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회사들 대규모 리콜사태에 초긴장… 자발적 리콜은 적극적 마케팅 전략 
   
 
 현대, 기아, 대우 등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요즘 잔뜩 얼어 있다. 국내판매 차량 전반에 대한 건설교통부의 첫 품질결함 조사결과가 곧 나올 예정이며 이에 따라 대규모 리콜(제조물의 결함에 따른 무상수리 및 교환)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지난 5월부터 자동차 3사의 국내판매 차량에 대해 7개 항목(가속제어장치 복귀 능력, 액화석유가스(LPG) 누출 검사, 엔진 원동기 출력, 뒷보기 좌석 안전성, 안전벨트 안전성, 다기능 스위치 조작성, 전조등 밝기)별로 품질결함 조사를 광범위하게 실시해왔다. 건교부는 7개 항목 가운데 ‘가속제어장치 복귀 능력’에 대한 조사결과를 10월 초쯤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항목별 조사결과를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건교부 곽운섭 자동차관리과장은 “품질에 의심이 가는 차종을 중심으로 집중 조사를 실시했다”며 “이번 조사에 따라 리콜 명령을 받게 될 차량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쪽의 걱정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타이어 결함에 3억5천만달러 손실 
 
최근 해외에서는 리콜의 위력을 잘 보여주는 뚜렷한 사례가 있었다. 세계적인 타이어 생산업체 브리지스톤 자회사인 파이어스톤의 불량 타이어 리콜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이 포드자동차 등에 납품한 타이어의 파열로 인명사고가 잇따르면서 대량 리콜사태가 빚어졌다. 이 때문에 파이어스톤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포드자동차까지 궁지에 몰려 있다. 파이어스톤은 미국 등지에서 실시중인 리콜 조치로 무려 3억5천만달러의 손실을 감수해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포드자동차도 차량 소유주 350여만명이 제기한 소송에만 7천만∼2억5천만달러의 리콜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포드가 대우자동차 인수를 막판에 포기한 한 배경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국내에선 파이어스톤의 ‘불량 타이어’ 파문같은 대규모 리콜사태는 없지만 리콜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5일까지 실시된 자동차 리콜은 26개 차종에 총 18건으로 대상 차량만 50만3472대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리콜 건수와 같으며 대상 차량은 지난해(11만1330대)보다 5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LPG연료의 미니밴에 대한 리콜이 많아 트라제XG, 카니발, 레조 등 현대, 기아, 대우의 주력 미니밴이 모두 정부의 권고 또는 자발적으로 한 차례 이상 리콜을 실시했다. 현대 트라제XG와 카니발은 지난해 출시 이후 올해까지 점화플러그 불량과 배선장치 결함, 매연과다 배출, 타이어 휠하우스 접촉 문제 등으로 4차례씩이나 리콜을 실시하기도 했다. 리콜은 제품의 결함으로 소비자가 위해를 당하거나, 당할 우려가 있을 경우 제품을 만든 회사나 유통업자가 스스로 또는 정부의 명령에 의해 공개적으로 결함상품 전체를 수거해 위해방지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자동차만이 대상은 아니다. 일반 소비재 및 용역과 식품도 리콜 대상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리콜의 대부분은 자동차, 가전제품에서 일어난다. 지난 96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소비자보호원에 신고, 접수돼 리콜조처를 받은 17건 중 공산품이 10건, 자동차는 5건, 식품은 1건이었다. 소보원을 거치지 않고 업체가 자발적으로 리콜을 실시하는 경우도 대부분 자동차, 가전제품에 집중해 있다. 화장품·식품업체도 소비자 불만 존중
 국내에서는 리콜에 대한 인식 수준이 아직 낮은 편이다. 리콜 제품은 모두 불량품으로 인식되고 있어 사업자는 리콜을 극히 꺼리며 마지못해 하게 될 경우에도 비공개적으로 조용히 해결하려는 태도가 강하다. 이는 소비자들이 리콜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 
  물론 최근 들어 변화의 싹은 있다. 업체들이 리콜을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마케팅 방안의 하나로 삼아 자발적으로 리콜에 나서는 사례가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9월 그랜저XG 승용차의 전자제어장치(ECU)와 관련한 부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자 자발적 공개 리콜을 실시했다. 현대차는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트라제XG 승합차의 ‘엔진 부조화’(점화 코일 이상으로 인한 엔진작동 불량) 탓에 다수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된 뒤 자발적 공개 리콜을 실시하기도 했다. 화장품회사인 (주)아인스는 지난 7월 목부분을 절단해 사용하는 앰플화장품 용기의 절단면이 불규칙하고 예리해 소비자 위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식품업체들이 처음으로 자진 리콜에 들어간 일도 있었다. (주)태평양 등 10여개 차 생산업체가 시판중이던 동규자차를 자진 회수키로 결정하고 즉각 시행에 들어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행정처분에 따른 회수와 폐기는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식품업체가 자발적으로 리콜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이는 유통중이던 동규자차 일부 제품에서 의약품으로 분류된 센나 성분이 다량 검출된 데 따른 조처였다. 
  이런 몇몇 사례들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자발적 리콜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뒷북치기 리콜’이란 비난이 끊이지 않는 데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자사 제품에 결함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체하다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그때서야 리콜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제품에 대한 하자를 스스로 인정, 이를 개선하고 품질향상의 계기로 삼아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주는 자발적 리콜이 아니라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리콜인 셈이다. 
  정부는 업체들의 이런 행태를 막으려고 한다. 제조업자가 자사 제품의 결함 사실을 알았을 경우 정부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현행 리콜제도의 미비점을 보완,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리콜을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사업자가 자사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을 경우 일정 기간 안에 정부에 보고토록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때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결함의무 정보보고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공개적 리콜업체에 격려보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가 제품의 위해 가능성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리콜 명령 이전에 자발적 리콜을 권고하는 제도도 도입한다. 이렇게 될 경우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리콜에 나서는 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보호원 리콜제도운영팀의 한인백 선임기술원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리콜에 임하면 소비자들에게 자사제품의 안전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나아가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리콜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리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콜은 기본적으로 ‘완벽한 제품은 없다’는 관점에서 시작되며 소비자 안전을 위한 사업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리콜을 공개적으로 실시하는 회사에 격려와 신뢰를 보내야 궁극적으로 스스로에 이익이 됩니다. 리콜을 부정적으로 보면 기업은 리콜을 꺼리게 되고 그만큼 소비자들은 불안전한 상품을 계속 쓰게 되거든요.” 
    
