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컴퓨터공학과 취업률 전통적 강세 유지… 순수학문 분야는 10%대 초반 머물러
교육 정도를 기준으로 볼 때 실업자가 가장 많은 계층은 고졸 학력의 사람들이다. 지난해 고졸 실업자는 41만5천여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연령을 함께 고려하면 역시 20대 대졸자의 취업난이 가장 심각하다. 지난해 고졸 실업자 41만5천여명 가운데 20대는 40.7%(16만9천여명)였으나, 대졸 실업자 20만7천여명 가운데 20대는 56.5%에 이르는 11만7천여명이나 됐다. 고졸 실업자는 20대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대졸 실업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20대들에게 거의 집중돼 있다는 얘기다.
4명에 1명꼴로 취업에 성공
대졸 취업난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인력을 감축하면서 본격화됐다. 신규인력을 채용해 훈련비용을 치르기보다는 경력사원을 채용해 곧바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대졸 취업난을 부추겼다. 20대 대졸 실업률은 지난 96년 5.1%에서 98년 9.9%로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지난해 6.7%로 조금 낮아졌다. 그러나 최근의 수치에는 대졸자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한 결과가 작용했다. 실제 취업난보다 실업률이 낮게 나온다는 얘기다.
대졸 취업난은 올해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 온라인 리쿠르팅 업체인 잡코리아는 지난 11월7일부터 열흘간 올 하반기에 구직활동을 벌인 대학 졸업자와 졸업 예정자 1만2269명을 대상으로 취업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응답자의 23.1%인 2833명에 그쳤다. 4명에 겨우 1명꼴로 취업에 성공했다. 이처럼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취업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대학에서의 전공이다. 이제 막 수능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지원하려는 사람, 또는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전공을 택해야 할까 잡코리아 조사 결과는 역시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상경계열, 자연과학계열에서는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취업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메일 설문 방식으로 실시된 잡코리아 조사에서 사범대학, 예술대학, 의학·약학대학 출신은 제외됐다. 또 설문에 응한 사람이 100명에 이르지 못하는 학과는 발표 대상에서 제외했다. 예를 들면 법학과 출신의 취업 성공률은 42%로 나타났지만, 설문 응답자가 14명에 지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발표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사 결과 취업 성공률은 경제학과(28.9%), 회계학과(28.8%), 경영학과(28.6%)와 컴퓨터공학과(28.8%), 재료공학과(28.2%)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상경계열 학과 출신의 취업 성공률이 다른 학과 출신보다 높은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기업들이 신규인력을 채용하면서 지원자를 상경계열로 제한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화수 잡코리아 사장은 “취업 성공률은 기업의 인력 수요가 어느 분야에서 많으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경제·경영·회계학 등 상경대 출신자들은 기업들이 그만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기가 다른 전공자들보다 쉬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컴퓨터공학이나 재료공학 분야도 제조업체·정보통신업체 등에서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대학의 취업상담 관계자들은 경제학과가 경영학과보다 취업 성공률이 조금 높게 나타난 것은 현실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는 경영학과 출신들이 더 쉽게 취업한다는 것이다. 상경계열 가운데 무역학과가 가장 낮아
상경계열 전공자들의 취업 회사를 업종별로 보면 경제학과 출신의 경우 금융업종이 21.1%, 유통업이 19.3%, 정보통신업이 17.5% 등이었다. 회계학과는 금융업이 14.7%, 유통업 14.7%, 제조업 13.2%, 정보통신업 11.8% 등이었다. 회계학과 출신은 취업한 업체의 업종에 ‘기타’라고 대답한 비중이 17.6%로 가장 많아 업종에 관계없이 일자리가 다양하게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경영학과 출신은 정보통신업체가 27.1%로 금융업(17.6%)보다 많았다.
상경계열에 속하는 학과 가운데 무역학과는 취업 성공률이 14.6%로 다른 학과보다 아주 낮았다. 김농주 연세대 취업담당관은 이에 대해 “수치가 너무 낮게 나온 느낌은 들지만, 외환위기 이후 종합상사의 인력수요가 계속 감소해 취업이 예전처럼 잘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상경계열 외에는 사회과학대학의 정치외교학과(27.6%), 언론정보학과(27.5%) 출신의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어문계열에서는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중어중문학과(26.1%) 출신의 취업 성공률이 높았고, 이어 일어일문학과(24.3%), 영어영문학과(23.1%) 등이었다.
