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지 검토’라는 초강수 대책을 밝히며 연일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가상화폐 열풍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1월8일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증권 거래는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주식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엔 이런 공시 제도가 없다. 이로 인한 ‘정보의 비대칭성’은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잇따른 서버 다운 ‘자작극’ 의혹 가상화폐거래소의 해킹이나 서버 다운 사고를 두고 ‘자작극’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해 4월과 12월 해킹을 당해 수백억원 손해를 입은 유빗이 대표적이다. 유빗은 외부 해커의 소행이라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유빗 경영진의 자작극을 의심한다. 투자자의 가상화폐를 노린 내부자 소행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유빗 쪽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최근 유빗 경영진이 해킹 사고 당시 파산 신청을 하기로 한 방침을 바꿔 매각을 추진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영진이 배상 책임은 최소화하고 이익은 최대한 건지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엔 빗썸 서버가 한때 다운됐다. 공교롭게도 가상화폐의 시세 하락이 겹쳐 거래를 하지 못한 회원들이 손실을 입었다며 빗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빗썸이 고의로 서버를 다운시킨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빗썸 쪽은 <한겨레21>의 질의에 “고의 서버 다운은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트래픽 초과로 인한 서버 다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거래소들의 해명에도 금융 당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월8일 기자회견에서 “가상화폐 취급업소(거래소)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위장 사고 가능성 등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가상화폐거래소의 자작극 논란은 이미 외국에서 불거진 바 있다. 한때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일본의 마운트곡스가 2014년 해킹으로 파산한 사건이다. 마크 카펠레스 최고경영자는 당시 “해킹으로 고객이 맡긴 75만 비트코인 등 총 85만 비트코인을 도난당했다”며 일본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하지만 일본 경시청은 카펠레스가 거래 시스템을 조작해 고객이 맡긴 돈을 개인 계좌로 옮긴 사실 등을 밝혀내 이듬해 8월 그를 구속했다. 정부의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고강도 규제가 투기 수요를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화폐 광풍은 단순히 금융상품 투자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에 20~30대 젊은층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취업난 등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가상화폐는 일종의 탈출구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제 반대 외치는 국민청원 실제 법무부가 가상화폐거래소 금지 법안 추진을 발표한 1월11일, 청와대 누리집에는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쏟아졌다. 게시판에는 “가상화폐로 인해 여태껏 대한민국에서 가져보지 못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다” “정부는 단 한 번이라도 국민에게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이 있나” 등의 글이 올라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건전한 투자 수단으로 연착륙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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