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인수 과정에서 칼자루 쥔 삼성…경영권 확보 가능성이 변수
거대 공기업 KT(옛 한국통신)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KT 민영화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지분인수를 둘러싼 재벌기업들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 지분 28.4%가 완전히 시장에 매각되기 때문에 KT를 노려온 재벌기업들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정부는 이번 민영화 과정에서 한 기업에 최대 15%의 지분 확보를 허용해줄 방침이어서 서로 경쟁기업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불꽃 튀는 첩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KT는 자산 규모 32조원으로 공기업을 포함해 재계 6위의 기업이다. 그뿐 아니다. 국내 유선 가입자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유·무선 통신사업자가 KT의 유선 가입자망에 의존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KT의 성장성이다. 장차 유·무선의 구별이 없어지면서 무선부문의 영향력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만 해도 가입자 수가 1천만명에 이른다. 어느 재벌기업이라도 KT를 인수하는 순간 기업의 규모와 성장성이 배가 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LG·SK의 고민
KT 지분인수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기업은 삼성이다. 이달 말까지 불과 1∼2주 안에 15% 지분인수에 필요한 3조원가량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일단 전략적 투자자로서 지분인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기업설명회에서 KT 지분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전략적 투자자란 0.5% 이상의 지분을 청약하는 법인을 말하는 것으로 청약주식의 두배에 해당하는 교환사채(EB·일정기간이 지난 뒤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는 회사채)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정부는 전략적투자자 몫으로 5%(교환사채 포함 15%)를 배정해놓았다. 삼성은 그러나 투자 차원에서 금융 계열사들이 지분 참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다른 방법으로 지분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기관투자가로서 지분인수에 나서는 방법이다. KT는 전략적 투자자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 가운데 2%(교환사채 포함 4%)를 기관투자가, 1.8%(교환사채 포함 3.6%)를 개인투자자, 5.7%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기로 했다. 삼성은 특히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들이 많아 기관투자가 형식을 빌려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전략적 투자자에게 배정된 지분 가운데 매각되지 않은 잔여 물량은 기관투자가 몫으로 넘어오게 돼 있어 이 물량을 자연스럽게 삼성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삼성의 자금력이라면 삼성전자를 동원하지 않고도 6∼7%의 지분을 무난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의 지분 확보가 가능한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재벌기업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KT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많다. LG·SK를 포함해 효성·대림·롯데·현대자동차·포스코 등이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G와 SK를 제외한 기업들은 단순한 투자 목적의 관심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과 경쟁하는 기업은 LG와 SK다. 문제는 이들의 운신이 어렵다는 점이다. LG의 경우 수조원에 이르는 현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계열사 중에서 데이콤·LG텔레콤 등 재무구조가 건실하지 못한 기업들이 있어 본격적으로 경영권 인수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LG는 KT 지분을 1% 정도 확보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신규사업 진출 때 우선적인 사업제휴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교환기와 기지국 설비 등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LG전자로서는 연간 4조원에 이르는 KT 통신장비 납품 물량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그동안 LG텔레콤을 계열사로 둔 까닭에 경쟁관계에 있는 SK텔레콤에 통신장비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왔다. 민영화되면 지분 늘리기 더 쉬워
SK는 현금 동원력 면에서는 LG보다 훨씬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의 경영권 인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무선통신의 독점적 사업자(52.5%)가 유선통신의 독점적 사업자를 인수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KT 민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삼성이 인수했을 경우 미치는 파급효과 때문이다. 당장 통신시장의 주도권을 삼성에게 빼앗기는 상황이 예상된다. 또한 자회사인 KTF까지 자동적으로 삼성에 넘어가기 때문에 기존의 무선통신에서의 아성도 흔들리게 된다. 여기에 또 신경이 거슬리는 것은 KT가 보유한 SK텔레콤 지분 9.3%(826만주)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자신의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도 있는 처지다. 이런 이유로 SK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어떻게든 KT가 삼성으로 넘어가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SK는 최대 1조원(5%) 안팎의 지분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SK 5%와 LG 1%를 제외하고 다른 기업들이 가져갈 수 있는 최대한도가 3%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경우 전략 투자자 지분 15% 가운데 6%가 남게 되며, 이는 기관투자가 몫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되면 기관투자가 몫은 원래의 4%에서 10%로 늘어난다. 재계와 증권가 안팎에서는 삼성이 전략 투자자 지분인수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금융 계열사 등을 통한 기관투자가 지분 확보 과정에서 결국 6∼7%의 지분을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삼성은 또 이미 1% 안팎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하든 삼성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인 셈이다.
