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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인수·합병의 시너지 효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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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08-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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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

한스종금 외자유치(증자) 불발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은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게 아니며 한스종금쪽의 요청에 따라 인수·합병(M&A)을 단순 중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진 부회장은 또 앞으로는 금융분야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고 전자상거래,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의욕도 내비쳤다.

-한스종금 증자 과정에 관여하게 된 계기는.

=한스종금쪽에서 M&A 요청을 해왔다. 열린금고(MCI코리아 계열)에서 상무를 지낸 ㅅ씨를 통해 한스종금 신인철 사장이 나한테 도와달라고 했다. 인수자를 찾는 과정에서 스위스계 은행과 끈이 닿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럽서 공부할 때 쌓았던 친분이 많이 작용했다.


-금융감독 당국에선 스위스계 은행이 애초부터 투자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던데.

=처음에 접촉한 곳은 프리밧방크 IHAG였다. IHAG는 단독투자할 의사도 있었지만 스위스 은행법상 외국계 금융기관의 지분을 5% 이상 가질 수 없도록 돼 있어 컨소시엄(SPBC)을 구성한 것이다. IHAG쪽은 분명히 투자할 뜻이 있었으나 한스종금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금감원 발표(3월 말 현재 6.09%)와는 달리 마이너스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는 등 부실이 알려진 것보다 심각해 투자의사를 철회한 것이다. 결국 IHAG쪽은 주주들의 반대로 컨소시엄에서도 탈퇴한 상태다.

-금감원에선 컨소시엄의 실체를 의심하고 있을 정도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엄연히 존재하는 컨소시엄인데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 SPBC는 20년 이상 된 투자회사이다. 한스종금 투자만을 위해 일시적으로 만든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다. 분명히 존재하는 회사이다. SPBC의 법인등기부 등본이 금감원에 제출돼 있으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전후사정을 접어두고라도 생사가 불투명한 종금사에, 그것도 스위스 은행이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섰다는 것 자체가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란 지적도 있다.

=종금사 자체만을 놓고보면 맞는 말이다. 종금사 대다수의 생사가 불투명한 게 사실이고 외자유치 발표 직전의 아세아종금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투자를 추진한 것은 지방은행과 합병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종금사끼리, 또는 종금사와 증권사가 합병할 경우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지만 도매금융을 영위하는 종금사와 지역 소매금융에 특화돼 있는 지방은행이 합칠 경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한 지방은행과 구두상으로 업무제휴를 합의한 상태였다.

-MCI쪽에서 대신 납입한 증자대금이 중간에 없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가.

=한스종금쪽이 6월 말 BIS비율 점검을 앞두고 쫓기는 상태에서 증자대금 대납을 요청해왔다. 말하자면 스위스 은행의 돈이 들어올 때까지 한스종금에서 대출을 받아 한스종금의 자본을 확충, BIS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비록 한스종금쪽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일이긴 하나 이 부분에 대해선 일부 잘못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질 것이다. 증자대금이 중간에 없어진 게 아니라 대출받은 자금과 상계처리된 것이다. 서류상으로 처리됐을 뿐 돈이 오간 것이 아니다.

-젊은 나이(27)로는 어울리지 않게 거대 자산(운용규모 4천억∼5천억원으로 추정)을 굴리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의혹이 없지 않은데.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미국, 유럽 등지를 돌며 파생상품을 비롯한 새로운 금융기법을 배운 게 국내에서 힘이 됐다.

-대학을 중도에 그만둔 계기는.

=경영학과를 다녔는데 어느 순간 실용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회의가 들었다. 외국에 가서 실전 금융기법을 배워보겠다는 생각에 그만뒀다.

-학교 졸업 뒤 외국서 몇년 공부했다고 하던데.

=주로 단기코스로 파생금융상품,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 선진 금융기법을 공부했다.

-계열 금융기관을 끼고 비상장주식을 변칙거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창업투자(MCI계열)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말하는 것 같다. 계열 신용금고의 손실을 메워주는 차원에서 싸게 넘긴 것뿐이다. 현재 이 주식은 한스종금이 보유하고 있으며 한스종금쪽에서 요청하면 원상복귀시킬 것이다. 계열 금고에서 한스종금에 넘길 때의 가격은 적정가격이었으며 한스종금이 손해를 본 것은 아니어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영배 기자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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