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주식 이용해 수십수백배 투자수익 내는 화려한 재테크의 내막
경제에 대한 정보 욕구를 2% 채워줄 ‘2% 경제학’을 싣습니다. 새 코너는 뉴스에서 흘려보냈지만 꼭 알아야 할 경제의 이면과 이에 얽힌 다양한 얘기들을 전해드립니다. ‘이코노북’에서는 관심을 끄는 경제 관련 책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납 같은 값싼 재료를 가지고 값비싼 금을 만들어보려고 많은 애를 썼다. 성공만 했으면 세상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을 테지만, 어느 누구도 끝내 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연금술을 연구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그러나 그들의 꿈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늘날 연금술사들은 금을 만드는 대신 ‘금융기법’ 개발에 매달린다. 위험 없이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결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최태원 회장 1466배 수익률로 최고 물론 현대의 금융 연금술도 아직까지는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경영에 참가한 미국의 헤지펀드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가 러시아 채권에 투자했다가 1998년 큰 손실을 입고 사실상 파산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롱텀캐피털의 사례는 투자이론가들의 금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완벽하게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투자기법은 없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그만큼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투자이론가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특정 국가에 사는, 특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는 위험 없는 고수익 투자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바로 대한민국 재벌 총수들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나라 재벌 총수와 그 일가가 비상장기업을 활용해 수십수백배의 투자수익을 내는 것은 연금술이라고 부르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거기에는 별다른 투자위험이 없을 뿐 아니라, 어떤 금융기법도 감히 흉내내지 못할 만큼 천문학적 수익률이 보장된다. 비상장회사를 활용한 재벌들의 금융 연금술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기업가치가 높아진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헐값에 넘겨받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지분을 많이 확보한 비상장회사를 계열사들의 도움을 받아 급성장시키는 방법이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최근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SK C&C 주식 4만5천주를 SK증권에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주식 출연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SK그룹쪽이 발표한 SK C&C 주식 평가액이 주당 58만6487원으로 나온 것이다. 최 회장은 이 주식을 지난 94년 불과 400원씩에 샀다. 비록 평가익이기는 하지만, 9년 만에 무려 1466배라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최 회장이 SK C&C 주식 인수로 거둔 수익률은 앞으로도 쉽게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람들 사이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금융 연금술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자녀들의 사례였다. 삼성SDS는 지난 99년 주당 7150원에 살 수 있는 권리가 딸린 230억원어치의 사채를 발행했다. 이 사채는 이 회장의 장남 재용씨와 딸 부진, 서현씨 등이 인수했다. 당시 삼성SDS의 주식은 시장에서 5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었으므로 재용씨 등은 투자금의 7배가량을 가만히 앉아서 챙길 수 있었다.
재용씨는 이에 앞서 98년에도 삼성에버랜드의 주식을 7700원씩에 살 수 있는 전환사채를 인수해 62만여주의 에버랜드 주식을 손에 넣었다. 이어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을 크게 늘림으로써, 재용씨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권까지 갖게 됐다. 재용씨가 이런 방식으로 거둔 투자수익률을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처음 이건희 회장에게 증여받은 40억원이 지금은 4조원가량으로 커졌다는 게 정설로 돼 있다. 투자 수익률은 1천배가량이다. 물론 수익규모로 보면 삼성 2세들의 기록이 기네스북감이다.
이재현 제일제당 회장도 독특한 금융 연금술을 선보인 적이 있다. 이 회장은 2000년에 페이퍼컴퍼니를 사들인 뒤 이 회사의 신주를 주당 1천원에 76억원어치를 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이어 제일제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을 이 회사에 싼값에 넘겼다. 그 뒤 페이퍼컴퍼니에서 이름을 바꾼 CJ엔터테인먼트는 코스닥시장에 등록하자 주가가 한때 액면가의 30배까지 올랐다. 이 회장은 1천억원이 넘는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여론의 거센 비난이 일자 자신이 보유한 신주인수권을 전량 소각하겠다고 선언해 박수를 받았다.
수익규모로 보면 삼성 2세들이 으뜸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장남 의선씨도 비상장회사에 투자해 수십배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 2000년 옛 기아 계열사였던 본텍이란 자동차부품업체 주식을 주당 5천원에 15억원어치 인수했다. 본텍은 그 뒤 현대차·기아차에 대한 납품이 크게 늘면서 기업가치가 급격히 높아졌다.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본텍을 흡수합병하려 했을 때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본텍의 주식을 주당 20만원가량으로 평가했다. 투자수익률이 40배는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도 본텍을 현대모비스에 흡수합병하는 것이 의선씨에게 현대차의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물론 의선씨가 대주주인 본텍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삼성 2세들은 이미 기업가치가 높아져 있는 비상장사의 주식을 헐값에 넘겨받는 방법을 썼다. 이에 비해 이재현 제일제당 회장이나 정의선씨는 먼저 비상장사 지분을 인수한 뒤 계열사의 도움을 얻어 그 회사를 키웠다. SK 최 회장도 후자쪽이다. 재벌 총수나 2세들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이런 편법을 쓰는 것은 아니다. 총수 자신이나 2세가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지분을 챙기려는 것이다. 그런 일은 주로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지휘한다.
