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연대가 8월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생리대 정보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온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혼란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생리대 독성물질 검출을 공개한 김만구 교수 연구팀을 둘러싼 의혹이 대표적이다. 다른 생리대 제품들에서도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는데 김 교수 팀에서 ‘릴리안’ 이름만 공개한 것이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으로 있는 유한킴벌리 임원의 영향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판매 1위 기업이다. 이에 대해 여성환경연대는 8월26일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실험과 공개 여부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으며, 실험에 기업 후원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안전성 공론화 시급한 여성용품 8월3일 김만구 교수 팀이 발표한 연구의 신뢰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식약처는 전문가 8명이 참여한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를 열어 여성환경연대와 김 교수 연구팀의 조사를 검토한 결과 “상세한 시험 방법 및 내용이 없고 연구자 간 상호 객관성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아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8월30일 발표했다. “생리대 접착제로 주로 사용되는 스틸렌부타디엔공중합체(SBC)는 발암물질로 분류할 수 없는 성분”이라고도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도 8월31일 “내부 간담회를 거친 결과 휘발성유기화합물로 인한 인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생리대의 유해성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전문가는 “김만구 교수 연구팀이 생리대 24개를 8개씩 나눠 하나의 시료로 만들어서 실험했다고 했다. 그런데 표본이 너무 적고 같은 팩에 들어 있던 생리대를 썼는데도 오차 범위가 평균값보다 7배 이상 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연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안전성에 대한 이슈 제기는 좋지만, 불필요한 공포를 일으키는 것은 사회적 비용 낭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만구 교수는 8월3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 실험법을 참고해 생리대 착용 뒤 공기가 통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 실험 환경을 설계했다. 미량의 개별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질량분석기로 측정할 때 양이 적을수록 오차가 커지는데 분석화학적으로 허용된 범위다”라며 식약처 발표 내용을 반박했다. 이같은 혼란과 혼돈은 생리 문제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현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생리대를 포함한 여성위생용품의 안전성 문제는 그동안 한 번도 공론화된 적이 없다. 유아용 기저귀와 생리대만 비교해봐도 기저귀에는 잔류 농약 함량이 ‘0.5mg/kg 이하’라는 기준이 있지만, 생리대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 환경부의 환경표지 인증에도 기저귀는 포함되지만 생리대는 포함되지 않는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번 사태를 여성위생용품 속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위생용품에는 생리대뿐 아니라 여성청결제, 질세정제, 탈취제 등이 있다. 여성청결제는 2010년 기존 ‘의약외품’에서 ‘화장품’으로 분류 기준이 바뀌며 관련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식약처의 까다로운 규제를 받던 의약외품과 달리 화장품은 간단한 신고만으로도 판매가 가능하다. 생리대처럼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조현희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청결제는 여성의 음부를 보호해주는 상주균을 함께 죽일 수 있다. 청결제 등 화학물질을 사용해 씻어내는 것은 대부분 좋지 않다. 화학물질 침투를 유발하는 비데나 팬티라이너, 세정제 사용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공중위생협회나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도 질세정제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생리를 왜 숨겨야 하나요 생리대 광고에 등장하는 생리혈은 항상 ‘파란색’이다. 깨끗함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이다. 영국 여성용품 제조업체 ‘보디폼’은 2016년 생리대 광고에 처음 붉은 피를 등장시켰다. 광고 속 여성들은 뛰고, 등산하고, 발레를 하다 다쳐서 붉은 피를 흘린다.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활동을 계속한다. 생리대는 깨끗하고 순수하지 않아도 괜찮다. 여성의 건강을 해치지 않고 안전한 게 먼저다. 은밀하지 않게 공개적으로 생리대 문제를 계속 공론화해야 하는 이유다. 도우리 교육연수생 wrdoh@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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