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출산율이 국가경제 위협한다…장려금 보다는 복지시스템 확충 필요
“많이 낳아 고생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1960년대),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0년대),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1980년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다소 거친 표어로 시작된 인구억제정책은 ‘무서운 핵폭발, 더 무서운 인구폭발’이라는 공포로 이어졌다. 그만큼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 인구증가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초고속 고령화사회
“아기를 낳으면 100만원을 드립니다.” 충북 청원군이 군내 곳곳에 내건 홍보물은 달라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청원군은 지난 1월1일부터 아기를 낳은 여성 주민한테 100만원 상당의 육아용품과 현금을 주고 있다.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져 군 인구가 감소하자 고심 끝에 내놓은 출산장려책이다. 모든 산모에게 35만원 상당의 육아용품을 제공하고, 특히 전업농 출산여성에게는 농사일을 다른 사람한테 맡겨야 하는데 따른 인건비조로 65만원을 보조해준다. 청원군은 “올해 출산장려금으로 2억6천만원의 예산을 배정해놓았는데, ‘아, 이런 일도 있구나’ 하면서 많은 산모들이 출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청주시에 주민등록을 해놓은 주민들이 다시 우리 군으로 옮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현상은 한눈에 수치로 나타난다. 가임여성(14∼49살) 1명당 출산율은 1950년대 5.4명에서 1990년대 들어 1.5명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 2001년에는 1.3명으로 더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의 평균출산율(1.7명)보다 낮다. 유·소년인구(1∼14살)는 1970년 전체인구의 42.5%에서 1990년 25.6%, 2000년 21.1%로 30년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주목할 점은 감소의 ‘속도’다. 한 사회가 인구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구대체출산율은 2.1명으로, 가임여성 한명이 2명 정도를 낳아야 인구가 줄지도 늘지도 않는 정체상태로 간다. 우리나라가 이 수준에 도달한 것은 1985년. 당시만 해도 정부는 저출산속도를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아들 선호경향이 유지되는 한 출산율은 급격히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누구나 결혼하고 아이를 2명 이상 낳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 속에 설마 한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갔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보건사회연구원 김성근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많이 죽고 많이 태어나는 단계에서 덜 낳고 적게 죽는 단계로 인구가 전환되는 데 걸린 기간은 25년이었다. 어느 누구도 이렇게 빨리 변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설마한 일이 어느새 현실로 닥친 것이다. 물론 출산율이 낮아졌음에도 평균수명 연장에 따라 전체인구 수는 여전히 늘고 있다. 인구대체출산율 도달 이후 인구성장이 정지될 때까지는 보통 60년이 걸린다. 문제는 인구 수가 아니라 젊은층과 노인층의 비율, 생산가능인구 비율 등 이른바 ‘인구구조’다. 지금의 경제규모와 산업구조를 그대로 끌고 가려면 적정한 생산인력이 유지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저출산은 젊은 노동력의 감소를 낳고, 이는 성장잠재력을 위협한다.