자연과학계열에서는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취업률이 28.8%로 가장 높았다. 이들이 취업한 회사는 정보통신업체가 66.0%로 압도적이었다. 취업 성공률이 28.2%로 집계된 재료공학과 출신들은 29.6%가 제조업체에, 18.5%가 전기·전자 관련업체에, 14.8%가 정보통신업체에 취업했다. 한편 생명과학공학과도 취업 성공률이 28.0%로 아주 높았는데, 이는 바이오산업의 급부상으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잡코리아쪽은 분석했다. 생활과학대학에서는 의류학과(26.9%) 출신의 취업률이 비교적 높았다.
지방대학, 경기·충청·전라·경상·강원 순
순수학문 분야인 국사학(7.4%), 독어독문학(12.3%), 수리과학(14.3%) 전공자들의 취업 성공률은 아주 낮았다. 이런 현상은 기업들이 신규인력을 채용하면서 현업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활용 가능한 인력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농주씨는 “중국과 무역업무를 하면 한-중 관계의 역사를 잘 아는 국사학과 출신이 일을 더 잘 풀어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기업들은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신규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불황일수록 이런 인력채용 경향이 더욱 짙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경기 지역 소재 대학과 지방대학 간 취업 성공률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서울지역 대학 출신은 26.1%가 취업에 성공해 평균을 웃돌았다. 이어 경기지역(24.4%), 충청지역(22.0%) 순으로 취업 성공률이 높았다. 전라도 소재 대학 출신자의 취업 성공률은 19.6%, 경상도 소재 대학 출신은 19.0%였으며, 강원도 소재 대학 출신은 18.2%에 그쳤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올해도 취업난은 어김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1만2269명 중 23.1%인 2833명만이 취업에 성공했다. (류우종 기자)

사진/ 대학에서 열린 취업설명회. 경기가 불황일수록 전공을 따지는 인력채용 경향이 짙어진다. (류우종 기자)
대졸 취업난은 올해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 온라인 리쿠르팅 업체인 잡코리아는 지난 11월7일부터 열흘간 올 하반기에 구직활동을 벌인 대학 졸업자와 졸업 예정자 1만2269명을 대상으로 취업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응답자의 23.1%인 2833명에 그쳤다. 4명에 겨우 1명꼴로 취업에 성공했다. 이처럼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취업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대학에서의 전공이다. 이제 막 수능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지원하려는 사람, 또는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전공을 택해야 할까 잡코리아 조사 결과는 역시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상경계열, 자연과학계열에서는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취업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메일 설문 방식으로 실시된 잡코리아 조사에서 사범대학, 예술대학, 의학·약학대학 출신은 제외됐다. 또 설문에 응한 사람이 100명에 이르지 못하는 학과는 발표 대상에서 제외했다. 예를 들면 법학과 출신의 취업 성공률은 42%로 나타났지만, 설문 응답자가 14명에 지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발표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사 결과 취업 성공률은 경제학과(28.9%), 회계학과(28.8%), 경영학과(28.6%)와 컴퓨터공학과(28.8%), 재료공학과(28.2%)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상경계열 학과 출신의 취업 성공률이 다른 학과 출신보다 높은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기업들이 신규인력을 채용하면서 지원자를 상경계열로 제한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화수 잡코리아 사장은 “취업 성공률은 기업의 인력 수요가 어느 분야에서 많으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경제·경영·회계학 등 상경대 출신자들은 기업들이 그만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기가 다른 전공자들보다 쉬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컴퓨터공학이나 재료공학 분야도 제조업체·정보통신업체 등에서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대학의 취업상담 관계자들은 경제학과가 경영학과보다 취업 성공률이 조금 높게 나타난 것은 현실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는 경영학과 출신들이 더 쉽게 취업한다는 것이다. 상경계열 가운데 무역학과가 가장 낮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