-3143-0651) 펴냄, 302쪽,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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