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반도체 산업, 날개 꺾이나

327
등록 : 2000-09-27 00:00 수정 :

크게 작게

현물시장 가격 하락으로 공급 과잉론 대두… 디지털 가전 등에 따른 추가 수요 기대

(사진/512메가 D램)
국내 반도체산업의 경기를 둘러싸고 논쟁이 한창이다. 한쪽에선 반도체 가격 추락 및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 동반 폭락 양상을 들어 비관적인 공급 과잉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해당업계는 반도체 경기 전망이 아직 밝다고 자신하고 있다. 반도체는 현물가격의 하락이 곧바로 장기공급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근거에서다.

반도체는 크게 보아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뉜다. 국내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고 있는 메모리는 D램, S램, 플래시 메모리 등이다. D램은 데이터를 기억하고 저장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주로 PC의 주기억장치로 사용되는데 가격 변동이 크다는 약점이 있다. 현재 생산되는 D램은 주로 초고속형(싱크로너스)D램으로 저장용랑의 크기에 따라 64메가, 128메가, 256메가 등으로 나뉜다.

“고성능 제품 수출 늘어나 추락은 없다”


플래시 메모리는 디지털 가전용 플래시 메모리와 데이터 전송능력이 뛰어난 휴대전화용 플래시 메모리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D램 반도체, D램과 회로설계가 유사한 디지털 가전용 플래시 메모리를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전자는 D램을 주력생산 품목으로 삼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D램의 시장전망은 밝으며 2002년까지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현물시장에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장기거래 가격(총수출의 85∼95%)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산자부는 반도체 관련 논쟁에도 불구하고 올 수출목표 255억달러는 무난하다고 전망한다. 64메가 D램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고성능 제품(64메가 PC133, 128메가)의 수출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국내 업체들의 128메가 D램 제품의 생산비중은 17%였으나 7월 현재 25%로 높아졌다.

무엇보다 전세계로 번지고 있는 인터넷 붐이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아 PC 수요의 상승세는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데이터퀘스트(DQ), IDC 등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도 세계 D램 시장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공급부족 현상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정보통신과 인터넷의 발달로 D램 수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PC 수요가 올해 17.8% 증가하고 내년에는 14% 증가하는 등 두자릿수 성장의 탄탄한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공급부족설에 바탕을 둔 시각으로 메리츠증권도 비슷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미국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주력 품목이 달라 시장전망을 획일적으로 속단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D램 위주의 생산체제로 비메모리에 집중된 미국과는 다르다는 시각이다. 또 최근의 시설투자 역시 비메모리나 플래시 메모리에 집중돼 있어 D램 시장은 과잉투자의 우려와 멀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폭적인 시설투자에 나선 미국의 인텔, 모토로라, TI 및 일본의 후지쓰, 히타치, 대만의 TSMC 등의 투자도 대부분 휴대전화용 플래시 메모리나 비메모리 분야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물시장에서 64메가 D램의 가격은 최근 급격히 떨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장기공급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고정거래선인 대형 PC업체들과 협상에서 64메가 D램을 개당 7.8달러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달 초 가격에서 0.5달러 떨어진 수준으로 현대전자도 비슷한 가격에 공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은 델, 컴팩, HP, IBM 등의 대형 PC업체들에 생산물량의 90% 안팎을 장기계약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PC시장의 최대 성수기인 12월을 앞두고 고정거래선 가격이 다음달부터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D램 업체들의 재고가 대부분 2주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만 등 해외 업체들이 현물시장에 방출한 재고물량은 곧 소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자부는 재고물량 방출이 끝나고 PC 수요가 본격 회복되는 9월 말∼10월 초부터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말한다. 시장여건이 호전될 경우 64메가 D램이 9달러선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업계는 다음달 64메가 D램 고정거래선 가격이 7달러 후반∼8달러 초반, 11월 가격은 8.5달러 초반, 11월 가격은 8.5달러 수준에서 각각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PC시장은 인텔의 신제품 개발이 늦어지면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일부 비관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시장기관들은 장기적으로 4∼5년 동안 10% 이상의 높은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 2분기 세계 PC시장은 10% 성장하는 데 그쳤으나 최근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0% 이상 성장세로 반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IDC는 특히 3분기에는 당초 예상됐던 3300만대보다 40만대가 늘어나며 가정용 PC의 판매가 34%나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정용 PC 수요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정점을 기록한다. IDC는 이를 근거로 하반기 세계 PC시장이 19.5%의 성장을 기록, 상반기 18.2%에 비해 약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 가전 수요 늘어도 조기 공급과잉

