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하락, SO 인수 때 방송법 위반…정지선 부사장 경영 참여 이후 휘청
잘 나가던 현대백화점이 정몽근 회장의 장남 정지선(30) 부사장의 본격적인 경영 참여 이후 휘청거리고 있다. 방송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1천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지역유선방송사업자(SO)를 인수했다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두달이 지나도록 전전긍긍하는가 하면 백화점업계 시장점유율이 30% 이하로 떨어지는 등 반갑지 않은 소식이 안팎에서 들려온다. 현대백화점은 특히 정지선씨가 올 1월 기획실장에서 기획·관리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해 본격적인 후계체제 구축에 나선 가운데 이러한 일들이 벌어져 무척 난감해하고 있다. 경영인으로서 첫 출발부터 회사가 삐걱거리기 때문이다. 정 부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등기임원으로 선임됐으며, 기획·관리뿐 아니라 회사의 주요 현안을 대부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점유율 30% 밑으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경기회복의 분위기를 타고 외형이 크게 불어났다. 올해 1분기(1∼3월)에 4817억원의 매출에 3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4.3%, 순이익은 35% 증가했다. 계열사인 현대DSF(울산·성남점), 한무쇼핑(무역센터점), 현대쇼핑(신촌점), 송원(광주점)을 포함하면 1분기 매출이 836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비약적으로 성장한 셈이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의 실적 호전은 그리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은 못 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 역시 그에 못지않은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백화점 부문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다. 현대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은 2000년 32.2%에서 2001년 30.5%로 떨어졌으며, 올해 1분기 들어서는 29.48%까지 내려갔다. 점유율이 3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유통업계에서 현대백화점의 애매한 위상이다. 롯데가 백화점 부문에서, 신세계가 할인점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데 반해 현대백화점은 어느 한쪽에서도 분명한 선두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현대홈쇼핑 역시 마찬가지. 올해 1분기에 1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LG홈쇼핑과 CJ39쇼핑은 물론 비슷한 시기에 개국한 우리홈쇼핑보다 매출이 떨어지는 등 시너지 효과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장차 백화점·할인점·홈쇼핑의 3개 축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을 감안할 때 어느 한 부문에서도 뚜렷한 강자가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은 홈쇼핑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지난 3월19일 ㈜대호로부터 디씨씨를 비롯한 7개 케이블TV 방송을 1122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회사는 디씨씨와 서초종합유선방송, 한국케이블TV관악방송, 청주케이블TV방송, 케이씨에스, 경북케이블TV방송, 부산케이블TV방송 등이다. 인수 주체는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현대쇼핑 3개 회사가 자금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홈쇼핑부문 강화를 위해서는 SO 사업자들의 측면 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SO들은 채널 선택권이 있어 홈쇼핑업체 등 PP(방송공급업체)들에 대해 우월적인 위치에 있다. 게다가 새로운 홈쇼핑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지역유선방송망을 장악한 SO의 역할과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현행 방송법이 “지상파방송 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 사업자는 상호 겸영하거나 그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자회사인 현대DSF를 통해 지상파방송인 울산방송의 지분 30%를 갖고 있어 SO 인수가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배하게 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현대DSF의 지분을 40.97%, 현대홈쇼핑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결국 인수한 SO를 포기하든가 계열사인 울산방송을 포기하든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방송위원회는 해당 방송사에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SO 사업권 무리하게 인수
인수 가격 또한 지나치게 높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평가다. SO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대호 자체가 극심한 경영난으로 껍데기뿐인 회사였기 때문이다. 대호는 당시 자산이 1962억원에 지나지 않는 데 반해 부채는 2346억원에 달해 자본이 전액 잠식된 상태였다. 애초 자본금 642억원을 모두 까먹고 자본이 마이너스 383억원인 상태였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백화점은 7개 SO 사업권을 인수하는 대가로 모두 1500억원을 지불한 셈이다.