정부도 인구정책 전환 모색 2000년에 전체인구 가운데 71.7%(3300만명)인 생산가능인구(15∼64살)는 2016년을 고비로 감소세로 돌아선다. 2050년에는 2400만명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더라도, 저출산에 따라 생산가능인구조차 중·노년층을 중심으로 고령화된다. 젊은 사람이 줄어들고 사회가 늙어가면 생산성과 성장률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연구위원은 “인구규모가 경제력과 직접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적정한 수준의 출산율이 역동적인 젊은 인력들을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에 기여해왔다”고 말했다. 수출과 함께 한국경제 성장의 한 축을 이루는 소비측면을 보더라도 소비를 주도하는 젊은층 감소는 성장의 장애로 작용한다. 그만큼 출산은 세대를 잇는 인류의 지속뿐 아니라 ‘생산’이란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띤다. 저출산은 또 고령화사회를 낳는다.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0년에 전체인구에서 65살 이상 노인은 7.2%로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19년에 고령사회(노인인구 14%)로,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노인인구 20%)에 이를 전망이다. 고령화는 노인부양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높이는데, 출산율 증가를 통해 고령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그동안의 인구억제정책에는 ‘과도한’ 출산이 오히려 경제발전을 해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충분한 일자리는 없고 빈곤에 허덕이던 시절, 아이가 크면 나중에 생산인력이 되겠지만 그때까지 사회적 복지부담이 증가하고, 국가재원이 산업화에 제대로 투자될 수 없다고 여긴 것이다.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강력한 가족계획사업을 벌여온 정부는 1996년 인구억제정책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뗐다. 가족계획사업을 접고 대신 ‘엄마 젖은 건강한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이란 슬로건을 내세운 모자보건정책으로 이동한 것이다. 저출산시대의 도래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출산율이 떨어지지만 우리나라의 국토면적, 경제력, 통일시대 등을 고려해 적정한 인구규모와 인구구조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아직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출산장려쪽으로 인구정책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출산장려책으로는 아이를 많이 나을수록 △출산 보조수당과 아동양육 보조수당을 주고 △부양가족 세액공제로 세금을 깎아주고 △교육비 경감혜택과 주택청약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돈으로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은 금방 한계를 드러낸다. 수당을 바라고 아이를 낳는 부부가 몇명이나 되겠는가. 최근 둘째를 낳아 청원군으로부터 육아용품을 제공받은 김아무개(31)씨는 “친구들이 농담조로 ‘군청에서 지원해주니까 하나 더 낳아도 되겠네’라고 말들 하지만 보육비와 교육비까지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진짜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수당 등 직접적 지원은 정부의 의지 과시에 지나지 않을 뿐 실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시백 교수는 “출산장려 운운하는 건 지금의 저출산에 대한 과잉 우려에서 비롯한 것이다. 돈을 앞세운 출산장려책을 펴면 가장 예민하게 영향받아 출산을 늘릴 집단은 저소득층이다. 그러면 이들 자녀가 생산가능인구로 성장할 때까지 사회의 양육부담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랑스 등에서 출산·육아 수당을 주지만 모든 출산여성한테 주는 게 아니고 키울 능력이 부족한 여성 또는 가정에만 지원해준다”고 덧붙였다. 출산·육아 수당 지급제도가 출산율을 높이려는 인구정책보다는 아이의 건강이란 복지정책 차원에서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여건도 안되는데 아이만 낳아라 한번 떨어지기 시작한 출산율을 다시 높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저출산 대책은 육아와 교육 등 사회복지 시스템 강화와 여성(또는 가정)의 가치관 변화라는 두 가지에 맞춰진다. 둘은 서로 맞물려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쪽은 “출산장려지원금이 한계를 안고 있는 만큼 여성들한테 사회적 책임을 분담하자는 내용의 홍보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정한 생산인구의 유지 등 출산의 사회경제적 기능을 알리고, ‘아이 키우다 보면 나(또는 부부)의 삶이 희생당한다’는 의식 대신 사회적 책임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출산율 1.3명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가임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인 만큼 결혼여성은 보통 2명 이상을 낳는다고 볼 수 있다. 늦게 결혼하거나 독신으로 사는 여성의 증가로 출산율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출산의 원인으로 주로 지목되는 쪽은 가정보다는 여성이다. 