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축소되는 항공사 마일리지 혜택 활용법… 생기는 대로 족족, 가족과 함께
80년대 초반 마일리지 제도를 처음 도입한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한번 고객을 영원한 고객’으로 붙잡아두는 마케팅 사상 희대의 성공작에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실제로 그 무렵 아메리칸 에어라인 회계팀은 84년 영업이익 3억900만 달러 가운데 17.5%인 5400만 달러가 순전히 ‘마일리지 효과’ 덕이었다고 계산했다. 미국 항공업계에서도 마일리지 제도가 전체 매출을 20~35% 끌어올리는 붐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이때만 해도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제도야말로 비용 없이 평생 고객을 재생산하는 축복받은 마케팅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항공기의 빈 좌석을 활용해 무료 탑승권이나 무료 좌석승급 보너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껏해야 공짜 승객들이 먹는 기내식 등 ‘사소한’ 비용만 더 들이면 된다고 본 것이었다.
항공사엔 번식력 강한 괴물로 전락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 각 항공사 마일리지가 무한정 불어나고 공짜 승객들이 점점 더 많은 좌석을 차지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일리지 제도가 돈 내는 승객들을 내쫓는 ‘번식력 강한 괴물’로 얼굴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캔데이스 브라우닝을 비롯한 미국의 항공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그때부터 “탑승률이 65%만 넘어도 마일리지 제도는 유료 승객을 쫓아내는 괴물이 된다. 회계장부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미국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제도로 인해 짊어진 부채가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급증하는 공짜 승객들이 유료 승객들의 탑승 기회를 앗아가는 만큼 각 항공사의 누적 마일리지는 실질적인 부채항목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유료 승객 축출’이라는 마일리지 제도의 또 하나 얼굴이 드러난 80년대 후반부터 미국 항공사들은 지속적으로 보너스 혜택을 줄이는 정책을 채택해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세계 항공업계의 이런 추세에 아랑곳없이 90년대 후반까지도 마일리지 보너스 혜택을 가장 후하게 제공하는 항공사로 남아 있었다. 대한항공은 93년에 오히려 마일리지 혜택을 확대했으며, 델타항공과 에어프랑스가 이끄는 스카이팀에 가입한 뒤인 2000년에야 겨우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때문에 최근 대한항공의 ‘느닷없는’ 마일리지 혜택 축소 발표는 고객들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고객들의 목소리는 대체로 “마일리지 혜택을 내세워 손님을 끌더니 이렇게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느냐”는 배신감으로 모아진다. YMCA 시민중계실 등 일부 소비자단체에서는 대한항공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심사를 청구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거의 같은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운용해온 아시아나항공은 아직까지는 대한항공처럼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항공사 제휴그룹인 스타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는 내년 중에는 제휴 항공사들 수준으로 마일리지 혜택을 낮춰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내 항공사들은 세계 추세에 따라 앞으로도 마일리지 혜택을 더 줄이는 쪽으로 나갈 가능성이 커보인다. 항공사들은 이에 대비해 마일리지 제도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미 약관 구석에 삽입하고 있다. 고객들로서는 마일리지를 잘 이용하는 방법을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지혜로운 자세일 것 같다.
단거리 국제노선 미뤄 써도 좋다
먼저, 마일리지를 평생 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아껴두지 말고 생기는 족족 쓰라는 뜻이다. 에어프랑스 등 상당수 항공사들은 이미 마일리지 소멸시효를 두고 있다. 3년 동안 쓰지 않은 마일리지는 자동소멸한다는 식이다. 우리 항공사들이 경영사정을 핑계로 앞으로 마일리지 소멸시효까지 검토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둘째, 장거리와 달리 단거리 국제노선을 여행할 때는 마일리지를 미뤄 써도 좋겠다. 대한항공은 이번 발표에서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여행의 마일리지 공제 폭은 확대했지만, 일본이나 동남아·동북아쪽 공제 마일은 오히려 줄였다. 마일리지를 이용한 동남아 등의 여행은 새 제도가 시행되는 2004년 이후에 하는 게 더 유리해진 것이다.
셋째, 각 항공사의 마일리지 소진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한항공의 누적 마일리지로 제주의 칼 호텔, 미국 LA의 윌셔그랜드 호텔, 하와이 와이키키의 리조트 호텔 등을 이용하는 ‘마일로 호텔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쪽은 내년부터 홍콩이나 도쿄·런던 등지에서도 호텔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며, 항공권과 호텔을 엮는 에어텔 패키지 프로그램도 곧 선보일 계획이다. 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로 미주 대륙과 유럽·아프리카·아시아를 여행할 수 있는 세계일주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두 항공사는 일정 마일리지를 공제하고 공항 라운지를 이용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네째, 가족과 마일리지를 모아쓰거나 나눠쓰는 방법이 있다. 자신의 마일리지가 조금 모자랄 때는 가족의 마일리지와 합산해서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두 항공사는 열어두고 있다. 자신의 마일리지로 가족 이름의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양도제도도 적극 활용할 만하다. 배우자와 부모·자녀뿐 아니라 형제자매·사위·며느리·손자손녀에게까지 항공권 양도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
김현대 기자/ 한겨레 경제부 koala5@hani.co.kr

사진/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카드들. 최근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혜택의 축소 발표는 고객들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이용호 기자)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 각 항공사 마일리지가 무한정 불어나고 공짜 승객들이 점점 더 많은 좌석을 차지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일리지 제도가 돈 내는 승객들을 내쫓는 ‘번식력 강한 괴물’로 얼굴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캔데이스 브라우닝을 비롯한 미국의 항공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그때부터 “탑승률이 65%만 넘어도 마일리지 제도는 유료 승객을 쫓아내는 괴물이 된다. 회계장부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미국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제도로 인해 짊어진 부채가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급증하는 공짜 승객들이 유료 승객들의 탑승 기회를 앗아가는 만큼 각 항공사의 누적 마일리지는 실질적인 부채항목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유료 승객 축출’이라는 마일리지 제도의 또 하나 얼굴이 드러난 80년대 후반부터 미국 항공사들은 지속적으로 보너스 혜택을 줄이는 정책을 채택해왔다.

사진/ 2004년부터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혜택이 대폭 축소됨에 따라 효과적인 관리가 시급해졌다. 사진은 탑승 수속을 하는 승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