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활동을 놓고 전면적인 사상전을 선포하고 나선 자유기업원
“참여연대의 재벌개혁론은 반자본주의 성향을 보인다. 그리고 반자본주의 성향은 (계급이익을 추구하는)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갖고 있다.” 자유기업원이 최근 펴낸 <참여연대 재벌개혁론 비판>(NGO실 실장 박종찬)이란 책의 핵심논지다.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시비를 걸어온 자유기업원이 이번에는 참여연대의 활동 전체를 놓고 전면적인 ‘사상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비록 노골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반자본주의적’이라는 색깔론을 무기로 삼았다는 점에서 건전한 토론을 위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비난’에 가깝다.
어지간하면 다 반자본주의자?
<참여연대 재벌개혁론 비판>이란 책은 자유기업원이 최근 ‘비정부기구(NGO) 시리즈’로 펴낸 4권의 책 가운데 하나다. 시리즈 제목만 보면 NGO 운동을 다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발간된 책들에서 공격의 초점은 재벌개혁을 주장하고 소액주주운동을 벌여온 참여연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민단체 활동의 문제점’이라는 부제가 붙은 <시장 경제질서와 시민단체>(정책분석실장 권혁철)라는 제목의 책도 시민운동 일반을 문제삼은 듯하지만, 세부 내용은 참여연대의 재벌개혁운동을 비판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수십만 조합원이 벌이는 노동운동과 싸우기에도 바쁠 듯한 자유기업원이 회원 1만5천여명에 지나지 않는 참여연대를 공격하는 데 이토록 많은 노력을 들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자유기업원은 지난 97년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부설기관으로 설립한 ‘자유기업센터’가 모태다. 이후 2000년 2월21일 자유기업원으로 분리독립해 오늘에 이르렀다. 스스로를 “시장과 기업이 얼마나 좋은지를 연구하고 홍보하는 재단법인”이라고 밝히는 자유기업원은 “소유권과 이에 바탕한 경제주체들의 행위에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악”이라는 ‘신자유주의’를 적극 표방한다. 사회주의가 몰락한 현실에서 이들의 주요 공격대상은 복지국가다. 자유기업원은 각종 정부 규제를 폐지하고, 세금을 줄여 작은 정부를 만들 때 모두에게 가장 바람직한 사회가 된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자유기업원의 이런 주장은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좋은 결과를 정말로 확신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신자유주의를 내세워 단지 재벌을 옹호하기 위한 것인지 의심스런 대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재벌체제의 긍정적인 측면을 대놓고 내세우기보다는 재벌개혁을 ‘반자본주의’로 몰아붙이는 구태의연한 논리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자유기업원이 참여연대의 재벌개혁운동을 ‘반자본주의적’이라고 단죄하는 근거는 단순하다. 자유기업원은 <참여연대 재벌개혁론 비판>에서 “자본주의의 기본원칙은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사적 이윤추구를 옹호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참여연대의 재벌개혁운동은 세 가지 원칙을 깨뜨리고 있으므로 반자본주의적이라고 주장한다. 자유기업원의 자본주의에 대한 정의는 매우 좁아, 어지간한 사람은 반자본주의자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참여연대…>는 “참여연대의 주장은 주주자본주의가 아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요청하고 있다. 즉 주주 외에 종업원, 소비자, 협력업체, 금융기관, 지역주민과 같은 회사의 이해관계자가 회사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소유권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자유기업원의 시각은 오직 미국식 주주자본주의만을 자본주의라고 보는 듯하다. 자유기업원은 참여연대의 활동이 반자본주의적이라는 또 다른 근거로 “재벌개혁을 시장원리에 맡기지 않는다”는 점을 든다. 정부가 나서서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재벌의 내부거래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사적 이윤추구를 규제하려는 반자본주의적 주장이라고 공격한다. 자유기업원의 논리 속에서는 재벌에 대한 개혁 요구는 모두 ‘반자본주의’로 단순화된다.
