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주택자금, 제대로 빌려라

423
등록 : 2002-08-21 00:00 수정 :

크게 작게

이사철 맞아 내집 마련 고민하는 서민을 위해… 금융기관들의 주택담보대출 상품 정보

사진/ 신규주택을 구입할 때도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이용호 기자)
곧 초가을 이사철에 접어든다. 이사철이 다가올 때마다 ‘돈을 융자받아서라도 이 참에 내 집을 마련해볼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의 집값 폭등 때문에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져간다고 한숨짓는 서민도 있겠지만,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살 집을 서둘러 구해야겠다고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내 집 마련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금융상품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시중 금리가 낮은데다 금융기관마다 고객을 우대하는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들을 내놓고 있는 만큼 돈을 빌리기 좋은 때다.

연동금리와 고정금리

이미 내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만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 않다. 집을 처음 구입할 때도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대다수 은행은 새로 구입하는 주택의 소유권 이전이 아직 안 됐더라도 잔금 지급일에 대출자금을 융자해준다. 은행에서 융자받은 돈으로 잔금을 내고 같은 날 동시에 소유권 이전을 하면 된다.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융자금을 끼고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가을 이사철이라고 할 수 있는 8, 9월이 성수기다. 그만큼 대출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자 너나 할 것 없이 소매금융에 치중한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촉을 위해 근저당 설정비를 면제해주고 있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물론 대출수수료까지 면제해주는 상품도 있다. 단골 및 우량고객한테는 신용도에 따라 대출 금리를 더 깎아주기도 한다.

주택을 잡히고 대출받을 때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역시 대출금리다. 각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연동대출과 고정금리대출, 기준금리(prime rate) 연동대출로 나뉜다. 시장금리 연동형은 대표적인 시장금리인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과 연동된다. 대출 당일의 CD 수익률(8월16일 현재 4.79%)에다가 가산금리(spread)를 덧붙이는데, 가산금리는 은행마다 다르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은행마다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CD 연동금리는 연 6.4∼6.8% 정도다. CD 금리 변동에 따라 석달마다 이자율이 바뀐다. 따라서 시장금리가 가파른 오름세를 탄다면 이자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반면 고정금리대출은 시장금리 변동과 상관없이 대출기간의 이자가 이미 확정된다. 따라서 CD 연동형보다 금리가 비쌀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옛 한빛은행)의 ‘뉴 스피드대출’ 상품을 보면, 아파트를 기준으로 CD 연동금리는 6.70%, 고정금리대출은 8.12%다. 국민은행은 우량고객의 경우 CD 연동금리는 6.4%, 고정금리는 8.3%를 적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그린홈 대출’ CD 연동금리는 최저 6.4%, 고정금리는 7.5%부터 시작되고, 조흥은행의 ‘OK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CD 연동금리는 6.8%, 고정금리는 7.28%다. 은행별로 고정금리와 CD 연동금리의 차이가 꽤 나는 편인데, 향후 금리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판단해 고정금리를 선택한다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최초 주택구입자금대출이란?

사진/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상품 금리도 은행과 비슷한 6%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참고로 담보로 잡히는 주택형태에 따라 대출금리가 조금씩 차이난다. 우리은행의 경우 다세대·다가구·단독주택의 CD 연동금리는 6.90%, 근린생활시설·오피스텔·숙박시설은 7.40%다. 일반적으로 연립 및 단독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금리가 0.2%포인트 높고, 상가·오피스텔 등은 아파트보다 0.7%포인트가량 금리가 더 비싸다.

그렇다면 CD 연동금리와 고정금리 중 어느 것이 더 유리할까. 당장은 CD 연동금리가 훨씬 더 싸지만,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거나 금융당국의 콜금리 인상이 예상되면 고정금리도 잘 따져봐야 한다. 주택을 담보로 5천만원을 대출했을 때 고정금리 7.8%를 적용받으면 매달 32만5천원씩 3년 동안 모두 1170만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CD 연동형을 선택하면 다소 복잡한 계산이 뒤따른다. 현재 6.4%의 이율이 적용된다고 칠 때 지금부터 석달간은 매달 26만7천원의 이자를 부담하지만, 3개월마다 금리가 0.25%포인트씩 상승한다면 다음 석달 동안은 월 27만7천원으로 오른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3년째 마지막 3개월 동안은 매월 38만1천원을 내야 한다. 3년간 내는 이자를 전부 합치면 1166만원이 된다. 고정금리형이나 CD 연동형이나 내는 이자는 엇비슷하다.

