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한국에 나쁠 것 없다”

416
등록 : 2002-07-03 00:00 수정 :

크게 작게

<달러 하락의 여파>

단기적으로 한국 증시에 악영향 끼치지만 미국 떠난 자금이 흘러들어 올 수도

사진/ 달러가치가 계속 하락하면 유럽과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본은 내수 회복세의 지속이 불확실해 투자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AP 연합)
달러 약세와 미국 증시의 주가하락은 한국 증시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인가? 단기적으로 보면 우리 증시는 미국 증시의 주가하락에 큰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미국을 떠난 자금이 상대적으로 투자조건이 좋은 우리 나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상반기 미국 증시의 주가하락은 우리 증시에 악영향을 끼쳤다. 미국 증시의 전반적인 주가흐름을 반영하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6월 말 현재 연초대비 13.7%나 떨어졌다. 이는 지난 1970년 상반기(2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이에 영향을 받아 한국 증시의 종합주가지수가 한때 950포인트를 넘나들다 700대 초반까지 수직하락했다.


지역별 주가 차별화 낳을 수도

미국 증시의 주가하락이 한국 증시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의 주가가 급락한 지난 6월20∼26일의 한주 동안 미국 주식형 펀드자금 유출입을 보면, 모두 58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 9·11 테러사태 직후 한 주간 기록한 59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이머징마켓펀드와 아시아퍼시픽펀드(일본 제외)에서는 3억1500만달러와 1억2300만달러씩 순유출됐다. 이런 전반적인 투자심리 위축은 한국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주식 매도로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 증시를 일시적으로 이탈한 자금도 결국 어디론가 흘러가야 한다. 그 경우 한국 증시는 매우 매력적인 대안시장이 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KCIF) 김위대 연구원은 최근 ‘세계 증시의 차별화와 미국 경제의 상관성’이란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약화는 달러의 약세를 낳고, 이로 인해 증권투자자금의 해외분산이 이뤄지면서 지역별로 주가 차별화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호황일 때는 달러가치가 높아지고, 주식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돼 미국 경제의 주도권이 강화되면서 세계 증시가 미국 증시와 동조화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주가 차별화가 나타나곤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85년 4분기부터 87년 3분기까지, 그리고 93년 3분기부터 96년 1분기까지 미국 증시와 다른 지역 증시 간 동조성이 약화된 시기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하락세였고, 미국의 경상수지는 적자가 진행됐으며, 미국 달러가치의 약세기조가 이어졌다.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 대신 유럽과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이 늦어질 경우 상대적으로 혜택을 볼 시장으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과 유럽 시장이 꼽힌다. 유럽의 경우 성공적인 경제통합으로 미국보다 경제가 안정적인데다, 유로화 강세로 수입물가도 안정돼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크게 떨어진다. 투자매력이 커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내수 회복세의 지속이 의문시되어 미국의 회복세가 둔화될 경우 시차를 두고 미국과 동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견고한 내수 신장세에 수출도 회복되고 있어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특히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영국의 피치가 우리 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두 단계 올린 것도 한국증시에는 호재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지난 6월26일치 기사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 경쟁력 상실 등을 이유로 최근의 달러약세를 우려하고 있지만,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약세로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크게 줄어 내수 소비가 활발해지고, 달러에 대한 불신이 아시아로의 국제자금 유입을 부추겨 주식시장에서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손해보험회사 알리안츠(Allianz)의 수석투자가인 울프람 제데스는 6월28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앞으로 미국 투자를 15%가량 줄이고. 유럽과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투자를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기대는 미국의 경기침체 때문에 세계 경제가 동반침체에 빠져들지는 않는다는 가정에 바탕을 둔 것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