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 논란의 CJ엔터테인먼트 신주인수권 소각… 도덕성 시비 없애고 소액주주 보호
지난 4월26일 CJ엔터테인먼트는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했다. 대주주인 이재현 제일제당 회장이 보유중인 CJ엔터테인먼트 신주인수권을 모두 소각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신주인수권은 600만2천여주의 신주를 액면가(1천원)에 살 수 있는 것이었다. CJ엔터테인먼트가 코스닥 시장에 등록할 때에 비해 주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발표 당일 주가로 계산해도 무려 1천억원어치다.
이 회장이 승승장구하던 제일제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을 CJ엔터테인먼트에 헐값에 넘기고 신주인수권을 싼값에 넘겨받아 5천%의 수익을 남긴 전말(<한겨레21> 406호)을 살펴보면, 다른 재벌 총수들의 행태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많은 재벌 총수와 그 가족들이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회삿돈을 빼돌리고 재산을 자식들에게 상속한 데 비해, 이를 지적받고 스스로 고친 것은 이 회장이 처음이다. 이 회장의 결단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5천% 수익 논란의 신선한 해법
CJ엔터테인먼트 쪽은 이 회장의 신주인수권 소각 결정에 대해 “최근 주가가 떨어진 것은 대주주가 보유중인 신주인수권 물량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가 하락은 명분일 뿐이다. CJ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신주인수권 소각 결정 발표 1주일 전 2만1천원대에서 발표 전날 1만6천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코스닥 시장의 약세에 따른 것일 뿐 신주인수권이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문제는 ‘도덕성’ 시비였다. 이 회장으로서는 두고두고 시빗거리가 될 ‘신주인수권’을 보유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참여연대는 이 회장이 제일제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을 CJ엔터테인먼트에 헐값에 넘기도록 한 이사회의 결정이 ‘배임’에 해당한다며 이를 문제삼을 계획이었다. 형사고발은 물론, 제일제당 소액주주들을 모아 소송을 내는 방안도 검토중이었다. 올해 회장으로 공식 취임해 총수로 첫걸음을 내디딘 이 회장으로서는 “대주주가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시비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결국 돈 대신 시장의 신뢰를 얻는 쪽을 선택한 셈이다. 신주인수권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의 지분과 제일제당의 지분으로 충분히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결단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신주인수권 포기 결정으로 가장 큰 이득을 얻게 된 이들은 CJ엔터테인먼트 주주들이다. 굿모닝증권은 지난 2월 CJ엔터테인먼트가 코스닥 시장에 등록할 때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주당 본질가치는 9436원이지만, 신주인수권이 모두 행사되면 주당 가치는 5769원으로 60% 수준으로 하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신주인수권 소각 결정에 대해 주식시장은 이날 CJ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상한가로 끌어올리며 환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CJ엔터테인먼트의 적정주가를 올리고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모기업인 제일제당도 혜택을 보게 된다. 현재 CJ엔터테인먼트 지분의 46.2%를 갖고 있는 제일제당은 이 회장이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경우 지분율이 26.6%로 줄어들 상황이었다. 이 회장이 포기한 신주인수권 가치의 절반가량은 사실상 제일제당의 몫이 된다.
장외 매각 BW는 누가 차지했나
참여연대는 이 회장의 결정에 대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제일제당과 CJ엔터테인먼트 소액주주들에게 혜택을 주고 시장불신 해소와 함께 경영책임성을 높이는 조처”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결단이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더 설명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회장이 인수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가운데 이미 장외에서 매각된 16억원어치의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누구에게 넘어갔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신주 160만주를 살 수 있는 규모다. 만약 특수관계인에게 넘어간 것이라면 이 회장의 용단도 빛이 바래고 말 것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재벌가의 눈속임 재테크 노란에서 벗어난 이재현 제일제당 회장.

사진/ 증권 사이트에는 이 회장의 용단을 반기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