물론 시중금리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다. 싼 이자로 시작하되 불확실성을 감수할지, 아니면 금리상승을 고민하지 않는 대신 비싼 이자를 부담할지 선택해야 한다. 우리은행 김인응 차장은 “통상 고정금리와 변동금리(CD 연동금리)의 차이가 2% 이상인 경우에는 금리의 급상승 요인이 없는 한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은 “은행마다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치열한 만큼 직접 상담하면 고정금리를 더 감면받을 수도 있다”며 “3년 대출을 기준으로, 매년 평균 0.5%씩 금리가 상승한다고 칠 때 확정금리가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 집을 처음으로 살 때, 주택구입용 대출을 한번도 받지 않았다면 우리은행이나 국민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최초 주택구입자금대출’을 이용하면 유리하다. 이 상품은 전용면적 25.7평 이하(32∼33평형)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 주택 구입가격의 80% 범위 안에서 7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금리도 6%로 다른 일반 주택담보대출 상품보다 싼데다 20년 장기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대출조건이 가장 유리한 상품이다.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대출기간은 대개 3년인데, 최장 30년까지 대출해준다. 담보인정비율(주택 시가 대비 대출금액 비율)은 올 초까지만 해도 매매 시세의 80%까지 이르렀지만, 최근 들어 은행마다 대출한도를 깐깐하게 적용하고 있다. 부동산값 급등으로 담보가치에 거품이 많이 낀 만큼 부실대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미은행은 매맷값의 80%이던 담보인정비율을 75%로 낮췄고, 외환은행은 고객별 신용도에 따라 대출한도를 차등화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대체로 시세의 70∼80% 안팎을 감정가로 책정한 뒤 이 감정가의 60∼90% 정도를 대출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기관 주택담보대출 상품

금융기관별 상품

최저금리
(아파트·3개월CD연동형)

특징

 우리은행 '뉴 스피드론'

 연 6.7%

 담보설정비 면제

 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연 6.4%

 담보설정비 면제

 신한은행 '그린홈 대출'

 연 6.4%

 담보설정비 면제

 조흥은행 'OK 주택담보대출'

 연 6.8%

 담보설정비 면제

 삼성생명 '비추미 아파트담보대출'

 연 6.9~8.2%

 담보설정비 면제

 대한생명 '63 OK프리론'

 연 6.8~7.1%

 수시입출금식

 교보생명 '찬스 아파트자동대출'

 연 6.4~7.8%

 자사 우수보험계약자 금리 할인

 LG화재 'LG 아파트론Ⅲ'

 연 6.5~7.5%

 근저당설정비·취급수수료 면제

 현대해상 '고객사랑부동산대출'

 연 6.38~6.68%

 근저당설정비 면제

보험사들도 상품 내놓아

집을 담보로 잡히고 4천만원을 빌린다면 담보설정비로 24만∼28만원(대출금의 0.6∼0.7%선)이 들어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은 지난해부터 근저당설정비를 면제해주고 있다. 은행이 대출로 얻는 마진은 매월 대출금액의 0.1%가량인데, 근저당설정비 면제로 인해 6∼7개월은 전혀 이익을 보지 못하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은행마다 담보설정비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이광일 과장은 “지금까지 은행마다 설정비를 면제해주고 있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마진이 축소되자 서로 눈치보면서 담보설정비 부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근저당설정비가 부활되기 전에 미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게 낫다.

단골 우량고객한테는 대출금리를 낮춰주거나 대출금액을 높여주기도 한다. 국민은행은 우량고객에게 담보인정비율을 10% 더 높여주고 있다. 조흥은행은 맞벌이·전문직·단골고객 등에게 최고 0.3%까지 금리를 깎아준다. 대출 약정기간을 다 채우기 전에 원리금을 갚을 때 물려온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곳도 많다. 그러나 만기 3개월 이전에 상환하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리는 곳도 있고, 만기를 1년 이상 남겨두면 대출금의 0.5%, 1년 미만이면 1∼2%를 중도상환 수수료로 물리는 곳도 있으므로 잘 살펴봐야 한다.

은행들이 주도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보험사들도 도전하고 있다. 보험사에서 취급해온 기존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은행에 비해 대출금리가 높았으나 요즘에는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인 6%대 초반까지 낮췄다. 삼성생명의 ‘비추미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는 6.2∼7.1%, 대한생명의 ‘63 OK프리론 담보대출’은 6.8∼7.1%, 현대해상의 고객사랑부동산 담보대출은 6.38∼6.68% 수준이다. 은행들이 미처 개발하지 못한 수시 입출금식 신상품도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은 전화로 자유롭게 대출신청을 할 수 있는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인 ‘비추미 프리론’(연 6.4∼8.2%)을 내놓았다. 대한생명도 마이너스통장식 대출상품을 판매 중인데, 대출금 한도를 설정해놓은 뒤 필요할 때마다 한도까지 수시로 대출받을 수 있다. 장기 보험계약자한테는 대출이자를 깎아주기도 한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