  김영배 기자kimyb@hani.co.kr 
 
 
 
  
 
  

(사진/자동차 리콜이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리콜제도를 마케팅의 방안으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해외에서는 리콜의 위력을 잘 보여주는 뚜렷한 사례가 있었다. 세계적인 타이어 생산업체 브리지스톤 자회사인 파이어스톤의 불량 타이어 리콜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이 포드자동차 등에 납품한 타이어의 파열로 인명사고가 잇따르면서 대량 리콜사태가 빚어졌다. 이 때문에 파이어스톤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포드자동차까지 궁지에 몰려 있다. 파이어스톤은 미국 등지에서 실시중인 리콜 조치로 무려 3억5천만달러의 손실을 감수해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포드자동차도 차량 소유주 350여만명이 제기한 소송에만 7천만∼2억5천만달러의 리콜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포드가 대우자동차 인수를 막판에 포기한 한 배경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국내에선 파이어스톤의 ‘불량 타이어’ 파문같은 대규모 리콜사태는 없지만 리콜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5일까지 실시된 자동차 리콜은 26개 차종에 총 18건으로 대상 차량만 50만3472대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리콜 건수와 같으며 대상 차량은 지난해(11만1330대)보다 5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LPG연료의 미니밴에 대한 리콜이 많아 트라제XG, 카니발, 레조 등 현대, 기아, 대우의 주력 미니밴이 모두 정부의 권고 또는 자발적으로 한 차례 이상 리콜을 실시했다. 현대 트라제XG와 카니발은 지난해 출시 이후 올해까지 점화플러그 불량과 배선장치 결함, 매연과다 배출, 타이어 휠하우스 접촉 문제 등으로 4차례씩이나 리콜을 실시하기도 했다. 리콜은 제품의 결함으로 소비자가 위해를 당하거나, 당할 우려가 있을 경우 제품을 만든 회사나 유통업자가 스스로 또는 정부의 명령에 의해 공개적으로 결함상품 전체를 수거해 위해방지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자동차만이 대상은 아니다. 일반 소비재 및 용역과 식품도 리콜 대상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리콜의 대부분은 자동차, 가전제품에서 일어난다. 지난 96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소비자보호원에 신고, 접수돼 리콜조처를 받은 17건 중 공산품이 10건, 자동차는 5건, 식품은 1건이었다. 소보원을 거치지 않고 업체가 자발적으로 리콜을 실시하는 경우도 대부분 자동차, 가전제품에 집중해 있다. 화장품·식품업체도 소비자 불만 존중

|   
               우리나라의 리콜제도 현황  |  
          |||||
|   
               구 분  |  
              
               자동차  |  
              
               식품  |  
              
               소비재 및 용역  |  
          ||
|   
               자동차  |  
              
               배기가스  |  
          ||||
|   
               근거법  |  
             
      
       자동차관리법  |  
             
      
       대기환경보전법  |  
             
      
       식품위생법  |  
             
    소비자보호법 | |
|   
               주관기관  |  
             
      
       건설교통부  |  
             
      
       환경부  |  
             
      
       보건복지부  |  
             
    상품 및 용역을 주관하는 중앙 행정기관 | |
|   
               리콜 요건  |  
             
      
       안전기준에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합이 계속적. 반복적으로 다수의 자동차에 발생  |  
             
      
       배출가스 허용기준 위반  |  
             
      
       식품 위생상 위해발생 또는 위해발생 가능성  |  
             
    안전기준 위반 및 동일.유사 위해를 계속. 반복적으로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 |
|   
               시행시기  |  
             
      
       92년 9월  |  
             
      
       91년 2월  |  
             
      
       96년 12월  |  
             
      
       96년 4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