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이용한 직접판매 상품 인기몰이… 기존 대형업체들은 서비스 질로 맞대응
가입자 1천만명의 자동차보험 시장에도 가격경쟁이 불붙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업을 시작한 교보자동차보험(교보자보)이 기존 상품보다 15%가량 보험료가 싼 ‘직접판매’ 상품으로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두자,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일화재는 4월30일 온라인 보험시장 진출을 공식선언하고 5월2일부터 상품판매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 온라인판매 전용상품 인가를 금융감독원에 신청했다 퇴짜를 맞은 쌍용화재도 상품인가를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판매 상품이란 보험회사가 설계사를 따로 거치지 않고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서만 보험가입을 받는 상품을 말한다. 손해보험사들은 보험료의 15∼17%가량을 대리점 운영비나 설계사 수수료 등 사업비로 쓰고 있다. 따라서 그런 비용이 들지 않는 직접판매 상품은 보험료를 그만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교보자보 독주에 제일화재 등 가세
애초 손해보험업계는 ‘연고’에 의한 판매비중이 아주 높은 우리나라 보험시장의 특성상 직접판매가 보험시장에 곧 뿌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젠트화재가 2000년 8월 기존 상품보다 8%가량 보험료가 싼 인터넷전용 상품을 내놓았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그런 판단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교보자보는 이런 생각을 순식간에 바꿔놓고 있다. 교보자보는 영업개시 뒤 지난 3월 말까지 6개월 동안 5만9611건의 보험가입을 유치했다. 월간 보험료 수입도 지난 1월 50억원에서, 2월 62억원, 3월 80억원으로 급증했다. 4월에는 하루평균 1천건을 판매하고 있어서 보험료 수입이 90억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 쪽은 보고 있다. 4월 말까지의 보험료 수입총액은 35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교보자보의 손해보험시장 점유율은 3월 말 현재 1.32%에 불과하다. 하지만 업계의 ‘빅4’가 자동차보험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6개월 만에 거둔 성과치고는 ‘놀랄 만한’ 것이다. 이런 속도라면 영업개시 1년 안에 시장점유율을 2%로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교보자보는 처음부터 아예 점포망을 갖추지 않고 인터넷과 콜센터를 통한 가입자 유치로 경비를 절감함으로써 승용차는 15%, 레저용 차량은 20%가량 보험료를 낮췄다. 교보자보 관계자는 “고객 스스로 전화를 걸어 보험에 가입하는 비율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며 “가입자의 70%가 30∼40대이며, 30대의 경우는 인터넷 가입률이 50%가량”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보험사의 서비스는 기존 보험사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보험에 가입했다가 사고가 나지 않으면 공돈을 날린다고 생각하는 가입자들에게 15% 정도 보험료 할인은 충분한 매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보자보 홀로 질주해오던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에 제일화재가 가세함에 따라 보험료 할인 경쟁은 더욱 거세지게 됐다. 제일화재가 금융감독원에서 인가받은 보험상품도 보험료가 일반 보험상품에 비해 10∼20%가량 싸다. 제일화재는 여기에다 기존 보상조직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스피드메이트와 제휴해 긴급출동 서비스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교보자보 쪽은 “제일화재의 가세로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선발주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한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보험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정부의 엄단 방침도 온라인보험 시장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보험업계는 단체로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가입 회사 쪽에 사례비를 제공해왔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관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최근 보험사들에 750개 대리점을 자체정리하도록 지시했다. 재정경제부는 내년부터 리베이트를 주는 쪽만이 아니라 받는 쪽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올해 안에 법을 고칠 계획이다. 리베이트가 없다면 법인 고객들에게도 보험료가 싼 상품의 매력은 커지게 된다. 교보자보의 법인 단체가입자 비율은 아직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얘기다. 손해보험사들은 이런 시장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직접판매 상품 시장이 커지면 기존 보험사들도 마냥 보고만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손해보험사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은 거의 갖춰놓은 채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온라인보험의 시장점유율이 3%를 넘어설 경우 대형사들의 온라인보험 진출도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물론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직을 우려하는 기존 판매조직의 반발이다. 판매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출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갈등이 깊어질 경우 자칫 기존 고객조차 놓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판매조직의 반발… 연고에서 값·질로
대형업체들은 값싼 보험상품의 공세에 대해 일단은 우수한 ‘서비스’를 내세워 대응하고 있다. 설계사와 보상조직을 통한 서비스 면에서는 온라인 업체들보다 낫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삼성화재는 올 들어 “흉내낼 수 있지만 같을 수는 없는 서비스”를 표방하며, 오히려 보험료를 약간 올리는 쪽으로 보험료 할인경쟁에 맞불을 놓았다. 사고예방 진단 서비스, 차량 일생관리, 교통법률 서비스 등을 추가로 제공하는 ‘삼성애니카 자동차보험’은 지난해 11월 판매를 시작한 이후 지난 4월24일까지 110만건(보험료 수입 6053억원)이 팔렸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30가지 항목에 대한 무료 차량 안전점검 정밀진단 서비스의 시중가격이 3만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1만6300원인 추가 보험료 이상의 혜택을 보는 셈”이라며 “지금까지의 자동차보험 상품이 사고 뒤 보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호소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해상, 동양화재, LG화재 등도 가입자가 뺑소니 사고로 사망한 경우 위로금을 지급하거나, 사고를 냈을 경우 형사합의금을 지급하는 특별 상품을 내놓았다.
