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로 보면 지역주의 설득력 없어…지역균형 정책 추진 위해 기초자료부터 충실히 만들어야
사람은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란 말도 있다.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지역별 표쏠림 현상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그런 경향을 볼 수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특정 후보에 몰표가 나온 것은 당연한 것이고, 다른 지역의 몰표는 지역주의다!”
지역별 소득 수준 큰 변화 없어
선거가 끝난 뒤 지역주의 논쟁이 한바탕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물론 비난을 한몸에 받은 것은 호남의 유권자들이다. 그들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보낸 지지율은 절대수치에서 다른 지역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광주 95%, 전남 93%, 전북 91%. 그런데 특정 후보에 대한 표쏠림 정도가 지역주의의 강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다른 질문부터 대답을 해야 한다. 이회창 후보에게 쏠린 대구의 77%, 경북의 73%는 어떻게 봐야 할까 두 후보에게 비슷하게 표를 던진 인천의 유권자들은 상을 받아야 할까 지역별 득표율만 놓고 누가 더 나쁘냐고 따지는 것은 핵심을 놓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누구에게 몰표를 던졌든 그 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노무현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호남 사람들은 “우리는 수십년간 나라 안의 식민지에 살았다”고 말한다. 이회창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대구·경북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ㅇㅇ정부가 들어선 뒤 우리 지역 경제는 망했다”고 깊은 소외감을 토로한다. 정치인들이 지역을 돌며 조용히 퍼뜨린 이런 주장은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호소력을 발휘했다. 그런 주장들은 실제 근거가 있는가 지역경제의 수준을 말할 때 흔히 거론하는 것이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총합을 그 지역의 추계인구 수로 나눈 값이다. 지난 2001년의 수치를 보면 대구광역시가 전국에서 가장 낮다. 전국 평균을 100으로 볼 때 대구광역시는 64.5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지역은 생산거점이 아니라 소비의 거점이므로 광역시의 1인당 GRDP는 도 지역보다는 대체로 낮게 나온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대구광역시 수치는 부산(78)이나 광주(78)보다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통계수치는 대구 경제가 최근 몇년 새 다른 지역보다 큰 타격을 입었다는 증거가 되기에 역부족이다. 대구지역의 1인당 GRDP는 지난 1985년에도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때는 전국 평균 대비 72.5에서 지금은 64.5로 더 낮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또한 경북지역의 1인당 GRDP가 85년 103에서 2001년 113으로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호남은 어떤가. 광주의 1인당 GRDP는 직할시로 분할된 1987년 전국 평균 대비 79에서 2001년 현재 78로, 거의 그대로다. 다른 직할시들에 비하면 하락폭이 아주 낮다. 그러나 이 또한 전남지역이 1985년 122에서 113으로 크게 낮아진 것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한덩어리로 묶어보면 대구·경북이나 광주·전남의 산업기반은 상대적인 측면에서 그 사이 별로 변한 게 없다. 광주·전남의 산업기반이 내부식민지를 거론할 만큼 형편없이 취약한 것도 아니다. 1인당 GRDP는 그 지역 사람들의 소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소득은 어떤가 지역별 소득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는 지난 2000년 통계청이 실시한 ‘가구소비실태’ 조사뿐이다. 전국 가구의 평균 경상소득을 100으로 할 때 대구지역은 92.4로, 부산(91.0)·인천(91.2)·광주(92.3)·대전(90.5)보다 약간 높다. 전국 평균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곳은 서울(116.2)·울산(112)·경기(105.7)뿐이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경남(97.4)·경북(92.7)이 상대적으로 높다. 서울을 빼면 영남지역의 소득수준이 대체로 높은 편이다. 전남(86.6)은 영남보다는 조금 낮고 충청지역(86)과는 비슷하다. 통계수치가 사람들의 아픈 속내를 다 보여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경제적 측면에서 어느 지역도 절대적인 ‘소외’를 거론하고, 그것을 이유로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역 간 격차의 현실에 비하면 지역주의에는 너무 많은 거품이 끼어 있는 셈이다. 강원도와 전라북도 사람들이라면 혹시 모를까. 강원도의 1인당 GRDP는 79.7(2001년)로 9개 도 가운데 가장 낮고, 경상소득은 82.9에 불과하다. 전북의 1인당 GRDP는 81.8, 경상소득 수준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82.0이다. 지역주의는 특정 계층의 이익을 위한 것 그렇다면 “우리 지역은 버림받았다”는 말을 누가 곳곳에서 퍼뜨리는 것일까 근로자가구(연평균 소득 2862만원)와 사업자가구(연평균소득 3582만원)를 따로 뜯어보면 한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서울·경기·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다른 시·도의 경우 사업자가구의 경상소득이 전국평균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이들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소외감을 바탕으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지역 사업자들은 중앙정부에서 지역 예산을 많이 따올수록 가장 직접적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다. 