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8일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 산업은행과의 유착 등을 다각도로 수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들어 산업은행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2천억원가량을 추가 지원한 결정이 정당했느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정부안을 제시했고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의 유착 관계도 차례로 살필 계획이다. 조선 3사 자구안에만 기댄 정부 검찰의 압수수색과 장단이라도 맞추듯이 정부는 6월8일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는 2018년까지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으로 10조원 안팎 규모의 자금을 자체 마련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4개 자회사 매각(3400억원), 특수선 사업부 지분 매각(3천억원), 인력 감축(1조2천억원) 등을 통해 5조3천억원가량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내놓은 구조조정 추진계획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같다. 기본적으로 조선 3사의 자구안에만 기대고 있을 뿐, 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큰 틀의 밑그림은 보이지 않는다. ‘조선 대형 3사는 강도 높은 자구계획 추진, 중소 조선소는 자체적인 자구계획하에 유동성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처리 방안 원점 재검토’(6월8일 정부가 발표한 ‘10문 10답’에서 ‘조선업 구조조정 기본 방향은?’에 대한 답)라는 기본 입장만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조선업 경쟁력 제고 방안’ 마련은 3분기로 미뤘다. 최근 몇 달 새 정부가 왜 이렇게 요란하게 조선업 구조조정을 부르짖었는지 의아할 정도다. 정부는 부실기업에 빌려준 자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11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결국 한국은행을 동원해 부실 책임을 메우는 방식이다. 정부는 공기업 주식 등 1조원의 현물을 수출입은행에 출자하고, 한국은행이 10조원을 기업은행을 통해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자본확충펀드를 채우기로 했다. 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해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대신, 설계도 복잡한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정부는 조선업 고용지원 대책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조선업 실태를 파악한 뒤 6월 중에 조선산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정부가 고용보험기금 4700억원을 투입해서 해고 대신 휴업·휴직 등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휴업수당의 일부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주고, 실업급여도 최대 2개월까지 더 받을 수 있다. 2016년 5월 말 기준으로 조선업종에서 고용보험에 가입된 노동자 수는 17만8천여 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9700여 명이 줄어들었다. 조선산업 노동자만 줄줄이 해고 노동계는 ‘정부의 구조조정은 조선산업 죽이기’라며 크게 반발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9개 조선소 노동자들로 구성된 ‘조선업종 노조연대’ 소속 노동자 200여 명은 6월8~9일 산업은행과 국회 등에서 1박2일 상경 노숙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노동자를 자르는 게 아니라 조선산업을 망친 정부 정책 입안자와 회사의 부실경영 책임자, 그 뒤에 숨은 대주주에게 책임을 묻는 게 진정한 구조조정이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업을 가운데 세워두고 정부와 검찰이 양쪽에서 휘두르는 ‘칼춤’은 이제 어떤 피날레를 보여줄 것인가.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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