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발송 막는 프로그램 속속 개발… ‘온라인 우표제’ 시행은 찬반 엇갈려
“오랜만이에요”라는 제목을 클릭했는데 화면에 벌거벗은 여인이 인사를 하고,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에서 “허락 없이 메일을 보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먼저 튀어나올 때 이를 반가워할 사람은 거의 없다. 더욱이 급하게 확인해야 할 메일이 있는 상황에서 스팸메일이 자꾸만 시간을 끈다면 컴퓨터를 부숴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스팸메일이 인터넷시대의 새로운 공해가 된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이메일 수신내용을 검색하는 동안 짜증을 내지 않을 수 있다면 참을성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누구든지 이메일 주소를 확보해 대량의 스팸메일을 보내기란 이제 식은 죽 먹기만큼이나 쉬워졌다. 이메일 주소 판매업자들을 통하면 주소 1개를 대략 1원이면 살 수 있다. 이메일 수집 프로그램도 어렵잖게 구할 수 있다. 한 이메일 주소 판매업자는 자신들이 수집한 이메일 주소 600만개와 이메일 주소 수집 프로그램을 묶어 10만원에 팔겠다고 제안했다. 그들은 “적은 비용으로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이 이메일 마케팅”이라고 강조한다. 발송자가 누구인지 추적할 수 없도록 발송을 대행해주기도 한다.
1원에 주소 1개… 유료 걸러내기
발송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광고성 메일에는 제목에 ‘광고’라는 표시를 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최근에는 각종 변칙 ‘광고’ 표시가 넘쳐나고 있다. ‘광-고’, ‘광*고’는 보통이고, 실수인 것처럼 ‘괌고’라는 표시를 달고 스팸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변칙적인 표시를 하더라도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메일은 필터링 기능을 통해 쉽게 막을 수도 없다. 스팸메일의 홍수는 스팸메일이 별 광고효과가 없다는 점 때문에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인터넷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지난 3월 중순 네티즌 6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광고성 이메일을 무조건 삭제한다”는 응답자가 57.03%에 이를 정도였다. “대부분 읽어본다”는 응답자는 2.14%에 그쳤다. 읽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스팸메일을 보내는 사람은 그만큼 더 자주 메일을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맞춰 스팸메일을 차단하기 위한 프로그램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임대서비스 전문회사인 와우프리커뮤니케이션은 음란물과 컴퓨터 바이러스, 상업용 광고를 걸러주는 연간 사용료 9900원짜리 유료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회사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스팸메일 3천여개를 분석해 만든 50가지 규칙으로 스팸메일을 거른다”고 설명했다. NHN(네이버)의 경우 오는 5월부터 만 13살 이하 회원에게는 어린이임을 나타내는 메일 계정@jr.naver.com)을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어린이들에게 유해한 이메일을 차단하도록 필터링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부모만 이용할 수 있도록 암호가 설정돼 있고, 유해사이트 차단 및 유해정보 삭제 기능이 들어 있으며, 인터넷 접속통계와 접속이력 확인이 가능한 프로그램이 3만3천원” 따위의 광고성 메일도 심심찮게 인터넷에 오르고 있다. 한 소프트웨어업체 관계자는 “중세에 기사들에게는 정조대를 팔고, 기사의 부인들에게는 열쇠를 복제해 팔던 대장장이들처럼 이메일 수집 프로그램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이메일 차단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 파는 일이 벌어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스팸메일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비단 이메일 사용자들만은 아니다.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에게도 스팸메일은 골칫거리다. 미국의 통신업체 AT&T가 운영하는 인터넷 서비스업체 ‘월드넷’ 서버에는 지난 2월18일 수백만개의 스팸메일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거의 하룻동안 이메일을 보내지 못하는 사태를 겪었다. 대부분의 인터넷업체들은 이런 극단적인 사태가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스팸메일이 대량으로 배달돼 서버에 쌓이면서 이를 보관하는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최대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즈(한메일)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월26일부터 대량의 이메일을 보내려는 업체들은 IP를 다음 쪽에 등록하도록 하고, 등록하지 않은 곳에서 보낸 이메일을 차단하고 있다. 다음 쪽은 3월20일까지 2500여개 업체가 IP를 등록했다고 밝혔다. 4월부터는 하루 1천건 이상 대량으로 이메일을 발송하는 사업자들에게 1통에 최고 10원까지 받는 ‘온라인 우표제’를 실시한다. 대량메일에 대해 요금을 받으면 회사 쪽은 서버 비용을 줄이게 되고, 메일 이용자들도 그만큼 덜 스팸메일을 받게 된다는 논리이다. 다음의 온라인 우표제가 온라인 마케팅업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는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마케팅업체들은 ‘이메일 자유모임’을 결성해 한메일 회원들에게 이메일 계정 바꾸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유모임 쪽은 “광고메일이라고 하더라도 수신자의 동의를 받으면 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온라인 우표제는 스팸메일 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난한다. 온라인 마케팅업체 집단행동 나서
다음의 온라인 우표제에 대해서는 사용자들도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량으로 보내지는 메일이라고 해서 모두가 ‘쓰레기’는 아닌데, 회사 쪽이 돈을 내지 않을 경우 이를 차단해버리기 때문이다. 다음 쪽은 수신자가 정보성이라고 판단하는 메일은 발송자에게 돈을 돌려주기로 했지만, 수신자들이 그런 판단을 위해 한번 더 마우스를 클릭하는 수고를 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다음의 이런 움직임을 계기로 스팸메일을 차단하기 위한 업계 스스로의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NHN(네이버)는 스팸메일 차단을 위해 올해 상반기중으로 다음처럼 IP등록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유료화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야후, 라이코스, 드림위즈 등은 유료화가 스팸메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아니라며, 요금을 받기 위해 IP등록제를 시행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서버에서 스팸메일을 걸러내는 기능은 보완할 예정이다.