또 한 가지 의문은 계약 자체가 현대백화점에 절대적으로 불리했다는 점이다. 통상적인 관례를 무시하고, 대금의 90%를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석달 뒤 10%를 잔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대호는 2001년 말 결산보고를 앞두고 자본 전액잠식 사실이 시장에 조금씩 알려진 상황이었다. 대호로서는 3월 말까지 불과 며칠 안에 매각을 성사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던 셈이다. 대호는 특히 2001년 9월 말 3분기 결산 때 재무제표에 자산 2579억원, 부채 2277억원, 자본 302억원라고 보고한 상황이어서 자본 전액잠식은 회사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방송법에 대한 검토 부족이나 앞뒤가 바뀐 계약금 지급방식 등을 볼 때 현대백화점이 케이블방송 인수를 너무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계약이 체결된 뒤 유통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계약을 포기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고심 끝에 울산방송을 매각하는 쪽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조만간 울산방송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각 대상 기업으로 친족기업이라 할 수 있는 KCC와 현대중공업이 거론되고 있어 울산방송 매각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KCC나 현대중공업이 울산방송을 인수한다면 결국 친족기업들 간의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울산방송 매각도 쉽지 않아
두 회사의 인수 자격도 문제다. 현대중공업은 자산 재계 순위 15위에 자산 10조3천억원이기 때문에 방송법에 따라 원천적으로 지상파방송을 소유할 수 없다. KCC는 재계 순위 39위에 자산 규모 2조3천억원이지만 공기업을 제외할 경우 30위에 해당돼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방송법 시행령이 자산 5조원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지상파방송 소유제한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전의 기준(30대 기업집단)을 적용할 경우 KCC 역시 울산방송 인수가 불가능하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울산에 연고를 둔 현대중공업이나 KCC가 형식상 제3자를 내세워 울산방송을 인수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울산방송 매각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셈이다. 울산방송은 현재 울산 현대백화점 13개층 가운데 11∼12층을 사용하고 있으며, 비정규직을 포함해 모두 15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정지선 부사장이 의욕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뒤 회사가 추진한 첫 번째 사업이 복잡하게 꼬이면서 현대백화점은 경영진의 신뢰도에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 정 부사장은 기획·관리 담당인데다 주요 업무를 챙기고 있어 경영 혼선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정 부사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정몽근 회장의 부인 우경숙 현대백화점 고문 역시 마찬가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정지선씨의 후계구도 구축작업을 초고속으로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우 고문은 형식상 고문 직함을 걸고 있지만 회사에 날마다 출근하면서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사장은 지난 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한 뒤 2001년 1월 이사급인 기획실장으로 승진했으며, 곧이어 핵심 계열사인 현대지네트의 지분 50%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다. 현대지네트는 기관급식을 하는 회사로 매출이 2000년 606억원에서 2001년 1133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사세가 급성장한 회사다. 그리고 올 1월에는 현대백화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그러나 현대백화점의 실적 호전은 그리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은 못 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 역시 그에 못지않은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백화점 부문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다. 현대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은 2000년 32.2%에서 2001년 30.5%로 떨어졌으며, 올해 1분기 들어서는 29.48%까지 내려갔다. 점유율이 3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유통업계에서 현대백화점의 애매한 위상이다. 롯데가 백화점 부문에서, 신세계가 할인점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데 반해 현대백화점은 어느 한쪽에서도 분명한 선두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현대홈쇼핑 역시 마찬가지. 올해 1분기에 1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LG홈쇼핑과 CJ39쇼핑은 물론 비슷한 시기에 개국한 우리홈쇼핑보다 매출이 떨어지는 등 시너지 효과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장차 백화점·할인점·홈쇼핑의 3개 축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을 감안할 때 어느 한 부문에서도 뚜렷한 강자가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은 홈쇼핑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지난 3월19일 ㈜대호로부터 디씨씨를 비롯한 7개 케이블TV 방송을 1122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회사는 디씨씨와 서초종합유선방송, 한국케이블TV관악방송, 청주케이블TV방송, 케이씨에스, 경북케이블TV방송, 부산케이블TV방송 등이다. 인수 주체는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현대쇼핑 3개 회사가 자금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홈쇼핑부문 강화를 위해서는 SO 사업자들의 측면 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SO들은 채널 선택권이 있어 홈쇼핑업체 등 PP(방송공급업체)들에 대해 우월적인 위치에 있다. 게다가 새로운 홈쇼핑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지역유선방송망을 장악한 SO의 역할과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현행 방송법이 “지상파방송 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 사업자는 상호 겸영하거나 그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자회사인 현대DSF를 통해 지상파방송인 울산방송의 지분 30%를 갖고 있어 SO 인수가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배하게 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현대DSF의 지분을 40.97%, 현대홈쇼핑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결국 인수한 SO를 포기하든가 계열사인 울산방송을 포기하든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방송위원회는 해당 방송사에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SO 사업권 무리하게 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