한 지역 시민단체의 간부는 “지역주의는 그 지역 사람들의 보편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지역여론을 주도하는 특정 계층의 이득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를 통해 별 혜택도 입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지역주의를 조장하려는 사람들을 돕는 일이 된다. 지역격차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지역균형발전을 모색하는 정책적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어느 누구도 그것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았다. 지역에 뿌리를 둔 정치인들에게는 강고한 지역주의가 당선에 안전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2년 한국개발연구원이 펴낸 <열린세상, 유연한 경제>라는 제목의 ‘비전 2011 프로젝트’ 최종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지역격차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기초자료인 지역별 소득자료를 만들지 않는 현실은 지역정책이 갖고 있는 정치적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정부의 정책목표 달성에 대한 실천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유럽연합(EU)은 지역별 1인당 소득, 실업률, 교육수준, 사회간접자본시설 수준 등을 지역균형정책의 주요 지표로 채택하고, 이를 기준으로 지역정책을 수립하고 그 성과를 평가한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 보고서는 암시한다. [이코노북] 떠날 자세로 일하라
출판사에 공병호 경영연구소장의 연락처를 가르쳐달라고 하자, 출판사 직원은 두개의 번호를 말해줬다. 하나는 휴대전화 번호, 다른 하나는 집 전화번호였다. 사무실은 따로 없다는 것이었다. 정말 ‘1인 기업가’가 맞기는 맞는구나!
공 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자유기업센터가 자유기업원으로 분리 독립할 때 산파 구실을 하고, 초대 원장을 맡은 사람이다. 자유로운 시장, 정부의 기업규제 완화를 외치며 시민단체나 언론인들에게도 정면공격을 마다 않던 자칭 ‘확신범’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훌쩍 자유기업원을 떠났다. 그는 그 뒤 벤처기업 인티즌의 대표를 잠깐 지내고, 지금은 경영컨설턴트로서 1인 기업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일한다.
<1인 기업가로 홀로서기>는 그가 정기적으로 급여를 주는 회사를 떠난 뒤 1년 동안 낯선 길을 걸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물론 자서전은 아니다. 1인 기업가로 성공하길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지침서다. 그가 보기에 1인 기업가는 새롭게 등장하는 삶의 모델이다. 기업들이 핵심만 남기고 모든 것을 아웃소싱해가는 시대에 평생직장을 꿈꾸는 것은 이제 어리석은 일이다.
1인 기업가라면 흔히 프리랜서를 생각하겠지만, 공 소장은 “반드시 조직을 떠나 홀로서기를 단행하는 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회사를 다니느냐 그만두느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독립’이라는 것이다. 그는 “회사 안에서 자리를 잘 잡고 성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신 언제든 떠날 자세로 일을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실제 프리랜서들의 ‘자유로운’ 삶이 경제적으로는 그다지 풍요롭지 못한 현실도 그는 사실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홀로서기>는 직장생활에서 독립하기까지의 저자가 고민했던 것, 독립한 이후 겪은 체험담, 직업 세계의 변화 흐름,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1인 기업가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1인 기업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 등을 담고 있다. 번역서를 포함해 벌써 40여권의 책을 낸 저자는 “나 또한 홀로서기가 그렇게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21세기북스 펴냄, 342쪽, 1만2천원.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선거가 끝난 뒤 지역주의 논쟁이 한바탕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물론 비난을 한몸에 받은 것은 호남의 유권자들이다. 그들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보낸 지지율은 절대수치에서 다른 지역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광주 95%, 전남 93%, 전북 91%. 그런데 특정 후보에 대한 표쏠림 정도가 지역주의의 강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다른 질문부터 대답을 해야 한다. 이회창 후보에게 쏠린 대구의 77%, 경북의 73%는 어떻게 봐야 할까 두 후보에게 비슷하게 표를 던진 인천의 유권자들은 상을 받아야 할까 지역별 득표율만 놓고 누가 더 나쁘냐고 따지는 것은 핵심을 놓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누구에게 몰표를 던졌든 그 지역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노무현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호남 사람들은 “우리는 수십년간 나라 안의 식민지에 살았다”고 말한다. 이회창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대구·경북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ㅇㅇ정부가 들어선 뒤 우리 지역 경제는 망했다”고 깊은 소외감을 토로한다. 