(사진/64메가D램 가격의 하락 여파로 반도체 산업의 전망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은 512메가 D램을 개발하는등 주력제품의 성능 혁신에 나섰다)
데이터퀘스트는 올해 세계 PC시장이 17.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일본, 아시아, 남미 등의 빠른 성장이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오는 2004년에는 13.1%로 다소 둔화되지만 성장세는 지속된다는 것. 아시아 지역은 2002년까지 20% 이상의 성장이 예상돼 신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업계는 D램이 PC뿐만 아니라 인터넷, 이동통신, 정보가전 등 수요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매년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터넷의 붐과 함께 디지털TV, 디지털카메라, 셋톱박스 등 디지털 기기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IMT-2000 등 이동통신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공급과잉 주장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5%를 차지한다. 따라서 시시각각 변하는 현물시장의 동향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최근 반도체 경기 논란의 원인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경기정점이 2000년이냐 2002년이냐의 논쟁과 삼성전자를 포함한 세계적인 업체들의 시설투자가 이미 공급과잉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예상보다 빨리 공급과잉이 일어나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동안은 2001년 말부터 2002년 사이에 공급과잉 사태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주장은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가 지난해 330억달러, 올해는 이보다 60%가 증가해 530억달러로 늘어나 2001년 후반에 반도체 경기가 하락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밖에도 D램 제조업체들이 계속 슈링크 효과(한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제품 수를 늘려나가는 것)를 통해 제품 수를 늘려나가고 있어 공급과잉의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하락이 계속될 경우에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는 7월 초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 증가율이 40% 정도 예상지만 내년에는 25∼30%대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 과잉투자를 경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기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공격적 투자를 늘려나가기로 입장을 정했다. 삼성쪽은 오는 2002년까지 주력제품인 D램 반도체의 공급부족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하고 있다.

이윤우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지난 6일 “2000년 130억달러 수준인 반도체 부문의 매출액을 2005년 300억달러로 늘릴 것”임을 밝혔다. 또 D램, 램버스 D램, 플래시 메모리 등 차세대 메모리시장 선점을 위해 이달부터 화성 2단지 10라인을 가동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착공에 들어간 11라인은 2001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또 반도체 주력 품목을 64메가 D램에서 128메가 D램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비메모리 사업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8인치 웨이퍼를 월 3만장 생산하는 시스템LSI 전용라인을 착공, 2002년부터 0.13∼0.18미크론의 주문형반도체(ASIC), CPU, 시스템온칩(SOC)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국내 업체들, 공격적 경영으로 돌파구 찾아

지난해 LG반도체를 인수하고 D램 생산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전자는 인수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현대전자는 내년 말쯤 12인치 웨이퍼 라인 착공에 들어가 2002년 이후 가동할 계획이다. 싱크로너스 D램, DDR, 램버스 D램 등 256메가 D램 제품군 시장에 중점을 둬 30% 시장점유율로 세계 1위를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전자는 이 밖에도 S램과 플래시 메모리 등 부가가치가 높은 이동통신단말기용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크게 강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주력했던 D램 분야뿐만 아니라 메모리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여 D램과 비D램 메모리 제품의 균형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전자는 현재 이동통신단말기용 S램 분야의 모든 제품군의 라인업을 마친 상태이다.

국내 업체들의 이런 노력이 공급과잉론을 이겨내고 수출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호성/ INEWS24 기자chaosing@inews24.com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