물론 삼성이나 SK가 지분인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은 통신서비스 사업 경험이 없는데다 경영권을 완전히 가져오지 못할 경우 삼성 스타일의 경영을 할 수 없다는 여건 때문에 지분인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 2∼3조원을 투자해서 이자도 나오지 않는 결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SK 역시 삼성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그다지 적극적으로 지분인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과 SK는 청약이 이뤄지는 17∼18일까지도 최종 입장을 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상황을 지켜본 뒤 방침을 정하겠다는 태도다. 일정상으로는 청약 뒤 20일 교환사채 우선배정자 청약이 있으며, 23일 배정 결과를 공고하고, 25일 주권을 교부하는 것으로 모든 과정을 마치게 된다.
KT 민영화는 어찌 됐든 삼성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6∼7%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지분을 인수하면 장기적으로 삼성이 경영권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지분매각이 이달 중 완료되면 ‘공기업의 경영구조 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 적용이 중단된다. 공기업이란 딱지를 떼면서 각종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최대주주 지분도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33%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재계에서는 일단 KT가 민영화되면 대주주가 지분을 늘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SK텔레콤의 경우 주주명부에는 타이거펀드가 지분 6%를 보유한 것으로 돼 있었으나 실제로는 16%의 지분을 갖고 있던 전례가 있었다. 기관투자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한 물량이 10%나 됐기 때문이다. KT도 마찬가지다. 기관투자가 보유 지분은 누구 몫인지 알 수가 없다. 개인투자자나 법인들 몫도 있지만, 특정 재벌기업이 기관의 펀드 형태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너무나 쉽다.
포스코 같은 주식분산 없으면…
이러한 우려 때문에 정부는 KT가 특정기업의 소유로 들어가지 않도록 각종 규제장치를 만든다고 다짐했다. 사외이사 수를 7명에서 9명으로 늘리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하며, 사외이사추천위원회도 사외이사 4명과 상임이사 1명으로 구성하도록 함으로써 전문경영인의 독립경영을 보장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또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도 만든다고 밝혔다. 포스코와 같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 또한 근본적으로 적절한 주식분산이 이뤄지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포스코의 경우 은행·투신 등 금융기관 13.2%, 자사주 12.8%, 우호지분인 신일본제철 지분 3.09%, 포항공대 3.24%, 외국인 62.01% 등으로 주식이 적절히 분산돼 있다. 이런 장치가 없는 KT로서는 재벌기업들, 특히 삼성의 태도에 자신의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사진/ KT 주식매각을 둘러싸고 기업들 사이에 치열한 첩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자금동원력 등 제반여건은 삼성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이용호 기자)
KT 지분인수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기업은 삼성이다. 이달 말까지 불과 1∼2주 안에 15% 지분인수에 필요한 3조원가량의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일단 전략적 투자자로서 지분인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기업설명회에서 KT 지분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전략적 투자자란 0.5% 이상의 지분을 청약하는 법인을 말하는 것으로 청약주식의 두배에 해당하는 교환사채(EB·일정기간이 지난 뒤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는 회사채)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정부는 전략적투자자 몫으로 5%(교환사채 포함 15%)를 배정해놓았다. 삼성은 그러나 투자 차원에서 금융 계열사들이 지분 참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다른 방법으로 지분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기관투자가로서 지분인수에 나서는 방법이다. KT는 전략적 투자자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 가운데 2%(교환사채 포함 4%)를 기관투자가, 1.8%(교환사채 포함 3.6%)를 개인투자자, 5.7%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기로 했다. 삼성은 특히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삼성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들이 많아 기관투자가 형식을 빌려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전략적 투자자에게 배정된 지분 가운데 매각되지 않은 잔여 물량은 기관투자가 몫으로 넘어오게 돼 있어 이 물량을 자연스럽게 삼성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삼성의 자금력이라면 삼성전자를 동원하지 않고도 6∼7%의 지분을 무난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의 지분 확보가 가능한 것은 상대적으로 다른 재벌기업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KT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많다. LG·SK를 포함해 효성·대림·롯데·현대자동차·포스코 등이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G와 SK를 제외한 기업들은 단순한 투자 목적의 관심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과 경쟁하는 기업은 LG와 SK다. 문제는 이들의 운신이 어렵다는 점이다. LG의 경우 수조원에 이르는 현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계열사 중에서 데이콤·LG텔레콤 등 재무구조가 건실하지 못한 기업들이 있어 본격적으로 경영권 인수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LG는 KT 지분을 1% 정도 확보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신규사업 진출 때 우선적인 사업제휴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교환기와 기지국 설비 등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LG전자로서는 연간 4조원에 이르는 KT 통신장비 납품 물량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그동안 LG텔레콤을 계열사로 둔 까닭에 경쟁관계에 있는 SK텔레콤에 통신장비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왔다. 민영화되면 지분 늘리기 더 쉬워

사진/ 지난해 12월11일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한국통신 새 기업이미지 선포식. 주식매각이 이뤄지면 KT는 완전히 정부의 손을 떠난다. (한겨레 서경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