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와 달러 가치 가파른 하락세…일부에선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론 대두
미국 경제가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한국경제에 다시 한번 찬물을 끼얹을 것인가? 달러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미국 증시의 주가 하락이 깊어지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다시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증시 6월 주가 흐름은 불안감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9·11 테러사태로 출렁한 이후 빠른 속도로 반등했던 뉴욕 증시의 주가는 점차 9·11 테러 직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 지수는 현지시각으로 6월21일 전날보다 1.89% 떨어지며 9235포인트로 마감했다. 지난해 저점이던 9월21일의 8235포인트보다는 높지만,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만선이 무너진 뒤 하락폭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나스닥 지수는 테러사태 직후의 최저치(1423포인트)에 가까운 1440포인트로 떨어졌고,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지수도 21일 심리적인 지지선인 1000선이 다시 무너지며 989포인트로 내려앉았다.
미국 주가·달러가치 여전히 과대평가돼
미국 경제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평가로 볼 수 있는 달러화의 가치하락도 가파르다. 달러화는 6월20일 유로화에 대해 2년 내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21일에는 엔화에 대해서도 121엔대로 추락하면서 7개월 만의 최저치를 보였다. 연초 달러당 135엔까지 강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10% 넘게 떨어진 것이다. 투자자들은 미국달러로 표시된 자산들을 대거 내다 팔고 있다. 달러가치와 주가약세는 회복세로 돌아선 듯하던 미국 경제가 다시 꼬꾸라질 것임을 뜻하는 것일까? 만약 미국 경제가 일부의 비관적 견해처럼 다시 침체에 빠진다면, 세계 경제의 회복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물론 직격탄을 맞는다. 미국 증시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지난 6월20일 다시 한번 비관론에 불을 댕겼다. 연초 ‘더블 딥’(이중침체)이란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 다시 한번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던 그는 “미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에 내수 부진과 연방기금 금리 인하가 겹치게 되면서 다시 한번 불황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올 하반기에 미국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확률이 40%”라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 예금보험공사도 지난 18일 2분기 지역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발표되는 경기지표들이 경기 회복을 시사하고는 있지만 회복의 강도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태”라며 “결코 강력한 경기회복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비관론은 미국의 주가와 달러가치가 여전히 과대평가돼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로치는 “미국의 올해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국내총생산의 4.6%에 이를 것”이라며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면 경기침체가 길어지거나 달러가치가 떨어지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러가치 하락은 미국 증시에서 자금 이탈을 낳고, 주가를 떨어뜨려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게 된다. 수입물가도 올려 소비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 20일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경상수지 적자가 1125억달러로 국내총생산의 4.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자, 달러의 추가약세를 예상한 투자가들은 달러로 표시된 주식 등 금융자산을 대거 내다팔았다. 물론 그것은 주가하락에도 한몫을 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경우 경상적자가 국내총생산의 5%를 넘어서면 경기침체와 통화약세를 부르는 위험수위로 본다. 국제통화기금도 달러화의 급격한 약세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미국은 강한 달러를 바탕으로 해외자본을 미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해왔다. 그것이 역전되면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낙관론 “주가하락은 주식시장 내부적 요인”
물론 이중침체론을 일축하는 사람들도 현재 발표되는 기업실적이나 미국의 경상적자 규모 등으로 보면 주가와 달러가치가 고평가돼 있다는 데는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이 회복세로 돌아선 경기를 이중침체로 빠뜨리는 정도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증시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지지를 얻고 있는 낙관론은 현재의 주가하락이 앞날의 경기 요인보다는 주로 주식시장 내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우선 부실회계를 투자자들에게 숨겼다가 결국 파산한 ‘엔론’ 사태 이후 기업들의 부실회계에 대한 우려감이 지속되는 것과, 증권사들에 대한 불신, 추가 테러공격에 대한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점을 꼽는다. 특히 뉴욕 증시의 21일 주가 하락은 이날이 마침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개별주식 옵션의 만기가 모두 겹치는 이른바 트리플위칭데이여서 투자자들이 매수에 소극적으로 나선 점도 작용했다고 본다. 기업실적이 기대보다 나쁘게 나오고 있지만, 그것은 과거실적 지표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뿐 경기전망을 바꾸게 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강조한다.
실제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비관론을 일축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는 듯하다. 컨퍼런스 보드가 지난 20일 발표한 5월 경기선행지수는 전달보다 0.4% 높아져 0.3% 오를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웃돌았다. 경기선행지수는 3∼6개월 뒤의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로 지수가 높아질 경우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임을 뜻한다. 컨퍼런스 보드의 켄 골드스타인 연구원은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한 것은 하반기에 회복세가 가시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향후 소비에 큰 영향을 주는 실업률도 4월에 6%에서 5월에는 5.8%로 낮아졌다. 6월 둘쨋주까지 4주 동안의 주간 신규 실업보험 신청자 수가 그 전주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것도 긍정적인 지표다.