이런 경쟁 속에 보험 가입자들이 가입 보험사를 바꾸는 것은 이제 아주 흔한 일이 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지난 3월 말 발표한 ‘2002년 보험 니드(need)에 관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승용차 보험료가 자유화된 지난해 8월 이후 자동차보험 가입자 중 21.86%가 보험사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31.7%, 보험 가입경력이 3∼5년인 사람의 28.6%가 보험사를 바꿨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35.3%)이다. 보험시장에서도 ‘연고’보다는 ‘값’과 ‘질’을 따지는 시대가 마침내 열리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제일화재는 최고 20%나 싼 보험료를 내세우며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초 손해보험업계는 ‘연고’에 의한 판매비중이 아주 높은 우리나라 보험시장의 특성상 직접판매가 보험시장에 곧 뿌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젠트화재가 2000년 8월 기존 상품보다 8%가량 보험료가 싼 인터넷전용 상품을 내놓았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그런 판단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교보자보는 이런 생각을 순식간에 바꿔놓고 있다. 교보자보는 영업개시 뒤 지난 3월 말까지 6개월 동안 5만9611건의 보험가입을 유치했다. 월간 보험료 수입도 지난 1월 50억원에서, 2월 62억원, 3월 80억원으로 급증했다. 4월에는 하루평균 1천건을 판매하고 있어서 보험료 수입이 90억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 쪽은 보고 있다. 4월 말까지의 보험료 수입총액은 35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교보자보의 손해보험시장 점유율은 3월 말 현재 1.32%에 불과하다. 하지만 업계의 ‘빅4’가 자동차보험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6개월 만에 거둔 성과치고는 ‘놀랄 만한’ 것이다. 이런 속도라면 영업개시 1년 안에 시장점유율을 2%로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교보자보는 처음부터 아예 점포망을 갖추지 않고 인터넷과 콜센터를 통한 가입자 유치로 경비를 절감함으로써 승용차는 15%, 레저용 차량은 20%가량 보험료를 낮췄다. 교보자보 관계자는 “고객 스스로 전화를 걸어 보험에 가입하는 비율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며 “가입자의 70%가 30∼40대이며, 30대의 경우는 인터넷 가입률이 50%가량”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보험사의 서비스는 기존 보험사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보험에 가입했다가 사고가 나지 않으면 공돈을 날린다고 생각하는 가입자들에게 15% 정도 보험료 할인은 충분한 매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보자보 홀로 질주해오던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에 제일화재가 가세함에 따라 보험료 할인 경쟁은 더욱 거세지게 됐다. 제일화재가 금융감독원에서 인가받은 보험상품도 보험료가 일반 보험상품에 비해 10∼20%가량 싸다. 제일화재는 여기에다 기존 보상조직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스피드메이트와 제휴해 긴급출동 서비스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교보자보 쪽은 “제일화재의 가세로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선발주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한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보험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정부의 엄단 방침도 온라인보험 시장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보험업계는 단체로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가입 회사 쪽에 사례비를 제공해왔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관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최근 보험사들에 750개 대리점을 자체정리하도록 지시했다. 재정경제부는 내년부터 리베이트를 주는 쪽만이 아니라 받는 쪽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올해 안에 법을 고칠 계획이다. 리베이트가 없다면 법인 고객들에게도 보험료가 싼 상품의 매력은 커지게 된다. 교보자보의 법인 단체가입자 비율은 아직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얘기다. 손해보험사들은 이런 시장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직접판매 상품 시장이 커지면 기존 보험사들도 마냥 보고만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손해보험사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은 거의 갖춰놓은 채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온라인보험의 시장점유율이 3%를 넘어설 경우 대형사들의 온라인보험 진출도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물론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직을 우려하는 기존 판매조직의 반발이다. 판매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진출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갈등이 깊어질 경우 자칫 기존 고객조차 놓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판매조직의 반발… 연고에서 값·질로

사진/ 저렴한 보험료인가, 우수한 서비스인가. 삼성화재는 질 높은 서비스를 표방하며 보험료를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