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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휴대폰으로 결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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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4-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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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기능 내장해 금융서비스 실시… 바코드 입력하면 계좌이체도 가능

‘내 손 안의 작은 세상.’ 몇해 전까지만 해도 ‘걸면 걸린다’는 게 슬로건이었던 휴대폰은 이제 그 속에 모든 것이 들어가는 또 하나의 작은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휴대폰 버튼 하나로 웬만한 것을 다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휴대폰이 삶의 구석구석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신용카드 기능까지 휴대폰 속으로 빨려들어오고 있다. 휴대폰이 통신을 넘어 금융의 영역까지 영토를 확대한 셈이다.

휴대폰 칩에 카드 정보 입력

사진/ 휴대폰이 신용카드를 대신한다. 신용카드 정보가 입력된 휴대폰으로 결제를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지난 4월18일 영등포 경방필백화점 지하 식품매장. 음식 티켓 구매창구 앞에 선 윤수진(26·하렉스인포텍 직원)씨가 메뉴를 주문했다. 그런데 윤씨가 꺼내든 것은 지갑 대신 휴대폰이다. 돈이 모자라 누군가한테 부탁하려는 게 아니다. “휴대폰으로 결제할게요.” 카운터에 설치된 결제단말기 위쪽에는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큰 적외선 수신기가 붙어 있다. 윤씨가 수신기에 휴대폰을 가까이 댔다. ‘국민카드, 비밀번호 0000, 수신부를 향해 전송버튼을 눌러주세요’라는 메시지가 휴대폰 액정화면에 떴다. 윤씨가 비밀번호를 찍은 뒤 전송버튼을 누르자 카운터 결제모니터에 ‘신용카드번호, 승인번호, 결제금액 5000원’이 차례로 나타난다. 이어 결제단말기가 곧 영수증을 내뱉었다.


전자결제 솔루션업체인 하렉스인포텍이 개발한 휴대폰 지불서비스 시험테스트다. 휴대폰 안의 반도체 칩에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결제하는 방식으로, 휴대폰에는 텔레비전 리모컨처럼 적외선 통신포트가 내장돼 있다. 이 적외선을 통해 신용카드 정보를 결제단말기로 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밥을 먹은 뒤 앉은자리에서 휴대폰으로 밥값을 치를 수 있다. 이때는 손바닥만한 무선 중계기 하나만 있으면 된다. 식당 주인이 들고 있는 중계기에 자신의 휴대폰을 대면 신용카드 결제로 간편하게 요금이 계산된다. 주인은 중계기에 저장한 결제 데이터들을 모아 나중에 한꺼번에 결제단말기에 넣어주면 된다.

LG텔레콤과 하렉스인포텍, 국민카드는 4월23일부터 경기도 성남시를 대상으로 이런 휴대폰 지불 서비스를 시작했다. 성남시는 이 서비스를 위해 청사 내 무인 민원서류발급기, 자동판매기 등에 적외선 수신장치를 설치한 데 이어 백화점, 하나로마트, 주유소 등으로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다. 하렉스인포텍은 “휴대폰 결제는 비밀번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와 달리 남이 이용할 수 없고 통화요금도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며 “쉽고 빠르게 언제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를 더 이상 지갑에 넣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신용카드 겸용 휴대폰을 이용하면 여러 장의 카드를 한 휴대폰에 모두 집어넣을 수도 있다.

비밀번호 사용해 안전… 결제 방식 다양

사진/ 바코드를 읽는 현금인출기로 예금을 인출하고 있다.
휴대폰 신용카드 결제서비스를 둘러싼 이동통신사들의 치열한 다툼은 이미 시작됐다. LG텔레콤은 신용카드 기능을 갖춘 휴대폰 개발을 이미 마쳤고, KTF도 이달 중 신용카드 겸용 휴대폰을 내놓고 5월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SK텔레콤도 4분기 중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 다양한 기능을 얹은 스마트 칩 내장형 휴대폰을 출시하기로 했다.

휴대폰을 이용한 결제는 집적회로(IC)칩· 적외선· 바코드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바코드 방식은 휴대폰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전자결제 솔루션업체인 시큐베이는 최근 휴대폰용 ‘바코드리더’를 개발해 조흥은행 일부 지점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행 쪽이 카드번호를 대체한 바코드를 휴대폰에 입력해주면 이 휴대폰을 가지고 현금인출은 물론 계좌이체도 할 수 있다. 현금인출기에 바코드를 읽는 스캐너가 부착돼 있는데, 휴대폰 화면에 바코드를 띄운 뒤 이 스캐너에 대면 카드정보를 읽어 출금이 이뤄진다.

조계완 기자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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