지난 6월13일 발표된 5월 소비자 판매가 전달보다 0.9% 줄어들어 소비의 지속적인 회복에 우려를 갖게 했지만, 그것을 경기가 다시 냉각된다는 징조로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 전달인 4월에 이례적으로 1.2%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생산과 재고 동향도 아직까지는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생산증가율(전월 대비)은 1월 0.6%에서 5월 0.2%로 매달 조금씩 증가율이 둔화되긴 했지만 올 들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재고도 1월에 -0.1%, 4월에 -0.2% 등 4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1분기의 생산이 활발했던 것이 재고를 쌓아두기 위해 생산을 늘린 때문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급격한 회복 점치는 사람은 없다
낙관론자들은 노동생산성의 증가과 임금비용의 감소에도 기대를 건다. 지난 1분기에 노동생산성은 연율로 8.6% 증가했지만, 단위당 노무비는 오히려 5.4% 감소했다. 그 차이가 결국 기업실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 김종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도 있어서 앞으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호전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주가하락은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 때문이라기보다는 기업의 회계에 대한 불신, 증권사에 대한 불신과 그에 맞물려 과거 기업실적에 비해 주가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심리가 강하게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가하락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든 그것을 경기전망을 바꿀 근거로 삼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달러가치의 하락도 급격하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없다는 쪽이다. 달러가치는 이미 연초 대비 10%나 하락했다. 추가로 10%가량 더 하락하더라도 미국 경제가 충분히 버텨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약세는 미국 제조업체들한테는 가격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해 기업실적을 좋게 하는 요인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 다수의 지지를 받는 낙관론도 이중침체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일 뿐, 미국 경제의 급격한 회복을 점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미국 경제가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인가. 9·11 테러 이후 빠른 속도로 반등했던 뉴욕 증시의 주가는 점차 9·11 테러 직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AP 연합)
미국 경제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평가로 볼 수 있는 달러화의 가치하락도 가파르다. 달러화는 6월20일 유로화에 대해 2년 내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21일에는 엔화에 대해서도 121엔대로 추락하면서 7개월 만의 최저치를 보였다. 연초 달러당 135엔까지 강세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10% 넘게 떨어진 것이다. 투자자들은 미국달러로 표시된 자산들을 대거 내다 팔고 있다. 달러가치와 주가약세는 회복세로 돌아선 듯하던 미국 경제가 다시 꼬꾸라질 것임을 뜻하는 것일까? 만약 미국 경제가 일부의 비관적 견해처럼 다시 침체에 빠진다면, 세계 경제의 회복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물론 직격탄을 맞는다. 미국 증시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지난 6월20일 다시 한번 비관론에 불을 댕겼다. 연초 ‘더블 딥’(이중침체)이란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 다시 한번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던 그는 “미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에 내수 부진과 연방기금 금리 인하가 겹치게 되면서 다시 한번 불황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올 하반기에 미국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확률이 40%”라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 예금보험공사도 지난 18일 2분기 지역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발표되는 경기지표들이 경기 회복을 시사하고는 있지만 회복의 강도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태”라며 “결코 강력한 경기회복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비관론은 미국의 주가와 달러가치가 여전히 과대평가돼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로치는 “미국의 올해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국내총생산의 4.6%에 이를 것”이라며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면 경기침체가 길어지거나 달러가치가 떨어지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러가치 하락은 미국 증시에서 자금 이탈을 낳고, 주가를 떨어뜨려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게 된다. 수입물가도 올려 소비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지난 20일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경상수지 적자가 1125억달러로 국내총생산의 4.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자, 달러의 추가약세를 예상한 투자가들은 달러로 표시된 주식 등 금융자산을 대거 내다팔았다. 물론 그것은 주가하락에도 한몫을 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경우 경상적자가 국내총생산의 5%를 넘어서면 경기침체와 통화약세를 부르는 위험수위로 본다. 국제통화기금도 달러화의 급격한 약세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미국은 강한 달러를 바탕으로 해외자본을 미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해왔다. 그것이 역전되면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낙관론 “주가하락은 주식시장 내부적 요인”

사진/ 나스닥 지수는 테러 직후의 최저치(1423포인트)에 가까운 1440포인트로 떨어졌다. 달러화의 가치하락도 가파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