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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카지노 대부, 음지에서 양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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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6-1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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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유착 의혹 받아온 파라다이스, 코스닥 등록으로 종합 레저업체 변신 시도

사진/ 아시아 최대의 고급 카지노인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지난해 매출이 2191억원에 이르는 등 웬만한 중견기업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한겨레)
한국 카지노의 대부 전낙원씨. 지난 30여년 동안 권력의 실세가 수십번 바뀌는 과정에서도 카지노 업계에서 자신의 독점적인 위치를 잃지 않은 그는 1993년 5월 사정기관의 칼날을 피해 외유에 오른다. 문민정부 출범 뒤 검찰의 슬롯머신 업계 수사가 카지노에까지 번져오자 해외로 몸을 피한 것이다.

탈세 추징금 500억 거뜬히 갚다

카지노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으로 정·관계를 뒤에서 주무르던 전낙원씨가 해외로 도피하자 워커힐호텔 카지노를 운영하던 그의 회사 (주)파라다이스(당시 파라다이스투자개발)는 금방이라도 회사가 쓰러질 것 같은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가 해외로 도피한 뒤 국세청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여 전씨와 파라다이스가 탈세로 빼돌린 500억원을 추징하기로 한 것이다. 말이 500억원이지 재벌기업도 아닌 일개 카지노 운영업체가 그만한 현금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중견기업이라 해도 그 정도 세금을 추징당하면 채권자들의 자금 회수가 이어지면서 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리는 것은 일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낙원씨와 파라다이스는 불과 9개월 뒤인 94년 6월 이 돈을 국세청에 모두 납부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돈을 차입해오는 등 별도의 대책도 없었다. 파라다이스의 엄청난 현금 동원력에 입이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사진/ (주)파라다이스의 회장인 전낙원씨와 그의 아들 전필립 사장. 전낙원씨의 구속 수감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2세 승계가 이뤄졌다.
전낙원씨와 관련된 일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전씨는 지난 89년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을 도피시킨 박처원 전 치안감에게 김우현 당시 치안본부장(경찰청장)을 통해 10억원을 전달했다. 이 사건은 지난 99년 이근안씨가 붙잡힌 뒤 그의 도피를 도왔던 사람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으나 그 배경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수면 아래로 잠복해버렸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가 정·관계와 주요 권력기관을 대상으로 얼마나 많은 자금을 뿌렸는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그는 3공화국 시절부터 권력 실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독재가 지배하던 시절에는 사업의 성격상 권력의 비호를 받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손길은 정·관계에만 그치지 않았다. 유력 신문사 사주 및 재벌 총수와 사업상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숱한 정·관계 유착 의혹을 받아온 파라다이스가 과거의 어두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밝은 양지로 나오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특히 지난 6월12일 코스닥 등록 심사를 통과함으로써 일반 투자자들을 주주로 받아들이는 공개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파라다이스는 오는 8월을 전후해 공모 절차를 거쳐 코스닥에 등록할 예정이다.

파라다이스는 현재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13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가운데 4개를 운영하고 있다. 직영 워커힐호텔 카지노를 비롯해 계열사인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카지노와 인천 오림포스호텔 카지노, 제주 그랜드호텔 카지노 등이다. 국외에서는 케냐에 설립한 파라다이스사파리파크호텔 카지노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4개 카지노가 국내 13개 카지노 매출액의 70%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서울에 유일한 워커힐 카지노는 지난해 매출이 2191억원에 이르는 등 웬만한 중견기업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또 국내 전체 카지노 매출의 55.4%를 점유하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한국 카지노 업계에서 아직도 확고부동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 주변 리조트단지 추진

중요한 것은 파라다이스가 단순히 카지노 업체에 머무르지 않고 종합 레저 업체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는 점이다. 파라다이스는 코스닥 등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인천국제공항 주변 무의도에 복합 레저단지인 파라다이스리조트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급호텔, 콘도미니엄, 해수워터파크, 골프장, 테마공원, 야외콘서트홀 등으로 조성되는 초대형 복합 레저단지를 세운다는 구상이다. 물론 카지노도 빠질 수 없다. 파라다이스는 교통여건이 불리한 워커힐 대신 인천공항 인근에 카지노를 세움으로써 일본·중국의 관광객들을 최대한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곳의 카지노를 기존의 시설들과 달리 국제적인 수준의 대규모 시설을 갖춘 카지노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파라다이스는 이미 무의도에 리조트단지를 세울 터를 확보해놓은 상태다. 파라다이스가 어두운 카지노 업체의 이미지를 벗고 당당하게 종합 레저그룹의 반열에 올라설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자금이다. 파라다이스는 리조트 건설에 모두 6823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무리 현금 동원력이 막강한 파라다이스라 할지라도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기는 너무나 큰 규모다. 파라다이스가 기대를 거는 것은 코스닥 등록이다. 이를 통해 980억원(공모가 5천원인 경우)의 공모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코스닥 등록 이후 2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는 이유가 단순히 공모자금 조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 공개를 통해 외자유치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가 이처럼 방향을 전환하게 된 것은 전낙원씨가 탈세 혐의 등으로 수감됐다가 풀려난 뒤부터다. 전낙원씨는 96년 8월 3년여의 해외도피 생활을 마감한 뒤 귀국했다가 97년 2월 법원에서 조세포탈 및 업무상 횡령, 해외 재산도피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지병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가 8월 보석으로 풀려나게 된다. 전씨는 서울대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아들인 전필립 현 사장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도록 한다. 전낙원씨의 구속 수감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2세 승계가 이뤄진 것이다. 전필립 사장은 취임 이후 카지노 수사로 어둡게 낙인찍힌 회사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다각적으로 전개하게 된다. 98년 관광·레저 분야의 전문기업을 지향하는 새로운 그룹의 비전을 선포하고, 99년에는 회사의 도약을 위해 코스닥 등록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것이다.

합리적 기업경영 추구하는 2세

물론 파라다이스의 코스닥 등록이 쉽지는 않았다. 사회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코스닥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에 걸려 번번이 좌절을 겪어야 했다. 심사과정에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계열사에 대한 대여금과 지급보증이었다. 파라다이스가 처음 코스닥 등록을 신청한 때는 지난 99년 10월. 코스닥위원회는 같은 해 12월 재심의 판정을 내린 뒤 다시 심사를 벌여 보류 판정을 내렸다. 이어 2000년 9월에도 등록을 신청했으나 보류 판정을 받았다. 2001년 11월에는 심사를 앞두고 특수관계인의 지분 변동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파라다이스는 지난 3월 4번째 등록신청을 했고, 한 차례의 재심의 끝에 6월12일 마침내 심사를 통과했다.

파라다이스의 최대주주는 아직도 형식상 회장을 맡고 있는 전낙원씨다. 그는 개인적으로 32.1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파라다이스부산 30.74%, 파라다이스건설산업 13.96% 등 계열사 지분과 친인척 및 임원들읨 몫을 합하면 83.8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75살의 고령인 전씨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 머무르면서 회사에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파라다이스호 항해의 방향타는 올해 나이 42살인 전필립 사장이 쥐고 있다. 그는 부친 전낙원씨와 달리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의 경영철학과 끊임없는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등 보다 근대적이고 합리적인 기업경영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을 대신해 카지노 업계의 대부 자리에 오른 전필립 사장. 그가 코스닥 등록을 계기로 파라다이스를 어떤 모습으로 변모시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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