다음의 온라인 우표제는 과연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만약 그것이 성공한다면 스팸메일 규제방식은 물론이고 인터넷 산업의 큰 물줄기까지 바뀌게 된다는 점에서 온라인업계는 지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인터넷을 오염시키는 스팸메일을 막아라! 이메일 주소 수집 프로그램이 대중화되면서 스팸메일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김종수 기자)
발송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광고성 메일에는 제목에 ‘광고’라는 표시를 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최근에는 각종 변칙 ‘광고’ 표시가 넘쳐나고 있다. ‘광-고’, ‘광*고’는 보통이고, 실수인 것처럼 ‘괌고’라는 표시를 달고 스팸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변칙적인 표시를 하더라도 처벌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메일은 필터링 기능을 통해 쉽게 막을 수도 없다. 스팸메일의 홍수는 스팸메일이 별 광고효과가 없다는 점 때문에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인터넷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지난 3월 중순 네티즌 6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광고성 이메일을 무조건 삭제한다”는 응답자가 57.03%에 이를 정도였다. “대부분 읽어본다”는 응답자는 2.14%에 그쳤다. 읽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스팸메일을 보내는 사람은 그만큼 더 자주 메일을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맞춰 스팸메일을 차단하기 위한 프로그램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임대서비스 전문회사인 와우프리커뮤니케이션은 음란물과 컴퓨터 바이러스, 상업용 광고를 걸러주는 연간 사용료 9900원짜리 유료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회사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스팸메일 3천여개를 분석해 만든 50가지 규칙으로 스팸메일을 거른다”고 설명했다. NHN(네이버)의 경우 오는 5월부터 만 13살 이하 회원에게는 어린이임을 나타내는 메일 계정@jr.naver.com)을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어린이들에게 유해한 이메일을 차단하도록 필터링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부모만 이용할 수 있도록 암호가 설정돼 있고, 유해사이트 차단 및 유해정보 삭제 기능이 들어 있으며, 인터넷 접속통계와 접속이력 확인이 가능한 프로그램이 3만3천원” 따위의 광고성 메일도 심심찮게 인터넷에 오르고 있다. 한 소프트웨어업체 관계자는 “중세에 기사들에게는 정조대를 팔고, 기사의 부인들에게는 열쇠를 복제해 팔던 대장장이들처럼 이메일 수집 프로그램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이메일 차단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 파는 일이 벌어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스팸메일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비단 이메일 사용자들만은 아니다.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에게도 스팸메일은 골칫거리다. 미국의 통신업체 AT&T가 운영하는 인터넷 서비스업체 ‘월드넷’ 서버에는 지난 2월18일 수백만개의 스팸메일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거의 하룻동안 이메일을 보내지 못하는 사태를 겪었다. 대부분의 인터넷업체들은 이런 극단적인 사태가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스팸메일이 대량으로 배달돼 서버에 쌓이면서 이를 보관하는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최대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즈(한메일)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월26일부터 대량의 이메일을 보내려는 업체들은 IP를 다음 쪽에 등록하도록 하고, 등록하지 않은 곳에서 보낸 이메일을 차단하고 있다. 다음 쪽은 3월20일까지 2500여개 업체가 IP를 등록했다고 밝혔다. 4월부터는 하루 1천건 이상 대량으로 이메일을 발송하는 사업자들에게 1통에 최고 10원까지 받는 ‘온라인 우표제’를 실시한다. 대량메일에 대해 요금을 받으면 회사 쪽은 서버 비용을 줄이게 되고, 메일 이용자들도 그만큼 덜 스팸메일을 받게 된다는 논리이다. 다음의 온라인 우표제가 온라인 마케팅업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는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마케팅업체들은 ‘이메일 자유모임’을 결성해 한메일 회원들에게 이메일 계정 바꾸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유모임 쪽은 “광고메일이라고 하더라도 수신자의 동의를 받으면 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온라인 우표제는 스팸메일 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고 비난한다. 온라인 마케팅업체 집단행동 나서

사진/ 온라인 우표제는 스팸메일을 막을 것인가. 인터넷 사용자들은 스팸메일을 제거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