그러나 직장보육시설을 비롯한 복지 시스템의 빈곤에다 막대한 사교육비라는 현실적 조건을 그대로 둔 채 의식 전환은 불가능하다. 둘 이상 낳으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는 시각도 이런 조건에서 형성된 것이다. 최근 첫 애를 낳은 유아무개(30)씨는 “아이 키우려면 직장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남의 집에 맡겨야 한다. 키우고 나서 직장에 복귀하려면 이미 나이들어 받아주는 곳이 없다. 아이 키우려면 더 많이 벌어야 하고, 삶을 즐길 기회를 빼앗기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한가족보건협회 신순철 과장은 “여성의 역할을 출산·육아로 고정시켜온 기존관념을 깨야 한다. 저출산현상을 놓고 여성이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해친다고 보는 건 자식을 재산처럼 여기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한 것이다. 여건이 안 갖춰진 상태에서 노동력만 고려해 아이를 더 낳자는 주장은 여성노동력 활용이라는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저출산현상은 한눈에 수치로 나타난다. 가임여성(14∼49살) 1명당 출산율은 1950년대 5.4명에서 1990년대 들어 1.5명, 지난 2001년에는 1.3명으로 더 낮아졌다. (박승화 기자)
“아기를 낳으면 100만원을 드립니다.” 충북 청원군이 군내 곳곳에 내건 홍보물은 달라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청원군은 지난 1월1일부터 아기를 낳은 여성 주민한테 100만원 상당의 육아용품과 현금을 주고 있다.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져 군 인구가 감소하자 고심 끝에 내놓은 출산장려책이다. 모든 산모에게 35만원 상당의 육아용품을 제공하고, 특히 전업농 출산여성에게는 농사일을 다른 사람한테 맡겨야 하는데 따른 인건비조로 65만원을 보조해준다. 청원군은 “올해 출산장려금으로 2억6천만원의 예산을 배정해놓았는데, ‘아, 이런 일도 있구나’ 하면서 많은 산모들이 출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청주시에 주민등록을 해놓은 주민들이 다시 우리 군으로 옮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현상은 한눈에 수치로 나타난다. 가임여성(14∼49살) 1명당 출산율은 1950년대 5.4명에서 1990년대 들어 1.5명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 2001년에는 1.3명으로 더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의 평균출산율(1.7명)보다 낮다. 유·소년인구(1∼14살)는 1970년 전체인구의 42.5%에서 1990년 25.6%, 2000년 21.1%로 30년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주목할 점은 감소의 ‘속도’다. 한 사회가 인구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구대체출산율은 2.1명으로, 가임여성 한명이 2명 정도를 낳아야 인구가 줄지도 늘지도 않는 정체상태로 간다. 우리나라가 이 수준에 도달한 것은 1985년. 당시만 해도 정부는 저출산속도를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아들 선호경향이 유지되는 한 출산율은 급격히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누구나 결혼하고 아이를 2명 이상 낳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 속에 설마 한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갔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보건사회연구원 김성근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많이 죽고 많이 태어나는 단계에서 덜 낳고 적게 죽는 단계로 인구가 전환되는 데 걸린 기간은 25년이었다. 어느 누구도 이렇게 빨리 변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설마한 일이 어느새 현실로 닥친 것이다. 물론 출산율이 낮아졌음에도 평균수명 연장에 따라 전체인구 수는 여전히 늘고 있다. 인구대체출산율 도달 이후 인구성장이 정지될 때까지는 보통 60년이 걸린다. 문제는 인구 수가 아니라 젊은층과 노인층의 비율, 생산가능인구 비율 등 이른바 ‘인구구조’다. 지금의 경제규모와 산업구조를 그대로 끌고 가려면 적정한 생산인력이 유지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저출산은 젊은 노동력의 감소를 낳고, 이는 성장잠재력을 위협한다.

정부도 인구정책 전환 모색 2000년에 전체인구 가운데 71.7%(3300만명)인 생산가능인구(15∼64살)는 2016년을 고비로 감소세로 돌아선다. 2050년에는 2400만명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더라도, 저출산에 따라 생산가능인구조차 중·노년층을 중심으로 고령화된다. 젊은 사람이 줄어들고 사회가 늙어가면 생산성과 성장률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연구위원은 “인구규모가 경제력과 직접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적정한 수준의 출산율이 역동적인 젊은 인력들을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에 기여해왔다”고 말했다. 수출과 함께 한국경제 성장의 한 축을 이루는 소비측면을 보더라도 소비를 주도하는 젊은층 감소는 성장의 장애로 작용한다. 그만큼 출산은 세대를 잇는 인류의 지속뿐 아니라 ‘생산’이란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띤다. 저출산은 또 고령화사회를 낳는다.