최태원 회장이 인수한 SK C&C 주식 2억원어치는 지금 2900억원어치로 부풀었다. 비결이 뭘까 자본금 100억원의 시스템통합(SI)업체인 SK C&C는 옛 유공이 제2 이동통신 사업을 하기 위해 92년 설립한 회사다. 그러나 SK그룹이 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하고 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하자 사업이 공중에 뜨게 됐다. 그러자 최 회장은 94년 11월 이 회사 주식 49%를 액면가의 25분의 1인 400원씩에 사들였다. 이후 회사는 기업 정보화의 촉진과 함께 SK 계열사 중 가장 빠른 성장을 했다.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준 덕분이다. 지난해 SK C&C의 매출액은 9200억원이었는데, 그 중 70%가 SK 계열사에서 나왔다. 최 회장의 여동생 기원씨도 이 회사 주식 10%를 갖고 있다.
[이코노북]GE를 살린 동그라미
아서 래퍼라는 미국의 경제학자는 어느 날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 퍼득 떠오른 생각을 냅킨에 간단한 곡선으로 그렸다. 뒷날 래퍼곡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그래프는 “세율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이때부터는 정부의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세금이 지나치면 투자나 소비를 줄여 경제의 성장을 억제하게 된다는 가설이다. 그러니 세금을 줄이라는 것이다.
래퍼곡선은 경제학계에서도 오랜 논란거리다. 세금이 얼마나 많을 때 비로소 성장을 해치기 시작하느냐는 것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 시행된 감세정책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는커녕 미국의 재정적자를 엄청나게 키워놓았다. 그러나 지금도 래퍼의 생각은 미국 공화당의 경제정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 6천억달러가 넘는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머릿속에도 래퍼곡선이 들어 있는 것 같다. 그림 하나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뛰어난 사람들은 꼭 밥을 먹다가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인가. 20세기의 전설적 경영자 가운데 한명으로 GE의 전 회장을 지낸 잭 웰치도 냅킨에 간단한 그림 하나를 그렸다. 그는 공룡처럼 커져버린 GE를 살려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던 중 냅킨에 원 3개로 된 밴 다이어그램을 그리고는, 각 원 안에 GE가 꼭 해야 할 사업부문을 써넣었다.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업부문은 팔아치우거나 문을 닫거나 고쳐야 할 것들이라는 게 웰치 회장의 생각이었다. 그림에 담긴 생각대로 잭 웰치는 GE의 구조조정을 진척시켰고, 결국 성공시켰다.
일본의 도해 연구가 히사츠네 게이이치(미야기 대학 사업구상학부 교수)가 쓴 <잭 웰치를 움직인 세개의 원>은 잭 웰치처럼 도형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다룬 실용서이다. 그는 “도형은 사고력을 강화하는 데 탁월한 훈련도구며, 말이나 글보다 훨씬 강력한 전달력과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산 위에서 전장을 바라보는 장군처럼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뛰어난 사고력과 판단력의 소유자들은 이미 그것을 은연중에 익혀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어떻게 원, 화살표 같은 도형들을 활용해 사고를 정리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지연 옮김, 디자인하우스(02-2262-5623) 펴냄, 220쪽, 8천원.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이용해 고수익을 올린 재벌들.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이재현 재일제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전무(왼쪽부터)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납 같은 값싼 재료를 가지고 값비싼 금을 만들어보려고 많은 애를 썼다. 성공만 했으면 세상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을 테지만, 어느 누구도 끝내 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연금술을 연구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그러나 그들의 꿈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늘날 연금술사들은 금을 만드는 대신 ‘금융기법’ 개발에 매달린다. 위험 없이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결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최태원 회장 1466배 수익률로 최고 물론 현대의 금융 연금술도 아직까지는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경영에 참가한 미국의 헤지펀드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가 러시아 채권에 투자했다가 1998년 큰 손실을 입고 사실상 파산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롱텀캐피털의 사례는 투자이론가들의 금언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완벽하게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투자기법은 없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그만큼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투자이론가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특정 국가에 사는, 특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는 위험 없는 고수익 투자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바로 대한민국 재벌 총수들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나라 재벌 총수와 그 일가가 비상장기업을 활용해 수십수백배의 투자수익을 내는 것은 연금술이라고 부르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거기에는 별다른 투자위험이 없을 뿐 아니라, 어떤 금융기법도 감히 흉내내지 못할 만큼 천문학적 수익률이 보장된다. 비상장회사를 활용한 재벌들의 금융 연금술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기업가치가 높아진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헐값에 넘겨받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지분을 많이 확보한 비상장회사를 계열사들의 도움을 받아 급성장시키는 방법이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최근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SK C&C 주식 4만5천주를 SK증권에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주식 출연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SK그룹쪽이 발표한 SK C&C 주식 평가액이 주당 58만6487원으로 나온 것이다. 최 회장은 이 주식을 지난 94년 불과 400원씩에 샀다. 비록 평가익이기는 하지만, 9년 만에 무려 1466배라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최 회장이 SK C&C 주식 인수로 거둔 수익률은 앞으로도 쉽게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