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혁의류 업체 나자인의 이색 기업PR… 송년행사에 독자 브랜드 열망 담아
12월13일 서울 광진구 군자동의 피혁의류 업체 나자인 본사 건물. 오후 3시가 넘어서자 10여명의 직원들이 1층 로비에 하나둘씩 모여든다. 가방 하나씩을 어깨에 둘러멘 채 회사를 나선 이들이 도착한 곳은 인근 건국대 새천년관. 12월20일 무대에 올릴 송년 뮤지컬 <가스펠> 공연의 최종 리허설을 위해 모여든 것이다.
가방을 풀어 옷을 갈아입자 음악이 울려퍼지고 연출자 노우성씨의 지도 아래 연습이 시작된다. 아마추어들임에도 몸놀림과 노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차가운 대강당의 공기는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출연자들의 몸도 땀으로 젖어든다. 마치 전문 배우들처럼.
옷 만드는 회사가 웬 뮤지컬? 이런 의문이 들 때쯤 예수 역을 맡은 영업2부 박수철(28)씨가 무대에서 내려왔다. “우리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 그냥 의미있는 송년행사를 갖자는 뜻에서 뮤지컬을 준비했는데….”
유명 브랜드 내놓는 알짜배기 기업
나자인은 가죽의류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그것도 삭스·폴로·캘빈클라인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이름으로 전량 수출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회사 이름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간혹 증권사들 소식지에 투자 유망종목으로 오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사 직원도 100여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이 벌이는 사업은 만만치 않다. 비록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 수출이지만 피혁의류에 관한 한 나자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업체다. 덕분에 불경기 속에서도 9월 말까지 1034억원 매출에 6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그뿐 아니다. 투하자본이익률(ROE) 14.9%, 부채비율 115%, 매출증가율 13.3%가 말해주듯이 수익성·안정성·성장성을 고루 갖춘 알찬 기업이다. 이런 중견기업의 사원들이 업무시간 중 회사를 빠져나와 뮤지컬 연습에 열중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뮤지컬 공연이 회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야심적인 이벤트기 때문이다. 나자인은 요즘 전 직원이 업무를 제쳐놓고 뮤지컬 홍보에 매달리고 있다. 출연진들은 오후 3시 퇴근이라는 ‘특별한 배려’ 속에서 공연 준비에 막바지 땀을 흘리고 있다. 다른 직원들도 포스터를 준비하고 안내장을 발송하는 등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저 수많은 의류회사 가운데 하나로만 알려져 있는 나자인의 기업 이미지를 한번 제대로 알려보겠다는 취지에서다. 오상돈 전무는 “수출만 하는 중소기업이라서 회사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한때는 봉제공장인 줄 알고 입사하려는 사람이 없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연 아이디어는 지난해 말 흥청대던 연말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 “다음부터 의미있는 송년행사를 가져보자”는 제안이 공감을 얻으면서 일이 본격화됐다. 공연 홍보를 맡고 있는 마케팅1팀 박홍석(29)씨는 “의류회사의 특성을 고려해 ‘패션쇼’를 하자는 의견이 많았으나 ‘기왕이면 더 튀어보자’는 취지에서 뮤지컬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공연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이규용 사장이 6천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판단한 회사쪽이 공연을 외부 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축제의 자리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또 공연을 통해 1천만원을 모금해 국제아동구호기금(유네세프)에 기탁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는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뮤지컬 기업PR’인 셈이다. 7개월 동안 땀흘리며 이미지 쇄신 나자인은 20일 저녁 공연을 앞두고 회사 전체가 들떠 있다. 7개월여 동안 땀흘린 연습의 결과를 흥분된 상태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독자 브랜드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도 뮤지컬 공연은 중요하다. 기업 이미지가 나중에 브랜드 가치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회사쪽은 공연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거래 회사는 물론 주주, 투자자, 해외 바이어들까지 초청했다. 물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그러나 공연 결과가 어떻든 나자인은 준비 과정을 통해 이미 기업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절반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사진/ "뮤지컬로 나자인을 알리련다!" 뮤지컬 <가스펠> 공연에 참가하는 나자인 직원들이 최종 리허설을 하고 있다.(이정용 기자)
나자인은 가죽의류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그것도 삭스·폴로·캘빈클라인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이름으로 전량 수출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회사 이름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간혹 증권사들 소식지에 투자 유망종목으로 오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사 직원도 100여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이 벌이는 사업은 만만치 않다. 비록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 수출이지만 피혁의류에 관한 한 나자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업체다. 덕분에 불경기 속에서도 9월 말까지 1034억원 매출에 6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그뿐 아니다. 투하자본이익률(ROE) 14.9%, 부채비율 115%, 매출증가율 13.3%가 말해주듯이 수익성·안정성·성장성을 고루 갖춘 알찬 기업이다. 이런 중견기업의 사원들이 업무시간 중 회사를 빠져나와 뮤지컬 연습에 열중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뮤지컬 공연이 회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야심적인 이벤트기 때문이다. 나자인은 요즘 전 직원이 업무를 제쳐놓고 뮤지컬 홍보에 매달리고 있다. 출연진들은 오후 3시 퇴근이라는 ‘특별한 배려’ 속에서 공연 준비에 막바지 땀을 흘리고 있다. 다른 직원들도 포스터를 준비하고 안내장을 발송하는 등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저 수많은 의류회사 가운데 하나로만 알려져 있는 나자인의 기업 이미지를 한번 제대로 알려보겠다는 취지에서다. 오상돈 전무는 “수출만 하는 중소기업이라서 회사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한때는 봉제공장인 줄 알고 입사하려는 사람이 없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연 아이디어는 지난해 말 흥청대던 연말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 “다음부터 의미있는 송년행사를 가져보자”는 제안이 공감을 얻으면서 일이 본격화됐다. 공연 홍보를 맡고 있는 마케팅1팀 박홍석(29)씨는 “의류회사의 특성을 고려해 ‘패션쇼’를 하자는 의견이 많았으나 ‘기왕이면 더 튀어보자’는 취지에서 뮤지컬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공연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이규용 사장이 6천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판단한 회사쪽이 공연을 외부 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축제의 자리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또 공연을 통해 1천만원을 모금해 국제아동구호기금(유네세프)에 기탁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는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뮤지컬 기업PR’인 셈이다. 7개월 동안 땀흘리며 이미지 쇄신 나자인은 20일 저녁 공연을 앞두고 회사 전체가 들떠 있다. 7개월여 동안 땀흘린 연습의 결과를 흥분된 상태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독자 브랜드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도 뮤지컬 공연은 중요하다. 기업 이미지가 나중에 브랜드 가치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회사쪽은 공연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거래 회사는 물론 주주, 투자자, 해외 바이어들까지 초청했다. 물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그러나 공연 결과가 어떻든 나자인은 준비 과정을 통해 이미 기업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절반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