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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로봇아, 청소부터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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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1-1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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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스토룩스의 가정용 로봇 진공청소기 국내 출시…국내 기업 개발경쟁도 불 붙을 듯

사진/ 초음파 센서로 장애물을 감지해 피해갈 수 있는 트릴로바이트. 국내 기업들의 청소 로봇 개발 경쟁도 불붙을 예정이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돕는 기계노예 로봇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주로 공상과학 영화 덕분이다. 실제 로봇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상상력에 한참이나 뒤처졌다.혼자서 방을 청소하는 로봇 청소기조차 21세기에 들어서야 실용화됐다. 그것도 200만원이 훨씬 넘는 값으로.

초음파 이용해 사물 인식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가정용 로봇 진공청소기가 국내에도 들어왔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가전 그룹 일렉트로룩스는 지난 1월7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한국시장 진출을 발표하는 출범식을 열고, 가정용 로봇 진공청소기인 ‘트릴로바이트’(Trilobite)를 정식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트릴로바이트란 고대 수중 생물인 ‘삼엽충’이다. 삼엽충 청소기는 사람의 조작 없이 완전 자동으로 혼자서 집안을 청소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원을 켜면 먼저 가장 가까운 벽을 찾아 이동해 방의 둘레를 따라 한 바퀴 돌면서 전체 공간의 크기를 파악한다. 이를 통해 청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한다. 이어 본격적인 청소에 들어간다.

트릴로바이트는 박쥐에게서 작동원리의 영감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초음파를 이용해 사물을 인식하는 것이다. 9개의 초음파 센서가 사물을 감지해 새로운 경로를 계산할 수 있어 장애물을 피해가며 청소를 한다. 높이가 13cm, 지름이 35c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침대 밑과 탁자 아래까지 청소가 가능하다는 점도 실용성을 높이고 있다. 제멋대로 돌아다니다 낮은 곳으로 떨어져버리지는 않을까 일렉트로룩스코리아 관계자는 “계단 같은 곳은 경계선에 자석띠를 붙여놓으면 선을 넘어가지 않아 떨어질 염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니켈수소 전지를 사용하는 트릴로바이트는 스스로 충전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청소 도중 전원이 부족하면 저절로 충전기쪽으로 찾아간다. 알아서 충전한 뒤 다시 청소를 시작하고, 청소가 끝나면 충전기로 돌아가 대기한다.

지난 1997년 영국 을 통해 최초로 시제품이 공개된 트릴로바이트는 2001년 11월1일 스웨덴에서 처음 출시됐다. 현재는 스위스·독일·프랑스 등 10여개 국가에서 시판되고 있다. 국내 시판가격은 228만원가량으로 결코 싸지 않다.

값 200만원 넘어

트릴로바이트의 국내 시판은 무엇보다 국내 기업들의 청소 로봇 개발 경쟁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이미 시제품을 내놓은 바 있는 몇몇 중소기업은 곧 청소 로봇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봇 개발 전문 업체인 한울로보틱스는 하반기에 청소 로봇 제품을 내놓기로 했다. 이 회사 제품은 먼지를 빨아들이는 흡입구가 본체와 별도로 움직이면서 흡입구를 회전시켜 구석구석 청소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아이작도 청소기능과 함께 보안기능, 영상메시지 저장 및 엠피3 기능이 내장된 시제품을 선보였으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경우 값이 너무 비싸지기 때문에 청소 기능에만 충실한 저가 모델을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트릴로바이트를 앞세운 일렉트로룩스가 국내 가전시장을 얼마나 차지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렉트로룩스는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가전업체로 세탁기·청소기 등 백색가전 분야에 특히 강점이 있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 박갑정 사장은 출범식에서 “2005년까지 한국 세탁기 및 청소기 시장에서 수입 가전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할 것이며, 서비스 및 유통 부문에서도 최고의 수입 가전 브랜드가 되겠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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