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연 90%의 고금리 합법화 초읽기… 이자상한선에 관한 사회적 합의 절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지난 2월15일 통과시킨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법’(대부업법)에 대한 비판이 정부 부처와 국회 안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이자율 상한선이 너무 높은데다, 적용범위도 지나치게 한정돼 있다는 문제점 때문이다. 대부업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되더라도 이를 둘러싼 논란이 마무리될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자율 상한선을 법으로 정해 그보다 높은 이자지급 계약은 무효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물론 ‘시장이 얼마나 좋은지를 연구하는’ 자유기업센터 같은 곳은 “이자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자율을 제한하면, 상한선 이상으로 이자를 물고라도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조차 돈을 못 빌리는 사태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고금리 악순화 어떻게 막을 건가
그러나 이런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특별연구실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사채시장의 균형분석과 시사점’이라는 연구서에서 “이자율을 제한하는 것은 금리를 더 주고라도 돈을 꼭 빌리려는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이자율이 너무 높으면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고금리 사채를 쓰는 이른바 ‘부채함정’이 생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 상황이 닥치지 않도록 이자율을 적정수준에서 제한하는 것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사회 전체의 복지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사채피해 신고센터 관계자도 “아무리 터무니없는 고금리가 적용됐더라도 법원은 자발적인 사채계약에 대해서는 형법상 ‘부당이득죄’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통념상 허용해서는 안 되는 이자율 상한선은 꼭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적절한 이자율 상한선이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다. 애초 이자율 상한 규제는 지난해 3월 참여연대와 민주노동당 등이 제기했다. 이들은 고금리 사채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지난 98년 폐지된 이자제한법을 부활해야 한다며, 이자율 상한선을 연 25%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자율 상한선이 낮을수록 사회적 약자가 그만큼 더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법이 이자율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그 이자율로 누구에게든 돈을 빌려주라고까지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자 상한선이 낮아질수록 신용이 나쁜 사람은 돈을 빌릴 길이 더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 신용금고업체 관계자는 “신용불량자나 무직자 등 신용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연 25%로는 대출을 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월 국회 재경위를 통과한 ‘대부업법’의 이자상한선은 이런 부작용을 우려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높다는 비판이 많다. 대부업법은 이자상한선을 ‘60±30%’ 한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자율이 연 90%라면 돈을 빌린 사람이 정상적으로 이자와 원금을 갚기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게 시민단체와 법학자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사채업자들의 폭리만 정당화해준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아직 시행령에 정할 이자율 상한선을 결정하지 못한 채 눈치를 보고 있다. 그러나 대부업법의 이자율 상한선인 90%는 어쨌든 그대로 둬야 한다는 쪽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자율 상한선이 그보다 낮을 경우 사채업 양성화를 통해 사채시장을 건전하게 개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대부업법 제정의 주요 목적을 사채업 양성화에 맞추고 있다. 재경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지난해 말 등록을 하고 연 60% 이하의 이자율을 적용하는 사채업자에게는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내용으로 대부업법을 제정하기로 합의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사채업자들
최근 연합회를 결성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사채업자들은 오히려 대부업법이 정한 연 90%의 이자율도 너무 낮다고 주장한다. 한국대부사업자연합회 관계자는 “이자상한선이 연 90%로 결정되면 일부 대규모업자들만 등록할 것이고, 연 70% 이하로 내려가면 등록하는 사업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채업자들은 그 근거로 대부사업자의 조달금리가 높다는 점을 든다. 한 사채업자는 “전주에게 연 30%가량의 선이자를 떼고 돈을 조달한다”며 “신용불량자들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이는 정도를 감안하면 연 100% 이상은 받아야 장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990003 그러나 이는 사채업자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금리수준을 낮추기보다는 지금 상태로 손쉽게 영업할 수 있도록 보호해달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일본계 사금융업체들은 국내 은행 등에서 연 15% 이하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은 연 60% 이하로 이자상한선이 정해진다고 해도 영업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국내 사채업체들도 자기자본의 규모를 키우고, 대출자에 대한 신용평가를 철저히 해 대출로 인한 손실을 줄인다면 일본계 사채업자들보다 더 낮은 금리로 영업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가 사채업자의 등록을 유도하는 것은 탈세를 막자는 것”이라며 “그런 이유라면 당근보다는 채찍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검찰과 국세청이 사채폭리 및 폭력행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자 1천여개가 넘는 사채업자들이 자진 등록을 하기도 했다. 이자상한선을 정하는 법 제정의 핵심목적은 사채업자의 양성화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라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대부업법의 이자상한선이 너무 높다는 비판은 정부 부처 안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3월27일 평화방송에 출연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국회에 계류중인 대부업법의 이자상한선 90%는 지나치게 높다”며 “이보다 낮은 선에서 상한선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0∼60%선에서 상한선이 결정될 수 있도록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의견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민사법학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에 소속된 전국의 법학교수와 변호사 507명이 지난 2월 말 입법청원한 ‘폭리제한법안’도 이자상한선을 40%로 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40%는 과거에 시행된 이자제한법이 가장 높게 정했던 수준으로, 법 폐지 이전까지 별탈 없이 시행돼왔다.
대부업법의 문제는 이자상한선이 너무 높다는 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카드사와 같은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이나, 3천만원 이상의 대부, 개인과 개인 간 사채계약 등은 이자상한선을 적용받지 않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틈새를 이용한 편법 고금리 사채 계약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부업법 제정의 주요 목적을 ‘사채업 양성화’에 두는 정부와, 사회적 약자 보호에 두는 시민단체 간의 논쟁은 끝없는 평행선 위를 달리고 있다.
고금리사채 폐해부터 줄여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이대로 가면 법 제정 자체가 계속 미뤄지고 고금리 사채 피해자만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따라서 ‘대부업 양성화’는 훗날 다시 논의하더라도 먼저 고금리사채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이자상한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부터 먼저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자제한법을 먼저 제정한 뒤 그 바탕 위에서 ‘사채업 양성화’를 논의하는 것이 바른 순서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채진원 정책실장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재경부가 사채업자들을 더 걱정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회 법사위 의원들도 대부업법 제정에 앞서 이자제한법의 부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고금리 피해자의 눈물을 거두어다오."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이자제한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종수 기자)

사진/ 적정 이자 상한선을 찾아라! 지난 3월 결성된 한국대부사업자 연합회는 연90% 이자율이 너무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