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0년에 전체인구에서 65살 이상 노인은 7.2%로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19년에 고령사회(노인인구 14%)로,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노인인구 20%)에 이를 전망이다. 고령화는 노인부양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높이는데, 출산율 증가를 통해 고령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그동안의 인구억제정책에는 ‘과도한’ 출산이 오히려 경제발전을 해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충분한 일자리는 없고 빈곤에 허덕이던 시절, 아이가 크면 나중에 생산인력이 되겠지만 그때까지 사회적 복지부담이 증가하고, 국가재원이 산업화에 제대로 투자될 수 없다고 여긴 것이다.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강력한 가족계획사업을 벌여온 정부는 1996년 인구억제정책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뗐다. 가족계획사업을 접고 대신 ‘엄마 젖은 건강한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이란 슬로건을 내세운 모자보건정책으로 이동한 것이다. 저출산시대의 도래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출산율이 떨어지지만 우리나라의 국토면적, 경제력, 통일시대 등을 고려해 적정한 인구규모와 인구구조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아직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출산장려쪽으로 인구정책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출산장려책으로는 아이를 많이 나을수록 △출산 보조수당과 아동양육 보조수당을 주고 △부양가족 세액공제로 세금을 깎아주고 △교육비 경감혜택과 주택청약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돈으로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은 금방 한계를 드러낸다. 수당을 바라고 아이를 낳는 부부가 몇명이나 되겠는가. 최근 둘째를 낳아 청원군으로부터 육아용품을 제공받은 김아무개(31)씨는 “친구들이 농담조로 ‘군청에서 지원해주니까 하나 더 낳아도 되겠네’라고 말들 하지만 보육비와 교육비까지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진짜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수당 등 직접적 지원은 정부의 의지 과시에 지나지 않을 뿐 실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시백 교수는 “출산장려 운운하는 건 지금의 저출산에 대한 과잉 우려에서 비롯한 것이다. 돈을 앞세운 출산장려책을 펴면 가장 예민하게 영향받아 출산을 늘릴 집단은 저소득층이다. 그러면 이들 자녀가 생산가능인구로 성장할 때까지 사회의 양육부담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랑스 등에서 출산·육아 수당을 주지만 모든 출산여성한테 주는 게 아니고 키울 능력이 부족한 여성 또는 가정에만 지원해준다”고 덧붙였다. 출산·육아 수당 지급제도가 출산율을 높이려는 인구정책보다는 아이의 건강이란 복지정책 차원에서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사진/ 인구억제정책을 홍보하는 포스터들. 급속한 출산율 하락 때문에 상황은 빠르게 역전됐다.
여건도 안되는데 아이만 낳아라 한번 떨어지기 시작한 출산율을 다시 높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저출산 대책은 육아와 교육 등 사회복지 시스템 강화와 여성(또는 가정)의 가치관 변화라는 두 가지에 맞춰진다. 둘은 서로 맞물려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쪽은 “출산장려지원금이 한계를 안고 있는 만큼 여성들한테 사회적 책임을 분담하자는 내용의 홍보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정한 생산인구의 유지 등 출산의 사회경제적 기능을 알리고, ‘아이 키우다 보면 나(또는 부부)의 삶이 희생당한다’는 의식 대신 사회적 책임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출산율 1.3명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가임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인 만큼 결혼여성은 보통 2명 이상을 낳는다고 볼 수 있다. 늦게 결혼하거나 독신으로 사는 여성의 증가로 출산율이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출산의 원인으로 주로 지목되는 쪽은 가정보다는 여성이다. 그러나 직장보육시설을 비롯한 복지 시스템의 빈곤에다 막대한 사교육비라는 현실적 조건을 그대로 둔 채 의식 전환은 불가능하다. 둘 이상 낳으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는 시각도 이런 조건에서 형성된 것이다. 최근 첫 애를 낳은 유아무개(30)씨는 “아이 키우려면 직장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남의 집에 맡겨야 한다. 키우고 나서 직장에 복귀하려면 이미 나이들어 받아주는 곳이 없다. 아이 키우려면 더 많이 벌어야 하고, 삶을 즐길 기회를 빼앗기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한가족보건협회 신순철 과장은 “여성의 역할을 출산·육아로 고정시켜온 기존관념을 깨야 한다. 저출산현상을 놓고 여성이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해친다고 보는 건 자식을 재산처럼 여기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한 것이다. 여건이 안 갖춰진 상태에서 노동력만 고려해 아이를 더 낳자는 주장은 여성노동력 활용이라는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