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모디아’… 말로만 ‘투명경영’한 것인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의 수재, 노름꾼에서 벤처 최고경영자(CEO)로. 1천억원대의 청년 재벌….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젊은 벤처인의 표상으로 불리던 모디아의 김도현(34) 사장이 최근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금융감독원이 밝힌 그의 혐의는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가 작전꾼과 공모해 시세조정 자금을 지원하고 주가 차익을 챙겼다”는 게 요지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김 사장은 ㅇ투자컨설팅 대표 이아무개씨와 짜고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모두 3601차례에 걸쳐 고가·허수·통정매매를 통해 주가를 6만9천원에서 11만5천까지 66.7%나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형태로 시세조정을 도왔고, 보유주식 일부를 팔아 6억3천여만원의 매매차익을 챙겼다고 한다.
명성에 돌이키기 힘든 흠집
사법처리 여부는 검찰 조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혐의 내용만으로도 모디아와 그의 명성에는 돌이키기 힘든 흠집이 났다는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특히 그가 평소 투명경영을 입버릇처럼 외쳐왔고, 이런 점이 국내외 투자자에게 호평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그의 행위는 “시장의 신뢰를 배반했다”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런 흉흉한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모디아는 금감원의 발표 직후 혐의 사실을 강하게 반박했다. 모디아쪽은 “자사주 매입은 순수한 주가관리 차원이었으며, 컨설팅업체 대표의 주식 취득은 회사가 알 바 아니며, 대표이사가 보유 주식을 판 적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디아쪽 해명은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 됐다. 금감원은 모디아의 해명 다음날 이례적으로 “자사주 매입 수량의 3분의 2가 시세조정 계좌에서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 통정매매 혐의가 분명하며, 대주주 보유지분도 4개 차명계좌를 통해 매매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혐의사실을 거듭 확인하며 재반박에 나섰다. 조종연 조사1국장은 직접 “조사과정에서 모두 시인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불쾌해했다. 조사에 참여한 금감원 관계자는 “김 사장이 시세조정 자금으로 지원한 돈 가운데 찾아낸 것만 수십억원대”라며 “그쪽이 채권상환 부담 등 회사 내부 사정과 투자자 달래기 차원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 같다”는 친절한 해석까지 내놨다. 금감원의 재반박 이후 모디아쪽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모디아는 1998년 설립된 이동통신(모바일) 솔루션 분야의 선두주자다. 물류 및 유통업계의 모바일 수요가 급증하면서 2001년에는 매출이 2000년에 견줘 171%나 성장했다. 지난해 초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뒤에는 엔씨소프트·안철수연구소와 함께 코스닥의 황제주로 세인의 관심을 받아왔다. 등록 초기 2만∼3만원이던 주가(액면가 500원)는 같은해 5월 8만원대에 진입했고, 시세조정이 한창이던 8월에는 11만5천원까지 치솟았다. 기업 실적만 놓고 보면, 모디아는 동종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신증권 강록희 연구원은 “모디아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 안팎으로, 2∼3% 수준인 경쟁업체에 견줘 월등히 좋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신규사업에 진출하면서 전환사채 등 주식연계채권 발행이 늘고, 재고자산과 외상매출이 너무 많은 것은 골칫거리라고 강 연구원은 설명했다.
불과 3∼4년 만에 국내 모바일 업계 1위를 차지한 김 사장은 인생의 우여곡절 또한 파란만장하다. 그는 중학교 때까지 줄곧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았고, 경남 과학고를 거쳐 과기원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수재였다. 하지만 과기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사경고와 휴학을 반복하던 끝에 제적당했고, 이후 노름에 빠져 전국을 누비며 술집 호객꾼과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지냈다고 한다.
국내 주식부자 서열 28위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1995년. 형의 소개로 휴대용 단말기(핸디터미널) 대리점에 취직하면서 모바일 시스템이란 신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그는 1년 만에 기획실장으로 발탁될 정도로 열성을 쏟았고,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아예 회사를 인수했다. 모디아의 전신인 셈이다. 그는 1998년 8월 창업한 지 7개월 만에 해태제과로부터 35억원짜리 계약을 따내며 모바일 초기 시장을 선점했다. 또 시스템을 도입한 업체들이 원가절감에 성공하자 시장도 급성장했다.
회사가 크면서 그의 재산도 함께 늘어났다. 김 사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2001년 말 기준으로 878억원, 국내 주식 부자 서열 28위다. 40대 이하로만 따지면,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보와 태평양 서경배 사장,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에 이어 4번째다.
벤처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혐의가 그렇게 질이 나쁜 편은 아니라는 동정론도 일고 있다. 시세조정에 투입한 돈에 견줘 자기 몫으로 챙긴 주가차익이 미미한 편이고, CEO 겸 대주주라는 처지를 감안하면, 적극적인 주가관리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투자자들은 주가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대주주나 CEO에게 주가 방어에 나서라며 공공연히 협박을 하기도 한다”며 “코스닥업체의 CEO들은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최근까지도 “주주를 위하는 것은 주가 부양이 아니라 기업의 상태를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라며 투명경영을 거듭 강조해온 터여서, ‘두 얼굴의 벤처인’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벤처기업 경영자들이 초기에는 기술개발 등 경영에 전념하다가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사채업자 등의 유혹에 빠져 한눈을 파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며 “CEO의 투명경영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한겨레 경제부 honesty@hani.co.kr

사진/ 모디아의 김도현 사장. "작전꾼과 공모해 시세조정 자금을 지원하고 주가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 모디아는 모바일 솔루션 분야의 선두주자다. 김도현 모디아 사장이 SAP미디어와 모바일 비즈니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채결한 뒤 계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