황제경영은 자본주의적인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에 대해 “자유기업원이 정말로 자유주의에 합당한 사고와 행동을 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의 재벌개혁론은 특정 기업에 소수지분을 가진 재벌 총수가 그 지분을 넘어서 무한정 경영에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특히 계열사를 동원한 순환출자를 통해 전혀 지분이 없는 회사들의 경영까지 총수가 좌지우지하는 것은 ‘소유권’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 것으로 본다. 참여연대의 시각에서 보면 재벌은 오히려 시장경제의 실패사례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8월1일 발표한 성명에서 “자유기업원이 틈만 나면 시장경제질서를 운운하는데 2002년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을 보면 재벌총수가 불과 1%의 지분으로 100% 황제경영을 일삼고 있다. 지분도 없이 계열사를 지배하는 재벌소유구조가 과연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자유기업원이 겉으로는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를 들먹이지만, 실제로는 재벌을 편들기 위한 ‘돌격대’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런 현실에 철저히 눈을 감아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자유기업원은 재벌로부터는 독립돼 있다고 주장한다. 자유기업원은 “사업의 순수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설립했다. 또한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할 수 있도록 전경련 부설기관을 탈피해 중견·중소 벤처기업과 자유주의에 동의하는 개인 후원자들이 지원하는 실질적인 독립기관으로 (지난 2000년) 거듭났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자유기업원이 전경련에서 분리할 때 전경련 회원사가 중심이 된 것은 사실이다. 자유기업원 관계자는 “초창기 마련한 120억원의 출연금과 스폰서 클럽의 회비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 기업이 얼마나 출연했는지, 기업과 개인의 출연금 비율이 얼마인지는 당사자들이 꺼리기 때문에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유기업원 직원은 20여명에 지나지 않지만 연간 예산은 18억원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단체 가운데 예산규모가 가장 큰 축에 속하는 참여연대의 2배가량이다. 그런 만큼 자유기업원의 행동반경은 매우 넓다. 자유주의를 홍보하기 위한 각종 책자의 번역 및 발간사업을 시작으로, 이들 책자를 대상으로 전국의 학생과 주부를 대상으로 한 독서감상문 모집,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자유주의 시리즈에 대한 독후감과 소논문 공모행사를 해마다 정기적으로 벌인다. 또 교사, 대학 신입생, 언론인을 대상으로 시장경제와 기업활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에코데미아’ 행사도 벌인다. 자유기업원에서는 발간한 자료들을 여론 주도층에게 이메일을 통해 수시로 전달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현 정부의 정책을 ‘좌파적’이라고 비난하며, 우익의 궐기를 촉구해 파문을 일으킨 것도 바로 자유기업원의 이메일이었다.
“경제권력의 성장을 보여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유기업원의 이런 공격적 활동은 과거 정치권력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재벌 중심의 경제권력이 이제는 정치권력과 거의 대등하거나 오히려 힘이 세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자유기업원의 ‘피해의식’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자유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결코 소수가 아니다. 그런데도 자유기업원은 자신들이 핍박받는 자유주의를 되살리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애쓴다. 김상조 소장은 “이는 자유기업원이 주장하는 자유가 만인의 자유라기보다는 소수 기득권자의 자유를 옹호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원로보수주의자들이 독자적으로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시민단체도 감시하겠다는 단체를 만드는 것도 자유기업원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어쨌든 자유기업원의 사상공세에다 다른 보수주의 단체들마저 시민단체라는 이름으로 잇달아 등장하는 최근의 움직임은 사회·경제적 약자의 지지와 지원에 의존하는 시민운동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참여연대의 재벌개혁론은 반자본주의 성향을 보인다." 신자유주의를 적극 표방하는 자유기업원 사무실. (이용호 기자)

사진/ 자유기업원의 연간예산은 18억원가량이다. 지난 4월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민병균 원장(맨 왼쪽),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맨 오른쪽)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주년 행사를 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