정치인들이 지역을 돌며 조용히 퍼뜨린 이런 주장은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호소력을 발휘했다. 그런 주장들은 실제 근거가 있는가 지역경제의 수준을 말할 때 흔히 거론하는 것이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총합을 그 지역의 추계인구 수로 나눈 값이다. 지난 2001년의 수치를 보면 대구광역시가 전국에서 가장 낮다. 전국 평균을 100으로 볼 때 대구광역시는 64.5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지역은 생산거점이 아니라 소비의 거점이므로 광역시의 1인당 GRDP는 도 지역보다는 대체로 낮게 나온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대구광역시 수치는 부산(78)이나 광주(78)보다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통계수치는 대구 경제가 최근 몇년 새 다른 지역보다 큰 타격을 입었다는 증거가 되기에 역부족이다. 대구지역의 1인당 GRDP는 지난 1985년에도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때는 전국 평균 대비 72.5에서 지금은 64.5로 더 낮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또한 경북지역의 1인당 GRDP가 85년 103에서 2001년 113으로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호남은 어떤가. 광주의 1인당 GRDP는 직할시로 분할된 1987년 전국 평균 대비 79에서 2001년 현재 78로, 거의 그대로다. 다른 직할시들에 비하면 하락폭이 아주 낮다. 그러나 이 또한 전남지역이 1985년 122에서 113으로 크게 낮아진 것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한덩어리로 묶어보면 대구·경북이나 광주·전남의 산업기반은 상대적인 측면에서 그 사이 별로 변한 게 없다. 광주·전남의 산업기반이 내부식민지를 거론할 만큼 형편없이 취약한 것도 아니다. 1인당 GRDP는 그 지역 사람들의 소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소득은 어떤가 지역별 소득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는 지난 2000년 통계청이 실시한 ‘가구소비실태’ 조사뿐이다. 전국 가구의 평균 경상소득을 100으로 할 때 대구지역은 92.4로, 부산(91.0)·인천(91.2)·광주(92.3)·대전(90.5)보다 약간 높다. 전국 평균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곳은 서울(116.2)·울산(112)·경기(105.7)뿐이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경남(97.4)·경북(92.7)이 상대적으로 높다. 서울을 빼면 영남지역의 소득수준이 대체로 높은 편이다. 전남(86.6)은 영남보다는 조금 낮고 충청지역(86)과는 비슷하다. 통계수치가 사람들의 아픈 속내를 다 보여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경제적 측면에서 어느 지역도 절대적인 ‘소외’를 거론하고, 그것을 이유로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역 간 격차의 현실에 비하면 지역주의에는 너무 많은 거품이 끼어 있는 셈이다. 강원도와 전라북도 사람들이라면 혹시 모를까. 강원도의 1인당 GRDP는 79.7(2001년)로 9개 도 가운데 가장 낮고, 경상소득은 82.9에 불과하다. 전북의 1인당 GRDP는 81.8, 경상소득 수준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82.0이다. 지역주의는 특정 계층의 이익을 위한 것 그렇다면 “우리 지역은 버림받았다”는 말을 누가 곳곳에서 퍼뜨리는 것일까 근로자가구(연평균 소득 2862만원)와 사업자가구(연평균소득 3582만원)를 따로 뜯어보면 한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서울·경기·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다른 시·도의 경우 사업자가구의 경상소득이 전국평균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이들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소외감을 바탕으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지역 사업자들은 중앙정부에서 지역 예산을 많이 따올수록 가장 직접적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다. 한 지역 시민단체의 간부는 “지역주의는 그 지역 사람들의 보편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지역여론을 주도하는 특정 계층의 이득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지역주의적 투표행태를 통해 별 혜택도 입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지역주의를 조장하려는 사람들을 돕는 일이 된다. 지역격차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지역균형발전을 모색하는 정책적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어느 누구도 그것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았다. 지역에 뿌리를 둔 정치인들에게는 강고한 지역주의가 당선에 안전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2년 한국개발연구원이 펴낸 <열린세상, 유연한 경제>라는 제목의 ‘비전 2011 프로젝트’ 최종보고서는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지역격차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기초자료인 지역별 소득자료를 만들지 않는 현실은 지역정책이 갖고 있는 정치적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정부의 정책목표 달성에 대한 실천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유럽연합(EU)은 지역별 1인당 소득, 실업률, 교육수준, 사회간접자본시설 수준 등을 지역균형정책의 주요 지표로 채택하고, 이를 기준으로 지역정책을 수립하고 그 성과를 평가한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 보고서는 암시한다. [이코노북] 떠날 자세로 일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